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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작업] 사진적 소재 후보 1 : 저녁밥상

사진은 이미지로 된 언어다. 시각을 통해 뜻이 전달된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차라리 보여주는 편이 효과적인 것들일수록 사진적 소재이기 쉽다. 주홍빛 보랏빛으로 노을진 저녁하늘이나 가슴 먹먹해지는 은하수, 고혹적인 모델의 아름다움! 이런 것들은 제아무리 그럴듯하게 설명하더라도 차라리 보여주는 편이 더 효과적이고 확실한 표현의 대상이다. 기왕이면 누가 보더라도 주목할 만한 소재이면 좋다. 그러나 반드시 반드시! 거기에 가장 먼저 끌린 사람은 나여야 한다. 그래서 호미곶의 일출, 황령산의 은하수, 경주나 진해의 벚꽃은 모두 탈락이다. 그 소재에서 내가 먼저 시각적 매력을 발견하고, 나만의 감정과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사진으로 표현된 언어를 읽고 사람들이 '정말 그렇구나!'하며 함께 주목하고 매력을 느끼는..

신년벽두 헛짓거리 : 카메라 가격은 각 스펙 가치의 합계일까?

해피 뉴 이어!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한 살 더 먹었다. 슬프다. 괜히 생각이 많아진다. 앞으로도 이 블로그에 글감을 계속해서 불어넣을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변태스러움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일 카메라 브랜드 사장이라면, 어떤 카메라를 디자인할 것인가? 소비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새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면, 가격은 어떻게 책정하면 좋을까? 그러다 문득 이런 호기심이 일었다. 혹시 카메라의 가격은 각각의 스펙이 지니는 시장성의 총합이 아닐까? 예를 들어보자. 카메라의 가격이 센서크기와 다이얼 개수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풀프레임이 APS-C보다는 1.5배 크고 마이크로포서드보다는 2배 크다. 그러니 풀프레임에 6점, ..

착란원(보케, 빛망울, 아웃포커스 효과) 크기 공식의 증명 또는 계산

존포커스를 활용해야 하는 롤라이35의 피사계심도 표를 보기 시작하면서 어려워 보이는 수식 시리즈가 시작됐었다. 해가 다 가기 전에 마무리를 할까 한다. 지금까지는 필름 또는 센서에 맺히는 흐려진 초점, 즉 착란원(빛망울, 보케, 뭐라 부르든 아무튼)의 크기를 구하는 공식을 별다른 설명없이 차용해 왔었다. 아웃포커스는 촬영하는 거리, 배경의 거리, 조리개, 초점거리에 따라 결정된다는 일반적 명제를, 오늘은 구체적으로 확인해보려고 한다. 물론 아주 기초적인 광학과 산수를 이용해서. 광축 위에 초점거리 F, 조리개 N인 얇은 렌즈가 있다고 치자. (우리가 사용하는 실제 렌즈는 얇은 렌즈의 조합으로 제작되지만, 그 조합의 결과를 가상의 새로운 얇은 렌즈가 제2 주점에 자리한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이제 렌즈로..

셀프주의 / 연말 사진 시상식 / 내가 뽑은 2020년 최고의 순간들 AWARDS

2020년이 만 하루 남았습니다. 평년처럼 다사다난했지만 유난히도 올해는 아마 '코로나19의 해'로 선명하게 기억될 것만 같습니다. 건강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로서는 감사하게도, 이 보잘 것없는 사진 글방을 시작하게 된 한해였기도 합니다. 혼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꿈만 같기도 합니다. 연말이면 텔리비전에는 각종 시상식이 가득합니다. 보는 사람은 재미없어도 만드는 사람은 땔감으로 더없이 훌륭한 콘텐츠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많이 남긴 것은 없지만, 저도 그래서 올해 찍은 사진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다름 아니라 제가 속해 있는 사진 동호회에서 '2020년 최고의 순간'이라는 주제로 역시 시상식 이벤트를 열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출품은 하나만..

카메라 번들 넥스트랩 편하고 튼튼하게 매는 법 feat. JOBY 슬링스트랩 (꿀팁 인정?)

카메라 상자 안에는 번들 넥스트랩이 들어있다. 사진기에 활용하는 스트랩에는 크게 넥스트랩, 손목스트랩, 핸드스트랩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넥스트랩은 활용도가 가장 다양하다. 카메라가 가볍고 예쁘다면 넥스트랩이라는 이름 그대로 목걸이처럼 걸고 다닐 수 있다. 여성들의 백처럼 어깨에 거는 방법도 있고, 학생들의 가방처럼 팔과 머리를 넣어 대각선으로 착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깨에 거는 걸 숄더, 대각선으로 매는 걸 슬링 스타일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넥스트랩을 슬링 스타일로 매는 걸 선호한다. 두 손이 자유롭고 카메라를 가장 안정적으로 몸에 붙여둘 수 있어서다. 아무 것도 몰랐을 때는 카메라의 양쪽 옆면 상단에 달린 스트랩 고리에 넥스트랩의 두 끝을 걸었다. 작은 렌즈가 물려있을 땐 이렇게 ..

GEAR시나리오/03 진지한 입문자에게 첫 카메라 추천

사진 배우고 싶은데 첫 카메라와 렌즈 추천해 주세요 - GEAR시나리오 시리즈는 사진 촬영의 상황과 용도를 제 맘대로 상상하고 가정해서, 그에 어울릴 것 같은 카메라와 렌즈를 이리저리 골라보는 연재입니다. 저는 이 연재에 등장하는 제품들의 제조사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 편향도 없으며, 이 추천은 그야말로 '시나리오'에 불과한 개인적 의견임을 미리 밝힙니다. 카메라를 추천하는 일은 조심스럽다. 첫 카메라는 더 그렇다. 괜히 이 취미에 대한 첫인상이, 어떤 브랜드에 대해 갖게 될 느낌이, 내 의견에 따라 결정될까봐서다. 내 경험이 얕은 탓도 있다. 추천은 추천대로 하고, 차라리 내 말을 듣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첫 카메라를 사겠다는 그가 진지하다면 더 겁부터 난다. 그렇지만 시리즈 포스팅은 이어져야 하기..

카메라는 놀아도 괜찮다, 내 손에 있기만 해라

롤사모(Rollei 35S)야, 알쓰리(a7r3)야. 이렇게 편지로 마음을 전하기는 처음이네. 롤사모는 나랑 만난 게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간다, 그치? 알쓰리도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롤사모는 롤사모대로, 알쓰리도 또 나름 자기대로 매력을 지켜줘서 항상 고맙다. 너희가 들려주는 셔터소리를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희는 알까! 롤사모가 매물로 세상에 나왔던 지난 1월이 지금도 생생해. 그때 터질듯 내달리던 내 심장박동도. 알쓰리의 비싼 몸값을 내가 얼마나 선뜻 지불했는지도 너희는 알 거야! 심지어 렌즈를 데리러 성남에도 다녀왔었지! 생색 내는 거라고 오해하면 섭섭할 거야. 내가 요즘 너희들의 셔터를 눌러주지 못했는데, 다른 방식으로 해보는 내 애정표현이니까. 겨울이다. 한낮에도 해가..

소니 미러리스/렌즈 정품등록, 펌웨어 업데이트 확인하자

미러리스와 렌즈를 새로 산 지 두 달이 됐는데, 그동안 까먹고 여태껏 미뤄둔 게 있었다. 펌웨어 확인과 정품등록이다. 일단 자이스 디스타곤 T* 35mm f1.4 렌즈가 마운트된 채로 a7r3를 켰다. 메뉴-설정7-버전 순으로 선택해주자. 바디는 3.10, 렌즈는 02 버전의 펌웨어가 설치돼 있나 보다. 펌웨어 업데이트는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a7r3는 현재 3.10이 최신 버전의 펌웨어임을 확인할 수 있다. 렌즈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해서, 현재 버전보다 최신 펌웨어가 올라와 있다면 업데이트를 해주자. 펌웨어는 전자제품에서 OS 역할을 한다. 쉬운 예로, 스마트폰에서 구글이나 애플이 종종 업데이트를 내놓는 운영체제도 펌웨어다. 카메라 제조사는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기능향상을 제공할 수 ..

좋은 사진은, 세 번, 시간이 만듭니다

어제 기억나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지고 있던 주식을 어제 조금 팔았습니다. 목표 수익률로 57%를 보고 있던 종목이었는데, 36% 수익률로도 멀미가 날 지경이어서 절반을 내놓았습니다. 10월 말에 샀는데 두 달 만에 또 손을 댄 거였습니다. 아내 앞에서는 늘 '부자 만들어줄 테니 걱정말라'며 허세를 부려도, 사실 저는 주식 거래를 잘 못합니다. 종목도 잘 고르고 위험관리에도 철저하지만 주식거래는 하수입니다. 농부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인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팀 선배와 티 타임 때 나눴던 대화입니다. 더러운 꼴 많은 이 직장을, 메마르고 따끔거리는 이 사회를, 고단한 가장 노릇을 '버틴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나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