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내와 서울 여행을 두어 번 다녀왔다. 우리 부부는 뚜벅이라 차라리 도심으로 떠나는 여행이 편하다. 7월에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사진전도 보고 청와대 구경도 하는 게 주 목적이었고, 10월 말에는 서울 숲에 혹시 단풍이 물들었나 해서 가봤다. 단풍구경은 실패했지만, 망한 김에 성수동도 둘러보고 8-9년여 만에 명동에도 가보게 됐다. 나는 그립이 보강된 풀프레임 렌즈교환식 미러리스와 렌즈 두 개에다 삼각대까지 휴대했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줄였다고는 해도 두 사람 몫의 짐은 아내가 감당하고 있던 중이었다. 첫 일정으로 서울 숲을 돌자마자 우리는 지쳤다. 성수역을 찾아간 나는 유료 락커에 짐을 넣자는 제안을 도박처럼 내놨다. 돈이 드는 이 아이디어를 아내가 흔쾌히 수락했다는 점이 처음엔 마냥 놀랍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