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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사진철학 잡담 24

일상 여행객에게 사진의 의미는

올해 아내와 서울 여행을 두어 번 다녀왔다. 우리 부부는 뚜벅이라 차라리 도심으로 떠나는 여행이 편하다. 7월에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사진전도 보고 청와대 구경도 하는 게 주 목적이었고, 10월 말에는 서울 숲에 혹시 단풍이 물들었나 해서 가봤다. 단풍구경은 실패했지만, 망한 김에 성수동도 둘러보고 8-9년여 만에 명동에도 가보게 됐다. 나는 그립이 보강된 풀프레임 렌즈교환식 미러리스와 렌즈 두 개에다 삼각대까지 휴대했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줄였다고는 해도 두 사람 몫의 짐은 아내가 감당하고 있던 중이었다. 첫 일정으로 서울 숲을 돌자마자 우리는 지쳤다. 성수역을 찾아간 나는 유료 락커에 짐을 넣자는 제안을 도박처럼 내놨다. 돈이 드는 이 아이디어를 아내가 흔쾌히 수락했다는 점이 처음엔 마냥 놀랍고 ..

'민낯의 공간' 좋은 사진은 좋은 인생

사진.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내 소개를 하게 될 때는 사진이 취미라고 슬그머니 고백하기도 한다. 사실은 이 블로그도 원래 사진에 대한 개인적인 수다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이 주제에 프랙탈 같은 성격이 있다. 관점에 따라 위치에 따라 여건이라든가 경험이나 계획에 따라 느껴지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나눌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 덤볐는데, 오히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더 많다. 사진 찍는 도구에 대해 방황이 길었었고,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 사진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느꼈다. 카메라나 렌즈야 늘 신제품이 나오지만, 광고로부터 떨여져 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따금 다른 장비에 마음이 기웃거려질 때면 읽었던 글을 다시 읽기도 했다. 요즘도 리코의 GR3x를 눈여겨..

사진에 정말 마음이 담길까?

사진.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내 소개를 하게 될 때는 사진이 취미라고 슬그머니 고백하기도 한다. 사실은 이 블로그도 원래 사진에 대한 개인적인 수다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이 주제에 프랙탈 같은 성격이 있다. 관점에 따라 위치에 따라 여건이라든가 경험이나 계획에 따라 느껴지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나눌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 덤볐는데, 오히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더 많다. 사진 찍는 도구에 대해 방황이 길었었고,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 사진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느꼈다. 카메라나 렌즈야 늘 신제품이 나오지만, 광고로부터 떨여져 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따금 다른 장비에 마음이 기웃거려질 때면 읽었던 글을 다시 읽기도 했다. 요즘도 리코의 GR3x를 눈여겨..

220505 어린이날, 아내와 경주 「라이프」지 사진전 관람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아무 상관도 없는 사지전을 보러 다녀왔다. 가까이 경주에서 「라이프」지 사진전이 무료로 열리고 있었다. 사진 동호회 단톡방에 공유되며 알게 됐는데, 5월 15일까지인 걸 놓치지 않고 다시 생각해냈다. 아내도, 나도, 사진전은 처음이었다. 사진전이 열리는 경주 예술의전당까지는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는 버스 노선도 다양하다. 터미널에서 길을 건너지 않고 235번을 타서 황성주공 2차에서 내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어린이날 점심시간의 전시실은 기대만큼 조용했다.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라이프」지에 대해, 아내에게 나의 짧디 짧은 토막지식을 들려주었다. 이 사진잡지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 같은 전설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활동했던 가장 위대한 저널이다. ..

사진 잘 찍는 법 : 수많은 스승들의 공통된 조언

1. 처음에는 주제에 대해 신경쓰지 마라2. 집이나 사무실에서 피사체를 골라라3. 말로 정확히 묘사하기엔 쉽지 않은 피사체가 좋다 4. 오래 관찰해라5. 새로 사지말고, 갖고 있는 카메라로 찍어라6. 흑백으로 찍어라7. 다른 빛/거리/각도/높이/노출/배치에서 찍어라 8. 조각가처럼 덜어내고 단순하게 찍어라9. 처음에는 모양과 질감과 대비에 집중해라10. 어떤 사진에서 '뜻밖의 기호'가 보이는지 체득해라11. 프레이밍과 미장센에 대해 공부해라12. 공부한 걸 파괴해라13. 재미가 사라질 때까지 매일 반복해라 14. '이따위 걸 찍어서 뭐하나' 싶어지면 사진집 모으기를 시작해라15. 다시, 소재를 정하라16. 표현에 적당한 카메라와 렌즈를 선택해라17. 수 만 장 찍고 30장만 출력해라

카메라 번들 넥스트랩 편하고 튼튼하게 매는 법 feat. JOBY 슬링스트랩 (꿀팁 인정?)

카메라 상자 안에는 번들 넥스트랩이 들어있다. 사진기에 활용하는 스트랩에는 크게 넥스트랩, 손목스트랩, 핸드스트랩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넥스트랩은 활용도가 가장 다양하다. 카메라가 가볍고 예쁘다면 넥스트랩이라는 이름 그대로 목걸이처럼 걸고 다닐 수 있다. 여성들의 백처럼 어깨에 거는 방법도 있고, 학생들의 가방처럼 팔과 머리를 넣어 대각선으로 착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깨에 거는 걸 숄더, 대각선으로 매는 걸 슬링 스타일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넥스트랩을 슬링 스타일로 매는 걸 선호한다. 두 손이 자유롭고 카메라를 가장 안정적으로 몸에 붙여둘 수 있어서다. 아무 것도 몰랐을 때는 카메라의 양쪽 옆면 상단에 달린 스트랩 고리에 넥스트랩의 두 끝을 걸었다. 작은 렌즈가 물려있을 땐 이렇게 ..

카메라는 놀아도 괜찮다, 내 손에 있기만 해라

롤사모(Rollei 35S)야, 알쓰리(a7r3)야. 이렇게 편지로 마음을 전하기는 처음이네. 롤사모는 나랑 만난 게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간다, 그치? 알쓰리도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롤사모는 롤사모대로, 알쓰리도 또 나름 자기대로 매력을 지켜줘서 항상 고맙다. 너희가 들려주는 셔터소리를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희는 알까! 롤사모가 매물로 세상에 나왔던 지난 1월이 지금도 생생해. 그때 터질듯 내달리던 내 심장박동도. 알쓰리의 비싼 몸값을 내가 얼마나 선뜻 지불했는지도 너희는 알 거야! 심지어 렌즈를 데리러 성남에도 다녀왔었지! 생색 내는 거라고 오해하면 섭섭할 거야. 내가 요즘 너희들의 셔터를 눌러주지 못했는데, 다른 방식으로 해보는 내 애정표현이니까. 겨울이다. 한낮에도 해가..

좋은 사진은, 세 번, 시간이 만듭니다

어제 기억나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지고 있던 주식을 어제 조금 팔았습니다. 목표 수익률로 57%를 보고 있던 종목이었는데, 36% 수익률로도 멀미가 날 지경이어서 절반을 내놓았습니다. 10월 말에 샀는데 두 달 만에 또 손을 댄 거였습니다. 아내 앞에서는 늘 '부자 만들어줄 테니 걱정말라'며 허세를 부려도, 사실 저는 주식 거래를 잘 못합니다. 종목도 잘 고르고 위험관리에도 철저하지만 주식거래는 하수입니다. 농부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인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팀 선배와 티 타임 때 나눴던 대화입니다. 더러운 꼴 많은 이 직장을, 메마르고 따끔거리는 이 사회를, 고단한 가장 노릇을 '버틴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나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윌리 로니스 「그날들」- 쉬운 사진집 추천

글씨를 잘 쓰고 싶다면 많이 써보기만 해도 될지 모르지만, 글을 잘 쓰고 싶을 땐 써보는 연습만큼 읽는 연습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서 나도 좋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이 찍어보는 만큼 '보는 연습'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공허한 뻘글로 그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사진전시회와 사진집에 대해 검색을 많이 했고, 어렸을 때부터 용돈을 모으면 미술 전시회 보는 데에 다 쓰곤 했다는 지인에게 조언도 구했다. 사진전시회나 사진집은 '예술사진가'들의 치열한 무대다. 내가 취미삼아 기웃거리기엔 벽이 느껴진다. 몇몇 전시나 작품에 관한 해설을 읽어보면, 이건 '꿈보다 해몽'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수사로 가득해, 오히려 사진에 집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