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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97

은하수 촬영 셔터속도 알려주는 NPF 공식

쌩뚱 맞지만 오늘은 은하수 촬영 이야기다. 은하수를 찍는 프레임은 카메라 노출계 입장에선 물론이고 육안으로 봐도 굉장히 어둡다. 여러 제약 때문에 조리개를 펼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노이즈가 심해지면 후보정할 때 별이 함께 지워지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우리에겐 셔터스피드가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삼각대를 세워둔 지표면이 가만히 있질 않고 회전하는 중이다. 노출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은하수는 물론이고 별들이 궤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티가 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적절한 셔터속도를 구하는 공식이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이 500공식이다. 500 나누기 렌즈 초점거리를 해서 나온 값을 셔터스피드로 적용한다. 광각일수록 여유가 있고, 망원으로 갈수록 허용되는 최대 노출시간은 짧아진다. 평소에 ..

일상 여행객에게 사진의 의미는

올해 아내와 서울 여행을 두어 번 다녀왔다. 우리 부부는 뚜벅이라 차라리 도심으로 떠나는 여행이 편하다. 7월에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사진전도 보고 청와대 구경도 하는 게 주 목적이었고, 10월 말에는 서울 숲에 혹시 단풍이 물들었나 해서 가봤다. 단풍구경은 실패했지만, 망한 김에 성수동도 둘러보고 8-9년여 만에 명동에도 가보게 됐다. 나는 그립이 보강된 풀프레임 렌즈교환식 미러리스와 렌즈 두 개에다 삼각대까지 휴대했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줄였다고는 해도 두 사람 몫의 짐은 아내가 감당하고 있던 중이었다. 첫 일정으로 서울 숲을 돌자마자 우리는 지쳤다. 성수역을 찾아간 나는 유료 락커에 짐을 넣자는 제안을 도박처럼 내놨다. 돈이 드는 이 아이디어를 아내가 흔쾌히 수락했다는 점이 처음엔 마냥 놀랍고 ..

'민낯의 공간' 좋은 사진은 좋은 인생

사진.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내 소개를 하게 될 때는 사진이 취미라고 슬그머니 고백하기도 한다. 사실은 이 블로그도 원래 사진에 대한 개인적인 수다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이 주제에 프랙탈 같은 성격이 있다. 관점에 따라 위치에 따라 여건이라든가 경험이나 계획에 따라 느껴지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나눌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 덤볐는데, 오히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더 많다. 사진 찍는 도구에 대해 방황이 길었었고,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 사진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느꼈다. 카메라나 렌즈야 늘 신제품이 나오지만, 광고로부터 떨여져 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따금 다른 장비에 마음이 기웃거려질 때면 읽었던 글을 다시 읽기도 했다. 요즘도 리코의 GR3x를 눈여겨..

사진에 정말 마음이 담길까?

사진.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내 소개를 하게 될 때는 사진이 취미라고 슬그머니 고백하기도 한다. 사실은 이 블로그도 원래 사진에 대한 개인적인 수다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이 주제에 프랙탈 같은 성격이 있다. 관점에 따라 위치에 따라 여건이라든가 경험이나 계획에 따라 느껴지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나눌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 덤볐는데, 오히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더 많다. 사진 찍는 도구에 대해 방황이 길었었고,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 사진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느꼈다. 카메라나 렌즈야 늘 신제품이 나오지만, 광고로부터 떨여져 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따금 다른 장비에 마음이 기웃거려질 때면 읽었던 글을 다시 읽기도 했다. 요즘도 리코의 GR3x를 눈여겨..

삼각대 사고싶어! 킹 받을 때! INNOREL LT324C+M44 어때?

친구가 삼각대를 구입한다. 나도 심심해서 다나와를 둘러보게 됐다. 최대 지지하중이 20kg을 넘는 튼실한 모델에 자꾸 관심이 간다. 예전에 포토클램의 PTC-3441PL을 내 드림 삼각대로 골라뒀지만, 볼헤드까지 고려하면 비싼 감이 있기는 하다. ST344C 라는 모델에 눈길이 갔다. PTC-3441PL에 비해 모자람 없는 스펙이지만 가격은 2/3 정도에 불과하다. 센터컬럼이 없어서 마운팅 플랫폼이 더 안정감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1.9kg으로 1.19kg의 PTC-3441PL보다는 훨씬 무겁다. 중고나라에 들러봤다. 이노렐 제품은 없고, 어랏!? PTC-3441PL 매물이 올라와 있었다. pro-42NS 헤드포함 58만원. 어머. 이건 꼭 사야돼. 아내에게보다 더 빨리 판매자에게 연락이 ..

서브카메라로 캐논 G1X mark III를 선택한 이유

▷ 프롤로그 아내와 청와대를 구경하고 왔다. 모처럼 서울엘 다녀오는 길이었기에 A7R3에 포크트랜더 50mm f1.2를 물린 채였다. 입구와 영빈관, 집무실 등등 가는 곳마다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남들처럼 나도 아내의 ‘인증샷’을 담아줬다. 위치를 잡고, 수평과 수직을 잘 맞추고,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고, 찰칵. 자, 구도를 바꿔서 한 장 더? 아내는 기겁을 했다. 우리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 찍을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는 두 가지를 싫어한다. 민폐 끼치는 것과 주목받는 것이다. 아내는 충격적인 제안을 했다. 가지고 있는 렌즈를 다 팔고, 자동초점이 가능한 줌렌즈를 사라는 거였다. 값이 얼마나 되든 개의치 않겠다고도 했다. 우리 아내지만 저렇게 얘기하니 무섭기도 했다. ▷ 본론 이..

출퇴근용 카메라가방 숄더백 Kani CV-032 언박싱

사진가는 카메라를 늘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게 내 이상향이다. 그런데 나처럼 자동차 없이 출퇴근하는 취미 사진가들은 일하는 직장에 대놓고 카메라를 걸고 가기 어려울 수 있다. 적어도 남들은 일하는 곳인데 괜히, "놀러왔냐" 소리라도 듣기 십상이다. 지금까지는 그래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지 못했다. 슬펐다. 사진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방법으로 휴대를 하면 된다. 그러면 가방이 있는 게 좋겠다. 장비를 주렁주렁 늘리고 싶지 않은 내 취향으로는, 쉽고 편하게 장비를 넣고 뺄 수 있는 숄더백 스타일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다나와에서 검색하기를 몇 주... 그 동안 여러 후보들이 명멸했다. 결국 우리 내무부장관의 결재까지 통과한 모델은 Kani라는 제조사의 CV-032 모델이었다. 내가 직면했던 기..

220505 어린이날, 아내와 경주 「라이프」지 사진전 관람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아무 상관도 없는 사지전을 보러 다녀왔다. 가까이 경주에서 「라이프」지 사진전이 무료로 열리고 있었다. 사진 동호회 단톡방에 공유되며 알게 됐는데, 5월 15일까지인 걸 놓치지 않고 다시 생각해냈다. 아내도, 나도, 사진전은 처음이었다. 사진전이 열리는 경주 예술의전당까지는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는 버스 노선도 다양하다. 터미널에서 길을 건너지 않고 235번을 타서 황성주공 2차에서 내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어린이날 점심시간의 전시실은 기대만큼 조용했다.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라이프」지에 대해, 아내에게 나의 짧디 짧은 토막지식을 들려주었다. 이 사진잡지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 같은 전설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활동했던 가장 위대한 저널이다. ..

a7R3와 포크트랜더 녹턴 50mm F1.2로 담은 4월

오랜만에 사진으로 포스팅을 올린다. 봄이 왔고, 나는 드디어 포크트랜더 녹턴 50mm F1.2 E마운트 렌즈를 샀고, 다이얼을 돌려서 셔터 누르는 게 재미있고. 그게 전부다. 주말에 아내를 따라 대구에 다녀온 김에 벚꽃도 찍었다. 다음 날인 일요일에도 사진 동호회 사람들과 벚꽃을 찍었다. 남들 다 찍는 사진이라도, 새삼 좋았다. 사진기를 처음 샀을 때의 설렘이었다. 돌이켜 보면, 사진기를 처음 샀을 때 우리 동네 골목길을 찍으러 다녔다. 뭘 찍을지 몰라서였다. 이번에 다시 동네를 걸어봤다. 공기만큼이나 익숙한 이 모습들을 마주할 날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느낌이 달랐다. 사진은 똑같지만. 4월의 초록빛을 좋아하게 됐다. 연둣빛보다 그윽하지만 초록보다는 상처받기 쉬운, 그런 기분 좋은 ..

광각접사렌즈 : 탐론 20mm F2.8 말고 시그마C 24mm F3.5를 고른 이유

표준화각 단렌즈로 선택한 렌즈 포크트랜더 NOKTON 50mm F1.2는 중고 매물이 없다. 아내에게 칭얼거렸더니 내 솔직한 계획을 묻는다. 평생 원렌즈로 살 거 아닐 테니까, 서브렌즈부터 사서 놀고 있으란다. 여윽시... 여보는 천재야. 그래서 망원보다는 광각렌즈부터 고르기로 했다. 풀프레임의 이점을 살리면서, 가벼운 렌즈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광각에서는 그나마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광각렌즈는 보통 셀카 브이로그, 풍경사진, 실내사진 정도를 찍기 위해 사용한다. 기왕이면 화각이 대차게 시원했으면 좋겠다. 일반적인 풍경사진에는 밝은 최대개방조리개가 그닥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야경에서의 날카로운 빛갈라짐, 은하수 촬영을 생각하면 밝은 최대개방조리개가 필요했다. 예전부터 광각에서 접사촬영을 해보고픈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