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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거스(argus) c44 - 사고 싶은 예쁜 필름카메라

지난 일요일 저녁. 아내와 거기서 외식을 하는 게 아니었다. 몇 주 전 알아둔 괜찮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었다. 아내가 내 뒤통수 벽에 붙은 포스터를 가리켰다. 식당에서 나름 인테리어라고 붙여둔 포스터였다. 왠 처음보는 필름카메라가 있었다. 모델명은 잘 안보였지만, 아래쪽 붉은 로고를 보는 순간 바로 알았다. 아, 아거스네! 아거스는 미국의 카메라 제조사다. 제조사였나? 아무튼. 이 회사의 카메라는, 특히 C 시리즈는 미국에서 '국민 카메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C3 모델은 영화 해리포터와 월드오브투모로우에도 등장해 더 유명해졌다. 나도 C3를 통해서 아거스라는 제조사를 알게 된 경우였으니까. 디자인 취향으로 치자면, 나는 외부에서 설정값을 확인할 수 있는 다이얼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허용착란원에 따른 피사계 심도 계산하고 과초점거리 이해하기

https://atticus262.tistory.com/80 망상은 망상에서 머물러야 하는 법이다. 역시나 쓸데없는 걸 쓰기 시작했다는 반성은 하고 있다. 지난 포스팅은 롤라이35의 피사계 심도를 나타낸 표를 보며 생겨난 궁금증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시작한 지적 여정은 촬상면에서의 착란원 크기, 허용착란원의 소개, 롤라이35 제조사가 내세운 in-focus 의 기준까지 이어졌다. 이 기준이 믿을만 한 것인지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살펴보려면, 허용착란원의 크기를 결정하는 '일반적 기준'에 대해 고려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오늘의 토론은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한다. 허용착란원의 일반적인 기준은 풀프레임 규격에서 0.03, APS-C 규격에서 0.018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촬상면 위에서 측정한 착란원의 한..

롤라이35 조리개별 거리별 피사계심도, 허용착란원 기준

https://atticus262.tistory.com/78 목측식 필름카메라 롤라이35를 사용해서 존포커스를 배워보는 포스팅을 올렸었다. 이 내용은 Rollei35 operation manual을 구글링해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조리개별, 거리별로 초점이 맞게 되는 영역(포커스존)이 표로 나와있다. 예를 들면, 조리개를 f2.8로 두고 포커스링을 돌려서 6m 지점을 가장 가운데 삼각형에 오도록 하면 4.8m부터 8m 사이에 있는 피사체들은 선명한 초점을 맺게 된다. 사실을 말하자면, 내 경우엔 예전에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6m에 초점을 맞췄는데 그보다 앞뒤로도 초점이 맞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그러면 뭐 하러 초점을 맞추려 애쓰겠느냐고. 4.8m는 선명하고 4.7999m에 있는 건 흐려지는 거..

GEAR시나리오/02 유튜브용, 브이로그용 카메라와 렌즈

유튜브용 카메라와 렌즈 추천해 주세요 - GEAR시나리오 시리즈는 사진 촬영의 상황과 용도를 제 맘대로 상상하고 가정해서, 그에 어울릴 것 같은 카메라와 렌즈를 이리저리 골라보는 연재입니다. 저는 이 연재에 등장하는 제품들의 제조사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 편향도 없으며, 이 추천은 그야말로 '시나리오'에 불과한 개인적 의견임을 미리 밝힙니다. 유튜브 채널이 어떤 콘텐츠를 다루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 카메라를 추천하려면, 그저 '동영상도 잘 찍히는 카메라' 선에서 알아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만의 대략적인 추천 방향을 정리해 두도록 하겠다. 우선, 동영상 화질은 높아봐야 4K(약 800만 화소)이기 때문에 굳이 풀프레임 센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 하다보면, 소재가..

존포커스 이해하기(feat. 목측식 필름카메라 롤라이35)

롤라이35의 뷰파인더는 '구멍'이다. 이중합치식도 아니고 스플릿스크린도 아니고, 초점 맞추는 걸 도와주는 그 어떤 기능도 없는, 그냥 '구멍'이다. 피사체까지의 거리를 눈짐작으로 재서 렌즈 경통에 달린 포커스 링을 돌려야 한다. 눈으로 잰다고 해서 목측식이라고 부른다. 너무 저렴하거나 너무 크기가 작은 필름카메라에는 흔한 스펙(?)이다. 눈으로 어떻게 거리를 재? 짐작만으로 초점을 맞춘다고? 불가능하지 않다. 심지어 아주 쉽다. 친절하게도 렌즈에 그려진 존포커스 방식의 눈금 덕분이다. 존포커스가 뭐냐고? 따라와! zone. 영역. 눈금으로 표현된 거리영역 안에만 들어오면. focus. 초점. 그 사이의 피사체들은 모두 초점이 맞게 된다. 결국 이 방식에서 말하는 포커스 존은 일본식 표현으로 치면 피사계 ..

윌리 로니스 「그날들」- 쉬운 사진집 추천

글씨를 잘 쓰고 싶다면 많이 써보기만 해도 될지 모르지만, 글을 잘 쓰고 싶을 땐 써보는 연습만큼 읽는 연습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서 나도 좋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이 찍어보는 만큼 '보는 연습'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공허한 뻘글로 그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사진전시회와 사진집에 대해 검색을 많이 했고, 어렸을 때부터 용돈을 모으면 미술 전시회 보는 데에 다 쓰곤 했다는 지인에게 조언도 구했다. 사진전시회나 사진집은 '예술사진가'들의 치열한 무대다. 내가 취미삼아 기웃거리기엔 벽이 느껴진다. 몇몇 전시나 작품에 관한 해설을 읽어보면, 이건 '꿈보다 해몽'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수사로 가득해, 오히려 사진에 집중하..

포토클램 PTC-3441PL - 난 이 삼각대 꼭 사고 싶어!

삼각대는 사진가 짐 더 무거우라고 있는 장비가 아니다. 촬영 도중 사진의 앵글이 요만큼도 바뀌지 않기를 바랄 때 카메라를 거치해주기 위한 도구다. 모든 삼각대는 흔들림에 안전할까? 카메라가 무거우면 볼헤드가 일단 기울어진다. 세찬 바람이 불면, 버스나 트럭이라도 지나가면, 삼각대의 관절 사이사이가 달달달 떨린다. 그래서 삼각대의 덕목은 짱짱하고 튼튼한 것이 첫째, 가벼운 게 둘째다. 음... 저렴한 것도 추가하자. 그런데 문제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덕목이 가벼운 무게와 양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튼튼하면서 가벼운 삼각대는 없다. 튼튼한데 저렴한 삼각대는... 있나? 확실히, 튼튼하고 가볍고 가격도 싼 삼각대는 더 없다. 그래서 사진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삼각대만큼은 구입을 미루기를 권한다. 이 바닥에서..

관계가 드러나는 사진? 촬영은 인터뷰... 피사체에 말을 걸자

주말에는 집에서 잘 안 나가게 된다. 정확히는, 이불 밖으로도 좀처럼 나가지를 않는다. 날씨도 차가워졌고, 코로나19의 확산세는 뜨거워졌고, 나는, 뚱뚱해 져간다(읭?). 그래도 이따금씩 슈퍼에라도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주말에는 일부러 큰 카메라를 가지고 나간다. 출퇴근 할 때는 담배갑만 한 필름카메라만 가지고 다니니, R3도 세상 구경 시켜주려고. 토요일에는 실컷 자고 일어나 아내와 산책을 했다. 날이 어둑어둑해 졌다. 실컷 잤다니까. 그치만 겨울이라 그런 걸로 해줘. 큰길 건너편 버스정류장이 보이길래, 멈춰섰다. 어두운 비탈길 위에 짝다리를 짚고 서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요즘 사진 찍기 참 좋다. 두 번째 정주행 하고 있는 드라마에 밤 씬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가슴이 말랑말랑하다. "언제 가,..

GEAR시나리오/01 여자친구 인생샷 찍어줄 카메라/렌즈 추천

여자친구 찍어줄 건데 카메라하고 렌즈 뭐 사야할까요? - GEAR시나리오 시리즈는 사진 촬영의 상황과 용도를 제 맘대로 상상하고 가정해서, 그에 어울릴 것 같은 카메라와 렌즈를 이리저리 골라보는 연재입니다. 저는 이 연재에 등장하는 제품들의 제조사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 편향도 없으며, 이 추천은 그야말로 '시나리오'에 불과한 개인적 의견임을 미리 밝힙니다. 글쎄. 대답하기 전에 내가 되물어야 할 질문이 훨씬 많은데 말이지. 여윳돈이 얼마나 되는지, 야외에서 찍을 건지 실내에서 찍을 건지, 여자친구 얼굴이 갸름한지 넙대대한지, 셀카도 찍는지 아닌지, 여자친구를 찍어줄 때 말고 카메라의 주인이 누군지, 사진에 취미가 있는 김에 여자친구도 찍는 건지 찍사 노릇에 취미 없지만 사랑으로 찍어주는 건지 등등에 따라..

비둘기 20201129

일요일 오후 사무실에서 잔업을 마친 뒤 집에 가는 길이었다. 절집처럼 조용한 주말 오후 거리의 낮잠을 누군가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회사 근처 공원이 소란스러웠다. 열 살을 갓 넘겼을까 싶은 여자아이 둘의 목소리였다. 학원가방을 메고, 과자 봉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푸드덕거리는 한 떼의 비둘기 속에서였다. 비둘기는 내게 있어선 중요한 소재다. 내가 인간에 대해 가지는 혐오가 그들에게서 어렴풋이 보인다. 게다가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평화의 새라서 그럼지 경계심이 적어, 대단한 망원렌즈가 아니고서도 찍을 수 있다. 다행히 내 어깨에는 카메라가 걸려있었다. 체면차리듯 눈치를 보는 표독스러운 눈, 반질반질한 대가리, 털이 돋아 닭발보다 300배 징그러운 발, 좀처럼 쓸 일 없어 보이는 날개. 영릭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