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카메라와 렌즈와 기타 장비

포토클램 PTC-3441PL - 난 이 삼각대 꼭 사고 싶어!

나그네_즈브즈 2020. 12. 15. 10:49

삼각대는 사진가 짐 더 무거우라고 있는 장비가 아니다. 촬영 도중 사진의 앵글이 요만큼도 바뀌지 않기를 바랄 때 카메라를 거치해주기 위한 도구다. 모든 삼각대는 흔들림에 안전할까? 카메라가 무거우면 볼헤드가 일단 기울어진다. 세찬 바람이 불면, 버스나 트럭이라도 지나가면, 삼각대의 관절 사이사이가 달달달 떨린다. 그래서 삼각대의 덕목은 짱짱하고 튼튼한 것이 첫째, 가벼운 게 둘째다. 음... 저렴한 것도 추가하자.

 

그런데 문제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덕목이 가벼운 무게와 양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튼튼하면서 가벼운 삼각대는 없다. 튼튼한데 저렴한 삼각대는... 있나? 확실히, 튼튼하고 가볍고 가격도 싼 삼각대는 더 없다. 그래서 사진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삼각대만큼은 구입을 미루기를 권한다. 이 바닥에서만큼은 가성비가 있을 수 없다. 적당히 튼튼하고 적당히 가벼운 타협점도 없다. 선택과 집중밖에 없다.

 

유럽여행만 아니면 내 삼각대는 원픽이다. 포토클램의 PTC-3441PL을, 사고 싶다. 왜 사고 싶냐고? 나한테 없으니까. 앞서 말했듯, 가성비는 없다. 이 모델도 볼헤드까지 포함하면 새제품 기준 8-90만 원은 들지 싶다. 그래서 우리 집 내무부장관의 결재가 나질 못했다. '쇠막대가 뭐 그렇게 비싸?' 여보, 그게 아니라 이 제품은 말이야

 

 

 

 

PTC는, 포토클램 트라이팟 카본의 머릿글자인 듯하다. 3은 다리 굵기 레이블이다. 1부터 5까지 있는데 4, 5는 무게가 넘사벽이고 1, 2는 상대적으로 진동에 약하다. 4는 다리가 접히는 단 수를 나타낸다. 3, 2 처럼 작을수록 관절 개수도 줄어들어 진동에는 덜 약하겠지만 접이식이니 우산과 똑같다. 접은 길이가 너무 길어지거나 반대로 삼각대 자체가 너무 낮아질 염려가 있다. 4단 삼각대는 가장 보편적인 단 수라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에 나오는 4는 모델번호인 것 같으니 패쓰. 1은 삼각대 가운데에 센터컬럼이 들어간다는 걸 뜻한다. 다리를 펼쳐도 높이가 모자랄 때 목을 쭉 뽑아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센터컬럼이 없는 모델은 이 자리에 0으로 표시된다. P는 프로페셔널의 머릿글자인 것 같다. 폼 잡는다 할 때 폼인가? 마지막 L은 Long을 의미한다. S 버전도 있다. 종합하면 3441PL은, 다리가 제법 굵고 튼실하면서 4단의 높이와 휴대성, 1의 센터컬럼, L의 길이를 더한 '높이가 높은' 삼각대이다. 난간 등의 장애물을 피해서 찍고 싶을 때, 의외로 삼각대의 '높이'가 절실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센터컬럼을 뽑지는 말자)

 

 

 

 

뭉뚱그려 말하자면 얘는 단순히 1.9kg의 무게로 최대 35kg을 버텨주는, 높이 150cm의 65만 원짜리 삼각대일 뿐이다. 이런 스펙으로만 따지면 비슷한 삼각대는 더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제품에는 보다 매력적인 디테일들이 더 숨어 있다. 

 

끝까지 펼친 다리의 가장 약한 부분의 지름이 22mm로, 가격대의 타사 제품들보다 굵다. 또 전체적으로, 관절을 줄이고 지면에서 카메라까지의 일체감을 높여서 진동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 예로, 다리 하나를 뚝 분리해서 모노포드로 쓸 수 있는 등의 잡기능이 없고, 센터컬럼과 허브(세 개의 다리가 만나는 몸통)가 타사 제품들에 비해 극단적으로 밀착되는 구조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센터컬럼은 원래 높이 조절이 가능해야 해서 허브의 내경과 센터컬럼 외경 사이에 반드시 미세한 유격이 있어야만 한다. 완전히 빡빡하면 움직이질 않을 테니까. 그래서 센터컬럼을 위로 뽑아올리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유격으로 인한 불안정과 미세진동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포토클램 제품들처럼 센터컬럼을 허브에 딱 붙여주면 고마울 수밖에. 초기위치에서만큼은 보다 높은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이 회사의 허브, 짱짱하게 가공한 특수 공법에도 신뢰가 생긴다.

 

여기에 삼각대와 똑같이 35kg 하중을 지지해주는 볼헤드로 pro-38NS를 고르면 18만 원이 추가된다. 총 예산 83만 원. 2kg도 안되는 카메라+렌즈를 올리는 데에 굳이 최대하중이 그만큼이나 필요한 걸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다리가 휘지 않으면서 설치할 장비 무게의 10배를 버텨주는 게 보편적인 '최소' 요구조건이다. 만약 렌즈가 망원 줌렌즈로 바뀐다면? 혹시나 위에 스트로보가 달려 있다면? 세로그립까지 장착된 카메라가 올라가 있다면? 최대하중 35kg은 지나친 욕심일 수가 없다. 별 궤적이라도 찍으러 몇 시간씩 밤이슬 속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들어왔는데, 별들이 밤새 바람에 자글자글 흔들리며 일주한 꼴을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어우...

 

짓조나 맨프로토 같은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면 호루스벤누, 시루이, 레오포토 등등 가성비 좋다는 삼각대 제조사들은 중국 기업이거나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포토클램은 국내 기술로 국내 생산하는 삼각대 제조사라, A/S 면에서도 유리하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이 모델은 나도 갖지 못한 드림 삼각대다. 당연히 포토클램이나 그 어떤 회사도 소정의 원고료 따위 준다는 데가 없다. 후기가 아니고 리뷰는 더 아니다. 그저 방구석 수다쟁이의 환상이자, '갖고 싶다'는 푸념일 뿐... (센스 없는 애드센스야, 삼각대 광고라도 붙여 줘보겠니 ㅋㅋㅋ) 언젠가 이 포스팅을 우리 아내에게 보여줄 빅 픽쳐를 그려 본다. 뒤로가기 버튼을 없애 버려야겠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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