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필름사진 이야기

아거스(argus) c44 - 사고 싶은 예쁜 필름카메라

나그네_즈브즈 2020. 12. 21. 11:03
문제의 광고 포스터. 아거스 C4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 일요일 저녁. 아내와 거기서 외식을 하는 게 아니었다. 몇 주 전 알아둔 괜찮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었다. 아내가 내 뒤통수 벽에 붙은 포스터를 가리켰다. 식당에서 나름 인테리어라고 붙여둔 포스터였다. 왠 처음보는 필름카메라가 있었다. 모델명은 잘 안보였지만, 아래쪽 붉은 로고를 보는 순간 바로 알았다. 아, 아거스네!

 

아거스는 미국의 카메라 제조사다. 제조사였나? 아무튼. 이 회사의 카메라는, 특히 C 시리즈는 미국에서 '국민 카메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C3 모델은 영화 해리포터와 월드오브투모로우에도 등장해 더 유명해졌다. 나도 C3를 통해서 아거스라는 제조사를 알게 된 경우였으니까. 디자인 취향으로 치자면, 나는 외부에서 설정값을 확인할 수 있는 다이얼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거스의 C 시리즈는 그 점에서 훨씬 특별하다. 톱니로 서로 물려서 돌아가는 디자인의 다이얼들이 자주 보인다. 

 

포스터 광고 속의 카메라는 바로 '그 아거스'의 C4였다. 흠, 좀 예쁜데? 저렇게 정면으로 보면 굉장히 예쁘지만 다른 각도에서는 렌즈가 참 못 생겼다는 걸, 집에 와서 검색해 보며 알게 됐다. 휴, 다행이다. 꺼져랏 지름신이여! 크하하핫. 그러나

 

분명 구글 이미지에서 봤을 때는 렌즈가 저렇게 끝부분이 좁아지는 형태가 아니었고, 심지어 여러 종류였단 말이지. 이건 뭔가 수상 쩍어. 냄새가 난다고. 계속된 구글링을 통해서, C4 까지는 붙박이 렌즈이지만 그 다음에 출시된 마지막 모델 C44는 렌즈 교환형 마운트가 적용됐다는 걸 알았다. 무려 6가지의 렌즈 라인업(35mm f3.5, 35mm f4.5, 50mm f2.8, 100mm f3.5, 100mm f4.5, 135mm f3.5)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만일 예쁜 게 죄였다면, 얘는 지옥행일 게 틀림없다.

 

나에게는 지구에서 가장 예쁜 필름카메라인 롤라이35s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필름카메라일수록 투 바디(카메라 두 개)는 요긴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필름을 장착하는 순간 정해진 감도는 36장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바꿀 수가 없다. 실외에서 저감도 필름을 사용하다가, 고감도가 필요한 실내에서 다시 많은 사진을 찍어야 할 때가 분명 있다. 이럴 때 다른 필름을 품고 있는 필름카메라가 있기만 하다면! 어두운 곳과 밝은 곳에서 모두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터렛형 뷰파인더를 장착한 아거스 c44와 교환형 렌즈들



내가 뭐, 굳이 아거스 C44를 사겠다는 건 아니다. 이베이에 들어가서 그냥 한번 알아보기만 했다. 롤라이35에는 40mm 스냅화각의 렌즈가 붙박이로 달려 있으니까, 100mm f3.5 망원렌즈를 검색해 봤다. 55달러면 별로 비싸지도 않다. C44 바디도 수 십 달러에 그치는 가격대다. 여기에 터렛형 뷰파인더와 플래시, 셀레늄 노출계 등등을 주렁주렁 달아도 30만 원을 넘길 것 같지는 않다. 다시 말하지만 심하게 예쁘기는 하다.

 

그냥 그렇더라는 얘기다. 다이어트 한다고 메뉴판도 못 보는 건 아니니까. 이러니까 내가 처음에 얘기했던 거다. 어제 거기서 외식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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