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촬영과 보정 연구

롤라이35 조리개별 거리별 피사계심도, 허용착란원 기준

나그네_즈브즈 2020. 12. 19. 17:25

https://atticus262.tistory.com/78

 

목측식 필름카메라 롤라이35를 사용해서 존포커스를 배워보는 포스팅을 올렸었다. 이 내용은 Rollei35 operation manual을 구글링해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조리개별, 거리별로 초점이 맞게 되는 영역(포커스존)이 표로 나와있다.

 

 

롤라이35 시리즈의 피사계 심도를 나타낸 표. (출처 : Rollei35 operation manual)

 

예를 들면, 조리개를 f2.8로 두고 포커스링을 돌려서 6m 지점을 가장 가운데 삼각형에 오도록 하면 4.8m부터 8m 사이에 있는 피사체들은 선명한 초점을 맺게 된다. 사실을 말하자면, 내 경우엔 예전에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6m에 초점을 맞췄는데 그보다 앞뒤로도 초점이 맞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그러면 뭐 하러 초점을 맞추려 애쓰겠느냐고. 4.8m는 선명하고 4.7999m에 있는 건 흐려지는 거냐고. 혹시 나 같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재주를 좀 부려봤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다 보면, 사진에서 초점이 맞게 되는 원리부터 시작해 다른 카메라와 렌즈를 가지고는 어떻게 수동초점을 작동해야 할지를 모두 추론해낼 수 있다. 이야기가 얼마나 길어질지 나도 모르겠다. 첨부할 그림파일을 작업하고 있는 내 화면을 보더니, 아내는 "구독자 다 떠나 보내려고요?" 하며 혀를 끌끌 찼다. 그래도 해보자.

 

예전에 아웃포커싱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조리개와 초점거리 중에 누가 더 중요한 변수일까를 다루었던 포스팅이 있었다. 그곳에서도 소개했지만 한번 더 말하자면, 점은 크기가 없고, 대신 초점이 맞지 않아서 흐려진 점은 원으로 나타나며, 그 원(착란원이라고 한다)의 크기는 c=(f/N)*[f/(a-f)]*[b/(a+b)] 처럼 게산된다고 했다. 여기서 f는 렌즈의 초점거리, N은 조리개값, a는 촬상면에서 피사체까지의 거리, b는 피사체에서 배경까지의 거리다. 오늘 다룰 내용에서 변수는 b뿐이니까 a+b=x라고 해서 조금 바꾸면, c=(f/N)*[f/(a-f)]*[(x-a)/x] 로 나타낼 수 있다. 

 

 

흐려진 점들의 크기는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그 변화 양상은 조리개가 바뀌면 역시 달라진다.

 

엑셀에서 그려본 그래프인데, 롤라이35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했기 때문에 F=40mm이다. 착란원의 크기가 클수록 점이 많이 흐려진다는 뜻이다. 착란원의 크기는, 피사체를 이루고 있는 그 점이 카메라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포커스링의 6m 눈금을 가운데 삼각형에 오게 만들었기 때문에, 6000mm 떨어진 피사체의 점들은 착란원이 아니고 당연히 사이즈도 0인 것을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보다 멀어질수록, 혹은 가까워질수록 피사체를 이루고 있는 점들은 점점 더 큰 착란원을 만들게 된다. 자, 여기까지 보면 초점은 정확히 6m에서만 선명하게 맞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눈은 이상적인(크기가 0인) 점과 원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하지 않다. 어떤 피사체의 경계선이나 컨트라스트의 경계면이, 크기를 가진 점 혹은 극히 작은 착란원으로 이루어져 있더라도 우리는 그걸 '제법 굵은 선' 정도로 여기고 말 뿐이다. 시력에 따라서는 착란원이 그보다 더 커진대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다 일정 크기 이상으로 착란원이 더 흐려지면 "잠깐만, 이건 선 넘었지!" 싶을 때가 된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고 환경에 따라서도 다르다. 이걸 '허용착란원'이라고 한다. 허용착란원보다 작은 크기에서 사람은, 더 작은 점과 더 큰 점을 구분하지 못한다.

 

 

착란원을 점으로 허용해 주는 '기준'이 정해지면, '가짜 점'들을 만드는 데 기여한 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착란원 크기를 나타내는 그래프 위에 허용착란원의 한계를 그어보면, 수평선과 곡선이 만나는 특정 거리의 영역(가로축) 내부에서는 착란원이 비록 이상적인 점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눈으로는 그걸 점으로만 인지하게 된다. 결국 초점이 맞았냐 아니냐의 문제는, 엄밀한 수학적 정의를 따르지 않는다. 경험적이고 실험적이며 통계적인 '기준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면 롤라이35를 설계한 사람들이 만든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 어디까지를 점으로 '인정'해줘야 메뉴얼에 등장하는 표가 계산되는 걸까? 그들의 기준은, 통상적인 기준보다 엄격했을까. 아니면 느슨했을까.

 

롤라이35가 가지고 있는 허용착란원의 크기를 알아보는 법은 간단하다. 소개된 착란원 크기를 구하는 식에, 표에 등장하는 값 몇 가지를 대입해보면 그만이다. 나는, 아까부터 꽂혀있던 N=f2.8 / 피사체 a=6000mm / 배경 x=8000mm / F=40mm 를 대입해봤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점은 더 흐려지니까, 피사계 심도 4.8m ~8m 의 끝 점을 대입하면 가장 큰 착란원이 나온다. 계산해 보면 착란원의 지름은 0.02369 mm 가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왜 하필이면 이 숫자를 고른 걸까? 

 

 

사실 롤라이35의 피사계심도를 나타낸 표 아래에는 'Circle of confusion'이 0.25mm 라고 표시되어 있다. 0.023969가 아니네? 여기 적힌 0.25mm는 인화된 사진에서 보이는 착란원의 크기이고, 우리가 지금껏 계산한 허용착란원 0.023969 mm는 카메라 안에 장전된 필름 면에서의 착란원 지름을 나타낸다. 35 mm × 24 mm 크기의 필름을 인화하면 사진의 크기는 그보다 확대되니까, 이 둘 사이에는 어떤 비율이 존재해야 하는 게 옳다. 

 

필름 위에서의 착란원이 아무리 작아도 사진을 초초초대형 인화하면 경계선은 흐려보일 수 있다. 롤라이35가 0.25 mm까지 인정해 준 '흐려진 점'은 어느 정도 크기의 사진 위에서 바라본 것일까. 이 질문도 당연히 '기준'에 포함돼야 한다.

 

0.023969 착란원이 0.25 착란원으로 확대된 비율만큼 다른 점이나 형태, 피사체들도, 아니 필름 자체도 확대됐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0.023969에 곱해져 0.25가 되게 만든 배율 n을 구해서, 그걸 필름 사이즈에 같은 방식으로 곱해주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n은 10.43이 나온다. 35 mm × 24mm 필름은 이 뻥튀기 덕분에 15" × 10" 크기의 사진으로 인화된다.정리하면, 롤라이35는 만들어질 때, 사용자가 촬영한 사진을 최대 15" × 10" 크기로 인화해서 거기 나타난 0.25 mm 이하의 원과 점들을 구분하지 못할 거라는 기준으로 설계됐다는 뜻이다.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여기서 한 차례 끊어야 할 것 같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일반적으로 허용착란원의 크기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이를 활용해 피사계 심도의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를 구하는 공식을 유도해볼까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