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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는 빛 02 - 계절과 시간

photo는 빛, graph는 그림이다.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 데도 다 이유는 있다. 필름이 도화지, 렌즈가 붓이라면 빛은 물감이다. 사람들은 카메라와 렌즈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다. 돈을 쓰는 문제도 그렇지만, 흔히 '사진을 배운다'고 할 때에도 주로 기계 장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논점이 집중돼 있다. 빛에 대해서도 탐구해보자. 모델을 찍고 출사를 떠나는 등 처음에는 피사체를 따라 프레임을 만들지만, 어느 시점에는 빛을 보고 셔터를 누르게 되는 때도 있다. 알고보면 빛도 달리 보인다.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한 딱딱하고 부드러운 빛, 경조와 연조를 만드는 빛에 이어서 오늘 이야기를 조금 더 확장 또는 적용해보려고 한다. 내가 처음 사진을 배울 때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했다. "여름에 찍..

렌즈 구입 02 - 렌즈 설계의 한계

촬상면이 도화지라면 렌즈는 붓이다. 카메라를 고를 때처럼, 어떤 붓을 사용할지를 결정할 때에도 고민해야 할 요소는 차고 넘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렌즈는 필요없다. 내 그림에 잘 맞는 렌즈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공부지만, 꽤 큰 돈이 걸린, 그나마 신나는 공부라고 할 수 있겠다. 완벽한 사진기가 없듯, 완벽한 렌즈도 없다. 렌즈를 고를 때도 장단점을 파악하고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단점을 소거해 나가야 한다. 이때 렌즈라는 광학기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의 필연적인 한계를 알고 있다면, 그 단점들을 헤아리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난 사실 렌즈 설계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지만, 렌즈 구입 때마다 찾아보던 리뷰어 중에 올리브페이지 님의 블로그를 보며 많은 공부가 됐다.) 0. 사진 ..

카메라 구입 03 - 행복은 센서 크기 순?

맨날 공부 포스팅만 올리자니 쓰는 본인도 기가 빨린다. 장난감[?]이 있어야 공부에도 재미가 깃드는 법. 슬슬 카메라 살 준비를 해보는 게 어떨지. 가격은 만만찮고 부푼 꿈에 비하면 예산은 언제나 부족한데, 뭘 알고 골라야 바가지를 피하든가 후회를 피하든가 할 게 아닌가. 이 시리즈는 초보가 카메라를 고르는 대장정을 인도할 예정이다. 카메라를 사려면 결정해야할 고민이 많다. 이 바닥에는 행복은 센서 크기 순, 판형이 깡패 등의 속담[?]이 있다. 센서크기에 따라 원본사진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지갑과 통장 잔고에도 만만찮은 영향을 미친다. 결론부터 적어보자. 품질은 센서 크기 순, 가격도 센서 크기 순, 그래봤자 사진은 결국 아마추어 수준. 더 큰 센서의 카메라, 사고 싶으면 사는 것밖에 ..

내가 절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이유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우울증을 겪고 있다. 작년에는 너무 힘들어서 6개월 휴직도 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불신, 회의, 무기력 그런 감정들만이 내 안에 가득하다. 나는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는데 그동안 조금이라도 더 내게 맞는 장비를 사고 감동이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날 불현듯 깨달았다. 나는 결코, 절대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아, 이 고백을 하려니 또 우울해지네. 나는 영혼이 들어가야 좋은 사진이 된다고 믿는다. 모델을 찍는 동안에는 그 모델과 사랑에 빠져야 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할 때도 애정이 있어야 하고 하다못해 풀꽃을 찍는대도 촬영자 마음에 핀 환한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기가 사라진다는 게 그런 뜻일 ..

사진색감 용어 정리 - 다이나믹레인지

노출에 대해 아주 조금만 배워도 5.6이 셔터속도나 감도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125는 언뜻 보아 감도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60 30 15 같은 숫자들이 잇달아 보인다면 그렇게 작은 감도는 굉장히 드물고, 그것들은 사실 셔터속도의 분모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노출에 관해 아주 조금만 알아두면 여행지에서 처음 만져보는 카메라를 받아 들더라도 부탁한 이방인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촬영해줄 수 있게 된다. 색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뽀샵을 하든 하지않든, 아주아주 조금만 알아둬도 큰 도움이 된다. 컴퓨터로 하는 후반작업이 귀찮은 사람이라면 사진기 내부의 색감설정을 건드릴 줄 알아야 할 것이고, 제조사마다 인터페이스는 다를 것이다. 보정을 도와줄 컴..

추억의 렌즈리뷰 - 시그마 C 16mm f1.4 DC DN

지금은 다 정리해버렸지만 미러리스 시절 사용했던 렌즈들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졌다. 그 때 참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내가 어떤 사진을 찍고싶은지 그런 것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 렌즈들을 거쳤던 것 같다. 시그마 C 16mm f1.4 DC DN 이 렌즈는 내 첫번째 렌즈였으면서 유일하게 내가 팔았다가 다시 산 애증의[?] 렌즈였던 것 같다. ㅎㅎㅎ DC는 크롭용, DN은 미러리스용이다. 따라서 이 렌즈는 사실 24mm 화각이다. C(컨템포러리) 라인은 적당히 가볍지만 화질이 넘사벽 수준까진 되지 못하고 A(아트) 라인은 화질에 영혼을 걸었으니 무게와 덩치를 생각하면 아차 싶을 거다. 1. 외관 ★★☆☆☆ 견고함이나 방진방적 등 신뢰성은 보통 450g의 무게와 크기도 그럭저럭이다. 디..

알고 보는 빛 01 - 딱딱하거나 부드럽거나

photo는 빛, graph는 그림이다.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 데도 다 이유는 있다. 필름이 도화지, 렌즈가 붓이라면 빛은 물감이다. 사람들은 카메라와 렌즈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다. 돈을 쓰는 문제도 그렇지만, 흔히 '사진을 배운다'고 할 때에도 주로 기계 장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논점이 집중돼 있다. 빛에 대해서도 탐구해보자. 모델을 찍고 출사를 떠나는 등 처음에는 피사체를 따라 프레임을 만들지만, 어느 시점에는 빛을 보고 셔터를 누르게 되는 때도 있다. 알고보면 빛도 달리 보인다. 오늘 알아볼 빛의 성질은 딱딱하냐 부드럽냐에 관한 내용이다. 여기에 따라서 촬영자는 같은 피사체라도 그 느낌을 변주해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빛이 손으로 만져지는 것도 아닌데, 무슨 기준으로 딱딱하고 ..

렌즈 구입 01 - 렌즈 이름 해석하기

촬상면이 도화지라면 렌즈는 붓이다. 카메라를 고를 때처럼, 어떤 붓을 사용할지를 결정할 때에도 고민해야 할 요소는 차고 넘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렌즈는 필요없다. 내 그림에 잘 맞는 렌즈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공부지만, 꽤 큰 돈이 걸린, 그나마 신나는 공부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이 바닥의 문법부터 익히는 게 좋겠다. 렌즈를 검색해보면 온갖 알 수 없는 숫자와 알파벳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졸지에 까막눈[?]이 되기 십상이다. 오늘은 큰 욕심 내지말고, 이것부터 외우자. 브랜드-마운트-초점거리-조리개. 다시, 브랜드-마운트-초점거리-조리개다. 뭔 소리냐 이게. 예를 들어보자. 지금부터 렌즈를 내 마음대로 만들어보겠다. Canon EF-M 16-50mm F3.5 STM IS..

사진색감 용어 정리 - 컨트라스트

노출에 대해 아주 조금만 배워도 5.6이 셔터속도나 감도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125는 언뜻 보아 감도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60 30 15 같은 숫자들이 잇달아 보인다면 그렇게 작은 감도는 굉장히 드물고, 그것들은 사실 셔터속도의 분모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노출에 관해 아주 조금만 알아두면 여행지에서 처음 만져보는 카메라를 받아 들더라도 부탁한 이방인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촬영해줄 수 있게 된다. 색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뽀샵을 하든 하지않든, 아주아주 조금만 알아둬도 큰 도움이 된다. 컴퓨터로 하는 후반작업이 귀찮은 사람이라면 사진기 내부의 색감설정을 건드릴 줄 알아야 할 것이고, 제조사마다 인터페이스는 다를 것이다. 보정을 도와줄 컴..

노출보다 중요한 측광 3/3 - 노출보정

감도, 셔터속도, 조리개를 조절해서 사진을 찍는다. 노출이 적당한가? 너무 밝거나 어두우면 다른 시도를 해보기도 한다. 사람이 사진을 보고 밝기를 판단하는 것처럼, 사실은 사진기도 나름의 방법으로 노출을 가늠한다. 이 역할을 하는 단위를 노출계라고 하고, 그가 수행하는 역할은 '빛을 잰다'고 해서 측광이라 부른다. 셔터속도와 감도는 높아질수록, 조리개는 작아질수록 밝게 찍힌다. 이것만 외우면 끝나는 노출보다, 측광은 훨씬 중요하다. 찍는 행위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사진기라는 도구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첫 관문이기도 해서다. 측광 시리즈는 사실은 심혈을 기울여 포스팅해야 하는데, 이후에 소개하게 될 히스토그램, 컨트라스트, 비트심도, 다이나믹레인지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간략하게만 먼저 정리해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