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카메라와 렌즈와 기타 장비

카메라 구입 03 - 행복은 센서 크기 순?

나그네_즈브즈 2020. 10. 15. 14:13

맨날 공부 포스팅만 올리자니 쓰는 본인도 기가 빨린다. 장난감[?]이 있어야 공부에도 재미가 깃드는 법. 슬슬 카메라 살 준비를 해보는 게 어떨지. 가격은 만만찮고 부푼 꿈에 비하면 예산은 언제나 부족한데, 뭘 알고 골라야 바가지를 피하든가 후회를 피하든가 할 게 아닌가. 이 시리즈는 초보가 카메라를 고르는 대장정을 인도할 예정이다.

카메라를 사려면 결정해야할 고민이 많다. 이 바닥에는 행복은 센서 크기 순, 판형이 깡패 등의 속담[?]이 있다. 센서크기에 따라 원본사진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지갑과 통장 잔고에도 만만찮은 영향을 미친다. 결론부터 적어보자.

 

품질은 센서 크기 순, 가격도 센서 크기 순, 그래봤자 사진은 결국 아마추어 수준. 더 큰 센서의 카메라, 사고 싶으면 사는 것밖에 답이 없다. 사진 속의 이야기와 감동까지 깊어지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않을 거라면.

오늘은 센서에 따른 장단점을 정리해보는 게 좋겠다. 원소나열법을 시전하기 전에 일반적인 특징을 잠깐 떠올려 보자.

 

체감 상, 대체로 큰 센서들의 DR과 비트 심도가 우수한 경향이 있다. 물리적인 연관성은 잘 모르겠지만. 또한, 작은 면적에 너무 많은 픽셀을 우겨넣으면 고감도에서 생길 수 있는 노이즈 억제에 불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팔아먹어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36mm*24mm 규격에 2400만 화소(24MP, MP는 Mega Pixel)를 채택하는 걸 기본으로 본다. 

 

센서가 작으면 화각이 좁아지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같은 렌즈를 마운트하면 작은 센서에서 봤을 때 초점거리가 더 긴 것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센서가 크면 상대적으로 피사체에 더 다가갈 수 있고, 이것 때문에 아웃포커싱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큰 센서의 재료 자체가 아웃포커싱을 만드는 건 아니라서, 촬영 위치만 똑같으면 심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제조사는 조~금 더 비싼 풀프레임 센서를 넣고, 이걸 많~이 더 비싸게 팔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여기에 다이얼, 커스텀 버튼, 듀얼슬롯 등의 편의기능이 더 많이 들어가 있다. 렌즈 라인업도 더 화려하다. 마케팅도 '풀프레임이 표준'인 양 한다. 소비자들도 당연히, 이 전략에 순순히 따르는 경향이 있다. 단적인 예가 환산 화각이다. 아무 말 없이 '화각'이라고만 하면 대부분 풀프레임에서의 화각으로 환산했을 때를 가정하고 있다. 이 글에서 나도 그렇게 해야할 것 같다.

 

  풀프레임, 1:1센서 APS-C, 1:1.5센서 포서드, 1:2센서
센서 규격 35mm × 24mm 24mm × 16mm 18mm × 12mm
200mm 렌즈의 환산 초점거리 200 mm 300 mm (200 × 1.5) 400 mm (200 × 2)
16mm 렌즈의 환산 초점거리 16 mm 24 mm (16 × 1.5) 32 mm (16 × 2)
24MP에서 ISO를 높이면 노이즈 없이 깨끗한 사진 노이즈 보정이 필요한 사진 노이즈 보정이 필요한 사진
일반적 다이나믹 레인지 14 EV 13 EV 12 EV
RAW 파일의 비트심도 14 bit 가능 14 bit 가능 12 bit 가능
카메라 가격대 200 ~ 400만 원 60 ~ 180만 원 50 ~ 200만 원
특징 온갖 편의기능 집합체 별 특징이 없는 게 특징 방진방적, 영상기능 특화

 

1. 중형(Mid Frame, MF) 센서

최소 몇 백만 원, 많게는 수 천만 원을 쓸 각오가 돼 있는가? 아니라면 2번부터 읽으셔라. 14스탑 넘는 DR에 16비트 심도를 안내면 중형이 아니라고 욕을 먹는 동네다. 핫셀블라드, 마미야, 펜탁스, 후지 등 소수 회사에서만 만든다. 이 바닥에서는 센서 크기를 mm가 아닌 cm 단위로 얘기한다(스케일이 다르다는 건 이런 것 ㅋㅋㅋㅋ). 6*7, 6*6, 6*4.5 등이 있다. 645 포맷도 작다고 못 쓴다는 사람도 봤다. 믿거나 말거나. 

 

2. 풀프레임(=소형, FF) 센서

35mm*24mm의 135포맷 옛날 필름과 딱 같은 크기의 센서다. 1:1 센서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성능으로 보면 상위 라인업에서는 14 EV 다이나믹레인지에 14 bit RAW를 소화하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표준화소는 24MP이고, 대략 그 이상의 36-45-61MP의 고화소 카메라들도 있다. 특히 한국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건 뇌피셜. 대표적 모델로는 D6, D850, Z6, 5D IV, 1Dx III, R5, A7 III, A9, S1 등이 있다. 출시가 기준으로 200~400만 원을 생각해야 한다.

 

3. 크롭(APS-C) 센서

사실 지금부터 이 아래로는 통칭 (넓은 의미의) 크롭센서다. 좁은 의미로는 APS-C 규격인 24mm*16mm의 센서다. 풀프레임 길이를 1.5배씩 줄여놓은 크기다. 풀프레임으로 환산하면 초점거리가 렌즈의 스펙보다 망원 쪽으로 1.5배 길어지는 효과를 낸다. 90mm 렌즈가 크롭센서와 만나면 마치 풀프레임에서 135mm 렌즈로 보는 것과 같은 화각을 보여준다. 크롭 전용 렌즈라고 해도 표시된 초점거리에 1.5를 곱해서 생각해야 한다. 광각에 불리하고 망원엔 유리하다. 풀프레임과 비교하면 넓이는 1.5의 제곱인 2.25배 작다. 표준 화소 수도 풀프레임에 비해 이만큼 적으면 좋겠지만 보통은 똑같이 2400만 화소를 때려박아 넣는다(C사는 더 넣기도 한다). DR은 13스탑 정도지만 RAW파일의 비트심도는 14bit를 소화하는 게 보통이다. 200D, 90D,  m50, m6 II, D7500, a6400 등이 입문자들의 현실적 후보군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가운데를 잘라내서(crop), 확대하기 때문에, 망원 효과가 생긴다.

4. 마이크로포서드(MFT) 센서

18mm*12mm로, 풀프레임에 비해 길이로는 2배씩 작다. 풀프레임 환산 초점거리도 2배가 된다. 넓이는 4배 작다. 내 카메라도 이 센서인데, DR은 12스탑 정도(추정)로 APS-C에도 밀리고 RAW 촬영도 12bit만 가능하다. 파나소닉과 올림푸스에서 만든 전용[?] 포맷 느낌. 센서 크기에 따라 카메라도 부피가 작은 편이다. 올림푸스는 추운 날씨와 먼지, 비바람 등 악조건에도 견디는 내구성으로 유명하고 파나소닉은 영상 쪽에 잔뼈가 굵다. 두 제조사 모두 손떨림방지 기술은 원조 격이라고 할 만큼 훌륭하기로 유명하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센서 규격.

 

5. 1인치 이하 센서, 포베온 센서

주로 똑딱이에서 채용하는 센서 규격이다. 성능은 잘 모르겠다. 설명도 생략한다. (불친절ㅋㅋ)

 

풀프레임 추천 : 예산 넉넉, 장비병, 보도사진, 광각촬영 위주, 풍경 사진 위주, 돈 받고 찍는 사진

크롭센서 추천 : 예산 부족, 단순취미, 무거운 건 싫다, 콘서트 덕질이나 조류/스포츠 등 망원촬영 위주, 영상 촬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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