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상면이 도화지라면 렌즈는 붓이다. 카메라를 고를 때처럼, 어떤 붓을 사용할지를 결정할 때에도 고민해야 할 요소는 차고 넘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렌즈는 필요없다. 내 그림에 잘 맞는 렌즈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공부지만, 꽤 큰 돈이 걸린, 그나마 신나는 공부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이 바닥의 문법부터 익히는 게 좋겠다. 렌즈를 검색해보면 온갖 알 수 없는 숫자와 알파벳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졸지에 까막눈[?]이 되기 십상이다. 오늘은 큰 욕심 내지말고, 이것부터 외우자. 브랜드-마운트-초점거리-조리개. 다시, 브랜드-마운트-초점거리-조리개다. 뭔 소리냐 이게. 예를 들어보자.
지금부터 렌즈를 내 마음대로 만들어보겠다.
Canon EF-M 16-50mm F3.5 STM IS
얘는 캐논에서 만들었고 EF-M 마운트 카메라에 꽂을 수 있으며, 초점거리는 16mm에서 50mm까지 바꿀 수 있고, 조리개는 언제든지 3.5까지는 개방할 수 있는 렌즈다.
Nikorr Z 60mm F2.8 MACRO
니콘의 렌즈브랜드인 니코르 렌즈다. 미러리스인 Z마운트용 렌즈이므로, 니콘 DSLR유저는 사용할 수 없다. 화각이 60mm로 고정된 단초점렌즈이면서, 조리개는 2.8까지 열 수 있다.
SONY 알파 FE 24-105mm F1.8-3.5 OSS
소니의 자체 렌즈브랜드는 알파다. E마운트에 사용하는 줌렌즈이다. 초점거리가 24mm일 때 최대 개방조리개는 1.8이지만, 이대로 줌링을 돌리면 조리개가 저절로 조여져서 105mm에서는 3.5가 된다. 당연히 밝기도 변한다.
자,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예시다. 대강은 다들 브랜드-마운트-초점거리-조리개 스펙으로 렌즈 이름이 표현된다.
카메라도 만들고 렌즈도 만드는 회사들은 이런 문법을 비교적 충실히 따른다. (니콘의 DSLR용 렌즈는 마운트 규격을 표시하지 않는다.)
이제 좀 기교를 부린[?] 렌즈이름들을 살펴볼 차례다. 이것도 내가 만든 가상의 렌즈들이니 오해하지 말자.
Carl Zeiss / Planar T* / 135mm F2.0 / Leica용
칼 자이스는 중간에 설계방식과 코팅기술을 넣는다. 라이카 바디에 장착할 수 있다.
Sigma A / 24-70mm F1.4-2.8 / M포서드용
시그마는 A렌즈, C렌즈들이 나와 있다. 알파벳이 없는 저가형 렌도도 물론 있다.
맨 뒤에 나오는 M포서드는 사용할 수 있는 마운트를 의미한다.
Samyang / 35-90mm F2.0 / 후지X용
삼양옵틱스는 한국의 렌즈 제조사다(국뽕 장전). 역시 맨 마지막에는, 후지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아까보단 좀 개판 오분 전이지만, 모두 렌즈 전문 서드파티(비주류)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이름을 보면 브랜드이름 + *잡소리) + 초점거리/조리개 + 마운트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앞서와 가장 다른 점은 렌즈의 마운트 규격이 맨 뒤로 가 있다는 점이다. 렌즈 전문회사에서 설계한 제품들은 같은 렌즈라도 마운트 규격을 각각 적용해서 낸다. 소니 카메라 카페에서 M포서드용 시그마렌즈를 잘못 사서 속상해 하시는 분을 본 적이 있다. 마운트가 안맞으면 카메라와 렌즈의 결합이 아예 불가능하다. 몰라도 그렇지만, 알고 있다가도 실수로 이런 사고[?]가 정말 생긴다.
그러면 STM은 뭐고 VR은 뭐고 MACRO는 왜 붙었으며 IS, ED, OSS, GM, USM, AS 등등은 다 뭐란 말인가. 쉽게 설명하자면 '옵션'이다. 해당 렌즈가 가지고 있는 특수기능이나 등급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유하자면 전치사나 부사구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 포스팅에서 직무유기를 하지는 않았다. 렌즈 문법의 핵심 성분은 네 가지인 게 맞다. 제조사나 브랜드, 초점거리, 최대개방 조리개, 그리고 마운트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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