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우울증을 겪고 있다.
작년에는 너무 힘들어서 6개월 휴직도 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불신, 회의, 무기력
그런 감정들만이 내 안에 가득하다.
나는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는데
그동안 조금이라도 더 내게 맞는 장비를 사고
감동이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날 불현듯 깨달았다.
나는 결코, 절대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아, 이 고백을 하려니 또 우울해지네.
나는 영혼이 들어가야 좋은 사진이 된다고 믿는다.
모델을 찍는 동안에는 그 모델과 사랑에 빠져야 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할 때도 애정이 있어야 하고
하다못해 풀꽃을 찍는대도
촬영자 마음에 핀 환한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기가 사라진다는 게
그런 뜻일 것이다.
카메라는 잊혀지고 세상 모든 것들이 잊혀지고
찰칵, 하며 피사체와 나만이 존재하는 순간에라야
좋은 사진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론과 이해와 논리는 가득하다. 하지만
나는 결코, 절대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나를 숨겨준 커다란 카메라, 비싼 렌즈들을 버리고
아무리 찾아보고 뒤져보아도
나에게는 사랑이 없다.
가족에 대한 애착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좋은 것들에 관한 감사도, 그 어떤 뜨거움도,
나에게는 없다.
내 눈은 뷰파인더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셔터를 끊고 나면 남는 것은 언제나
고독과 허무함 그 뿐이다, 나는 아마도
좋은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것이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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