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촬영과 보정 연구

노출보다 중요한 측광 3/3 - 노출보정

나그네_즈브즈 2020. 10. 3. 17:35

감도, 셔터속도, 조리개를 조절해서 사진을 찍는다. 노출이 적당한가? 너무 밝거나 어두우면 다른 시도를 해보기도 한다. 사람이 사진을 보고 밝기를 판단하는 것처럼, 사실은 사진기도 나름의 방법으로 노출을 가늠한다. 이 역할을 하는 단위를 노출계라고 하고, 그가 수행하는 역할은 '빛을 잰다'고 해서 측광이라 부른다.

 

셔터속도와 감도는 높아질수록, 조리개는 작아질수록 밝게 찍힌다. 이것만 외우면 끝나는 노출보다, 측광은 훨씬 중요하다. 찍는 행위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사진기라는 도구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첫 관문이기도 해서다. 측광 시리즈는 사실은 심혈을 기울여 포스팅해야 하는데, 이후에 소개하게 될 히스토그램, 컨트라스트, 비트심도, 다이나믹레인지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간략하게만 먼저 정리해두자.

 

언제나처럼 핵심부터 얘기하자면, 오늘 구호는 "밝으면 밝게, 어두우면 어둡게 찍는다" (뭔 소린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노출보정이란, 측광의 결과를 미리 정해두는 설정 행위 또는 기능을 뜻한다. 측광해서 노출계가 -1 EV를 가리키도록, 또는 +1.5 EV를 가리키도록 촬영자는 미리 결정할 수 있다. 그에 따른 반응으로 감도, 셔터, 조리개가 조정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노출보정을 올리면 밝게 찍히고 내리면 어둡게 찍힌다.

그런데 이 노출보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반응은 카메라에 설정된 촬영모드에 따라 두 가지 양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수동(M) 모드에서 카메라는 측광 결과만을 노출계로 알려줄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촬영자가 노출계를 읽고, 마음속의 '노출보정'과 비교해서, 감도/셔터속도/조리개/구도(측광영역에 밝거나 어두운 부분이 더 혹은 덜 포함되도록)를 바꾸며 직접 반응해야 한다. 혹은 반응하지 않고, 다만 그러한 측광의 결과를 참고하기만 할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하늘이 어느 정도로 밝은지를 M모드 스팟측광으로 가늠할 수 있는 등이다.

 

반자동 모드에서는 카메라가 직접 측광 결과에 반응한다. 이 때 노출보정은 미리 입력되어 있고, 감도/셔터속도/조리개 중 1가지 이상은 자동으로 설정되어 있다. 카메라는 측광결과가 입력된 노출보정과 같아지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자유도를 위임받은 노출요소를 바꾸게 된다. 노오오오력을 하긴 하는데, 안되면 그만이다.

 

A모드 혹은 Av모드 (Aperture = 조리개)에서는 조리개가 고정되어 있다. 사용자가 조리개만큼은 죽어도 자기 고집대로 찍겠다고 선언했으니, 카메라는 셔터속도를 이용해 측광결과를 노출보정에 맞추려고 한다. 현재 프레이밍이 너무 밝다면 셔터 속도를 더 빠르게 빠르게 올리다가, 카메라의 한계에 다다르면 포기해버린다. 측광결과가 노출보정에 비해 어둡다면 셔터속도를 더 느리게 가져갈 것이다. 이러다가 손떨림마저 나타나는 흔들린 사진이 될 확률도 물론 있다.

 

S모드 혹은 Tv모드(Shutter speed, Time advanced)로 찍을 땐 셔터속도가 고정된다. 카메라로선 노출보정에 부합하려면 조리개나 돌리는 수밖에 없다. 이 때는 렌즈가 가진 조리개 범위에 따라 제한을 받는다. 빠른 물체를 찍거나 망원 화각이라 손떨림이 심하게 나타나면 더 낮은 조리개 값이 필요하고, 장노출 사진을 찍는 동안에는 조리개 수치가 올라간다.

 

P모드에서는 카메라가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모두 제어한다. 그와 별개로, ISO 역시 잠그거나 자동으로 바뀌도록 언제나 설정할 수 있다. 정리하면 우리는 모두 8개의 모드를 갖게 된다.

 

수동 ISO 수동 / 셔터 수동 / 조리개 수동
ISO 자동 / 셔터 수동 / 조리개 수동
A모드 또는 Av모드 ISO 수동 / 셔터 자동 / 조리개 수동
ISO 자동 / 셔터 자동 / 조리개 수동
S모드 또는 Tv모드 ISO 수동 / 셔터 수동 / 조리개 자동
ISO 자동 / 셔터 수동 / 조리개 자동
P모드 ISO 수동 / 셔터 자동 / 조리개 자동
ISO 자동 / 셔터 자동 / 조리개 자동

 

됐고, 노출보정이 뭔지 알았으니 모드보다 중요한 꿀팁을 이제부터 소개할 차례다.

 

만약 우리가 새하얀 눈밭을 평균측광으로 찍게 됐다고 치자. "음, 0 EV일 때가 가장 적당한 노출이라고 했어. 그러니까 노출보정은 0 EV에 오케이. 가깝고 먼 곳이 모두 선명해야 하니까 조리개를 16으로 고정하고 찰칵!" 하면 망한다. 0 EV는 18% 반사율을 가진 '회색'이기 때문에, 새하얗게 나와야 할 눈밭이 거무죽죽한 '회색'으로 표현된다.

 

이 눈밭을 배경으로 사람 얼굴을 찍을 땐 문제가 조금 다르다. 역시 평균 측광이고 기계적 '적정' 노출(0 EV)로 노출보정이 설정됐다고 가정하자. 노출계가 보기에 현재 화면에는 너무 밝은 여러 픽셀 속에 피부색 픽셀이 '약간' 섞여있는 정도다. 다시 말해, 너무 밝다. 셔터 속도든 조리개든, 자동으로 맡겨진 걸 어떻게든 바꿔서 사진을 더 어둡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눈밭은 밝은 회색으로, 사람 얼굴은 시커멓게 찍힐 확률이 높다. 이런 상황은 역광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동모드였대도 마찬가지다. 노출계를 보면서 0 EV에 오도록 사람이 다이얼을 움직이면 참사가 일어난다.

 

화면의 대부분이 밝은 상황이라면, 기계의 혹은 마음의 노출보정을 높여둬야 한다. 하얗고 밝을 땐, 밝게 찍어야 한다.

 

프레임이 전체가 어두울 때도 방향만 다를 뿐 대처는 똑같다.

 

어두운 무대 위에서 새하얀 셔츠를 입은 음악가가 연주를 하고 있다. 불 꺼진 예식장에서 새하얀 드레스 위에 핀 조명을 받고 있는 신부를 찍을 때도 그렇다. 이럴 때 기계의 혹은 마음의 노출보정이 0 EV에 와 있으면, 대체로 시커면 장면을 18% '회색'으로 만들기 위해 조리개를 열고 셔터를 오래 열고 난리를 친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노출이 올라가면서, 연주자의 하얀 셔츠나 신부의 드레스, 피부 등등 원래 밝은 톤이던 부분이 카메라의 기록한계를 넘어서는 하얀색으로 표현된다('날아간다'고 표현한다). 해결책은 두 가지다. 얼굴에 스팟측광하거나, 회색보다는 어둡게 촬영되도록 노출보정을 -1 EV 정도 내려야 한다.

 

우리 뇌도 눈을 통해 들어오는 시야 안에서 끊임없이 측광을 한다. 이 '뇌출계'대로 노출보정을 맞추는 게 기본이다.

결국 정리하고 묶어서 간단히 표현하자면 이렇다. "노출보정? 밝을 때는 밝게, 어두울 땐 어둡게"

 

노출이 어렵다고들 한다.

틀렸다. 노출은 아주 쉽다.

그보단 측광이 더 중요하고, 정작 가장 어려운 건 뇌출계를 단련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노출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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