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촬영과 보정 연구

사진색감 용어 정리 - 다이나믹레인지

나그네_즈브즈 2020. 10. 13. 01:00

노출에 대해 아주 조금만 배워도 5.6이 셔터속도나 감도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125는 언뜻 보아 감도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60 30 15 같은 숫자들이 잇달아 보인다면 그렇게 작은 감도는 굉장히 드물고, 그것들은 사실 셔터속도의 분모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노출에 관해 아주 조금만 알아두면 여행지에서 처음 만져보는 카메라를 받아 들더라도 부탁한 이방인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촬영해줄 수 있게 된다.

색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뽀샵을 하든 하지않든, 아주아주 조금만 알아둬도 큰 도움이 된다. 컴퓨터로 하는 후반작업이 귀찮은 사람이라면 사진기 내부의 색감설정을 건드릴 줄 알아야 할 것이고, 제조사마다 인터페이스는 다를 것이다. 보정을 도와줄 컴퓨터 프로그램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포토샵을 켜든, 그게 라이트룸이나 캡쳐원 혹은 루미나라고 하더라도, 개념에만 익숙하면 다루는 건 순식간이다.

그래서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날림으로 전달하다보니 전문적이지 못하거나 예외를 빼먹을 수도 있고, 체계없이 횡설수설할지도 모르겠다. 별 수 없다. 그런 건 차차 보강하기로 하자.

 

4. 다이나믹레인지, DR

 

촬상면이 '계조를 표현할 수 있는' '피사체' '노출'의 '최대' '폭'.

 

이 정의는 내가 다듬었고 함축적이지만 뜯어보면 DR의 뜻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고 생각한다. 우선 DR은 노출의 폭이다. 따라서 EV 또는 스탑의 단위로 표현되며, 채도와 무관하게 밝은 영역과 어두운 영역의 차이만을 나타낸다. 그러면서 노출의 '최대' 폭이라는 것은, 가장 밝거나 가장 어두운 지점의 노출 차이라는 뜻이다. 

 

또한 DR의 대상은 다름아닌 '피사체'의 노출이다. 촬상면에 이미 기록된 노출이 아니라,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실제 장면의 밝기를 말한다. +1 EV인 영역도 노출보정에 따라 얼마든지 -1 EV로 기록할 수 있다. DR을 정의할 때 가공된 밝기는 제외된다. 피사체가 가지고 있는 원형의 노출이 대상이다.

 

끝으로, 계조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실제 서로 다른 밝기를 비로소 서로 다른 톤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주체는 카메라(의 촬상면, 그러니까 필름이나 센서 같은)다. 피사체의 어떤 어두운 영역 안에서도, 더 어둡거나 덜 어두운 점들은 존재한다. 그걸 각각 다른 밝기로 카메라가 구분할 수 없다면 사진은 검은 색으로만 나타날 것이다. 실제 장면에서의 밝은 부분들도 역시 곳에 따라 하얀색에 더 가깝거나 덜 가까울 수 있다. 이들을 각각 다른 명도로 나타내는 능력이 '계조를 표현할 수 있는'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걸 못한다면 사진에서는 결국 똑같은 하얀 점으로만 기록될 수밖에 없다.

 

계조 표현이 가능한 피사체의 영역들은 각각 어둡거나 밝을 수 있다. DR을 말하려면 '최대 폭'을 찾아야 하기에, 계조가 결국 무너지는 가장 밝고 어두운 영역으로까지 한계를 테스트해야 한다. 계조가 표현되지 않기 시작하는 두 노출지점 사이의 폭이 바로 DR이다. 이것은 차이를 뜻하기 때문에, 그 한계점이 각각 어느 정도 밝거나 어두운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DR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 나는 DR이 끝나는 지점의 흑백이 불연속적으로 촬영되는지 궁금했다. 어두운 회색에서 밝은 회색으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모든 명암이 하얀색으로 되는지, 어두운 회색에서 암흑색으로 바뀌다가 순간적으로 모든 어두움이 검은색으로만 기록되는지. 아니면 DR의 폭 양 끝점이 언제나 각각 흰색과 검은색이고 그 사이가 계조로 표현되는지. 나는 궁금했다.

 

존 시스템을 출력해놓고 그걸 사진 찍어가면서 이리저리 실험해봤지만 알 수 없었다. 브라케팅 병합을 하든, 노출보정을 하든, 결과는 항상 내 가설을 빗나갔다. 오히려 그래서 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DR은 카메라의 능력이긴 하지만 그 독립변수가 피사체에 있기 때문에, 가공된 기록, 즉 사진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또한 '계조를 표현할 수 있는'의 뜻을 따르자면 DR의 양 끝에서의 변화는 연속적일 수밖에 없다.

 

 만일 A-1 시나리오가 맞다면, 이 카메라는 어느 정도 더 밝은 회색들과 어느 정도 더 어두운 회색들의 계조를 구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잘라 버린 셈이다. 이 영역 밖에서 계조 표현이 '불가능'하냐는 능력의 의미에서 볼 때, DR의 정의를 오해한 개념도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능력적 한계가 아닌 선택적 한계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A-2 시나리오를 보자. DR의 정의를 아주 충실히 따랐다. DR 폭의 가장 상단 바로 아래에서 이 카메라는 미세하게 다른 회색들을 구분할 수 있지만(비록 피사체를 실제보다 밝게 기록하고 있더라도) 그보다 밝은 점들은 하얀색으로 계조가 무너진다. DR 폭의 최하단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피사체의 조금씩 다른 암회색들을 어떻게든 다른 검은색들로 나타내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서로 다른 검은색을 서로 다르다고 기록하지 못하게 된다.

 

더 넓은 DR은 물론 중요하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 WDR(Wide DR)에서는 빨간색 박스로 표시된 명부와 암부의 표현할 수 없었던(희거나 검게만 표현됐던) 질감과 미묘한 색상들을 더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DR은 촬상면의 성능이다. 이 세계가 전체적으로 24스탑의 밝기 범위를 가지고 있다 치면, 사람의 뇌가 한번에 담을 수 있는 DR은 10~14스탑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흑백필름의 DR이 14EV, 컬러네거티브 필름은 12EV 상당의 DR을 가진다고 한다. 디지털 센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끝에, 최근 카메라들 중 일부는 14EV의 DR을 보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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