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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97

관계가 드러나는 사진? 촬영은 인터뷰... 피사체에 말을 걸자

주말에는 집에서 잘 안 나가게 된다. 정확히는, 이불 밖으로도 좀처럼 나가지를 않는다. 날씨도 차가워졌고, 코로나19의 확산세는 뜨거워졌고, 나는, 뚱뚱해 져간다(읭?). 그래도 이따금씩 슈퍼에라도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주말에는 일부러 큰 카메라를 가지고 나간다. 출퇴근 할 때는 담배갑만 한 필름카메라만 가지고 다니니, R3도 세상 구경 시켜주려고. 토요일에는 실컷 자고 일어나 아내와 산책을 했다. 날이 어둑어둑해 졌다. 실컷 잤다니까. 그치만 겨울이라 그런 걸로 해줘. 큰길 건너편 버스정류장이 보이길래, 멈춰섰다. 어두운 비탈길 위에 짝다리를 짚고 서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요즘 사진 찍기 참 좋다. 두 번째 정주행 하고 있는 드라마에 밤 씬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가슴이 말랑말랑하다. "언제 가,..

GEAR시나리오/01 여자친구 인생샷 찍어줄 카메라/렌즈 추천

여자친구 찍어줄 건데 카메라하고 렌즈 뭐 사야할까요? - GEAR시나리오 시리즈는 사진 촬영의 상황과 용도를 제 맘대로 상상하고 가정해서, 그에 어울릴 것 같은 카메라와 렌즈를 이리저리 골라보는 연재입니다. 저는 이 연재에 등장하는 제품들의 제조사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 편향도 없으며, 이 추천은 그야말로 '시나리오'에 불과한 개인적 의견임을 미리 밝힙니다. 글쎄. 대답하기 전에 내가 되물어야 할 질문이 훨씬 많은데 말이지. 여윳돈이 얼마나 되는지, 야외에서 찍을 건지 실내에서 찍을 건지, 여자친구 얼굴이 갸름한지 넙대대한지, 셀카도 찍는지 아닌지, 여자친구를 찍어줄 때 말고 카메라의 주인이 누군지, 사진에 취미가 있는 김에 여자친구도 찍는 건지 찍사 노릇에 취미 없지만 사랑으로 찍어주는 건지 등등에 따라..

비둘기 20201129

일요일 오후 사무실에서 잔업을 마친 뒤 집에 가는 길이었다. 절집처럼 조용한 주말 오후 거리의 낮잠을 누군가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회사 근처 공원이 소란스러웠다. 열 살을 갓 넘겼을까 싶은 여자아이 둘의 목소리였다. 학원가방을 메고, 과자 봉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푸드덕거리는 한 떼의 비둘기 속에서였다. 비둘기는 내게 있어선 중요한 소재다. 내가 인간에 대해 가지는 혐오가 그들에게서 어렴풋이 보인다. 게다가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평화의 새라서 그럼지 경계심이 적어, 대단한 망원렌즈가 아니고서도 찍을 수 있다. 다행히 내 어깨에는 카메라가 걸려있었다. 체면차리듯 눈치를 보는 표독스러운 눈, 반질반질한 대가리, 털이 돋아 닭발보다 300배 징그러운 발, 좀처럼 쓸 일 없어 보이는 날개. 영릭없는 ..

필름사진 16비트로 자가스캔해서 보정하기 - TIFF말고 DNG

디지털이 표한할 수 있는 색의 가짓수에는 아무리 많아도 한계가 있다. 사진이 물리/화학적으로만 표현되는 필름에서는 그 나타날 수 있는 색의 개수가 무한대이다. 현상한 필름이나 인화된 사진을 디지털로 스캔하는 순간 무한에서 유한으로의 색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다. 스캔파일의 색 심도를 최대한 높게 유지하는 걸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디지털에서 표현되는 색의 가짓수는 2의 거듭제곱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R, G, B 각각이 256가지의 계조로 표현되면 2의 8제곱이니까 8비트라고 얘기하는 식이다. JPEG 라는 디지털 이미지 압축방식은 8비트 색표현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비교적 익숙한 디지털 카메라센서에서는 압축되지 않은 원본 기준으로 12비트(R 4,096단계 * G 4,096단계 *..

사진으로부터의자유/육명심 - 사진철학, 사진책 서평

예술에 갇히지 마라. 사진은 사는 것 그 자체이다. 이미지로 된 언어다. 피사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나의 마음을 찍는 것이다. 여과없이 드러내라. 숨지 말고 훔치지 말고, 정면 승부해라.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배운 것들이다. 육명심 선생님의 메시지는 돌려 말하는 법 없고 간결해서 좋다. 철학적인 설명은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겪었거나 사진을 찍으면서 있었던 예화와 함께 소개되어 이해하기 편안했다. 덕분에 나 같은 똥머리로도 사진에 대한 시야를 열 수 있는 교과서가 됐다. 위에 나열한 메시지들 모두가 '사진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제목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에 갇히지 마라, 사진은 사는 것 그 자체이다. 이 말은 아마도 후배 예술 사진가들을 타이르는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취미 사진가들 중..

첫 카메라/렌즈 구입할 때 조심할 것들, 중고거래 팁

1. 조심해야 하는 점은 세 가지입니다. 시간에 쫓기며 사지 않기. 사진 동아리/동호회 들어가실 거죠? 사진기 없다고 인연을 자르는 곳이면 들어가지 않으시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문센이나 평생교육원에서 사진 강의 들으시죠? 수업 듣는 데에 카메라는 필요 없습니다. 원리만 잘 이해하면 충분합니다. 실습해보라고 숙제 내주겠죠? 숙제 잘 적어놨다가 나중에 해봐도 됩니다. 수료 안시켜준다 그러면 배째세요. 두 번 들으면 이해 더 잘되고, 그거 수료한다고 하버드대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연설 하는 거 아니니까요. 대개는 이렇게 절대적인 위치의 선생의 영향 속에서 카메라를 사는 건 비추입니다. 그 선생님에게 브랜드 취향이란 게 없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결국 그가 최신 카메라의 설정법이나 자세한 메뉴와 기능에 대해 알..

추억의렌즈 리뷰 - 소니 FE 24mm f1.4 GM (SEL24F14GM)

지금은 다 정리해버렸지만 미러리스 시절 사용했던 렌즈들,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졌다. 그 때 참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내가 어떤 사진을 찍고싶은지 그런 것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 렌즈들을 거쳤던 것 같다. 고려시대 청자를 만들어 조정으로 보내던 도공들은 애써 만든 도자기 대부분을 깨부쉈다고 한다. 그분들이 숱하게 깨먹은 고려청자 중에는 세상에 다시 없을 걸작들도 부지기수였다고. 누군가 물었다. 방금 그 청자는 후세에 다시 없을 빼어난 명작이 아니었느냐고. 도공은 대답한다. 임금이 이런 걸 보고나면, 그 다음 것들이 눈에 차겠느냐고. 적당히 잘 나온 것들만 올려 보내야 자기네 목숨이 붙어있을 것이라고. 여기, 소니의 실수라고 불리는 렌즈가 있다. 이 렌즈를 설계한 사람에게는 고려의..

필름 가격 얼마나 비쌀까? 35mm 필름 저렴하게 구매하는 법

바쁘신 분들을 위한 결론 : B&H에서 사면 됩니다. (블로그 광고주가 슬퍼합니다. 대신 다음에 또 놀러오세요 헤헷) 현대 사회의 청년들, 20-30대의 모국어는 갬성입니다. 학교에서 배워 온 글짓기나 발표하기가 아닙니다. '그들의 언어는 이미지'라고 한다면 글쎄요, 표면적으로만 그럴듯합니다. 갬성만 있다면, 사실 우리는 그 메시지의 그릇이 사전적 의미의 언어이든 이미지이든 중요하지 않거든요. 갬성에 열광하는 청년들이 필름사진에 매료됐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유치원 출근도장(?)을 스마트폰으로 했대도 이상하지 않을 세대들입니다. 필름카메라라는 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기계는, 인류의 봉인된 갬성에 노크를 한 듯합니다. 필름이 생소하고 그래서 끌리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필름은 비싸..

소니 카메라 메뉴 어려워? 나만의 A7R3 세팅하기! 나는 이렇게 설정한다

R3를 들인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아무리 훌륭한 서예가라도 붓이 손에 익어야 하고, 대장장이의 망치나 요리사의 칼도 다 그런 것처럼, 사진쟁이의 카메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실제로 새 카메라를 사자마자 촬영을 나가면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인터페이스 탓에 당황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내 몸에 알맞게, 내 촬영습관이나 목적에 알맞게 설정을 해두고서도 끝이 아니다. 여러 번 연습해서 익숙해져야 하고, 불편한 것이 발견되면 또 바꾸어 줘야 하는 게 새 카메라 길들이는 과정이다. 지금까지는 집에서만 몇 번 사용해본 게 전부라서 남에게 자랑할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오늘은 나의 R3 설정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러면서 소니의 메뉴 시스템의 특징이나 몇 가지 기능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디지털사진 보정 이야기. 라이트룸을 추천하는 이유

디지털사진은 찍으면 파일로 기록됩니다. 저장된 파일 그대로, 아직은 덜 만들어진 사진입니다. 촬영 그 자체만으로는 사진가의 늬낌적인 늬낌이 완전히 투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컴퓨터에 옮겨서 디지털 현상이란 걸 해야죠. 쉽게 말씀드리면 '뽀샵'을 하는 작업입니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재료 준비를 끝내고 본격적인 조리에 들어갈 차례입니다. 디지털 사진이 주류가 된 지도 어느덧 세월이 한참 지나서, 지금은 정말 다양한 보정 프로그램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뽀샵의 원조인 포토샵을 비롯해 라이트룸, 카메라로우 등은 어도비 사의 제품들이죠. 소니의 캡쳐원도 유명하고 니콘에서도 나름의 보정 툴을 제공합니다. 요즘은 배경으로 나온 하늘을 합성하거나 인공지능 인물보정 기능을 탑재한 루미나4가 핫합니다. 이들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