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3를 들인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아무리 훌륭한 서예가라도 붓이 손에 익어야 하고, 대장장이의 망치나 요리사의 칼도 다 그런 것처럼, 사진쟁이의 카메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실제로 새 카메라를 사자마자 촬영을 나가면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인터페이스 탓에 당황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내 몸에 알맞게, 내 촬영습관이나 목적에 알맞게 설정을 해두고서도 끝이 아니다. 여러 번 연습해서 익숙해져야 하고, 불편한 것이 발견되면 또 바꾸어 줘야 하는 게 새 카메라 길들이는 과정이다.
지금까지는 집에서만 몇 번 사용해본 게 전부라서 남에게 자랑할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오늘은 나의 R3 설정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러면서 소니의 메뉴 시스템의 특징이나 몇 가지 기능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할 테니까 말이다.
자세한 메뉴 구성과 설정을 설명하기 전에, 내가 R3에 35mm f1.4 za 단렌즈 하나만을 붙박이로 사용한다는 점을 먼저 말해두고 싶다. 집이나 동네에서 아내를 촬영할 뿐이다. 이 렌즈 경통에는 조리개 링이 있어서 편리하다. R3에는 1번부터 4번까지의 커스텀 버튼이 있다. 검지와 엄지에 다이얼이 하나씩 있고, 노출보정 다이얼과 휠 하나까지 있다.
메뉴는 크게 상단에 탭이 있고, 각각의 탭마다 하위 메뉴들이 분배된 방식이다. 첫 번째 탭은 사진에 관한 설정이다. 그 뒤로 두 번째부터 마지막 여섯 번째 탭까지는 각각 동영상과 커스터마이징, 네트워크, 사진재생, 일반적인 설정, 내 메뉴 순서로 카테고리화 되어 있다.
나는 카메라를 사면 제일 먼저 초기화부터 한다. 소니에서는 설정탭의 마지막 일곱 번째 페이지에 [설정리셋]이 있다. 이제 첫 번째 탭으로 돌아가 하나하나 설정을 시작해볼까?
파일형식은 RAW만 설정한다. 그 아래 유형은 비압축으로 해두었다. JPEG화질은 어차피 촬영하지 않으니 엑스트라파인에다가 이미지 크기 S로 해두었다. 그래도 11MB나 된다. 종횡비는 3:2이고, APS-C모드는 수동, 끔으로 해뒀다. 필요할 때 켬으로 바꾸면 된다. 셔터속도가 길 때 노이즈를 줄여주는 장시간 노출 NR은 끔으로 해준다. 기다리는 게 싫어서. 전문가가 아니니 색공간도 sRGB로 무난하게 해줬다.
이제 촬영모드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픽셀시프트 OFF 말고는 중요한 게 없다. 필요할 때 켜주자. 브래킷 설정에 가서 2초 딜레이를 넣어주자. 나는 리모컨이 없으니까. 드라이브 모드는 연사를 할 건지 안할 건지를 고르는 곳인데, 단축버튼이 있어서 굳이 여기서 해주지 않아도 된다. 촬영 설정 등록은 다 패스했다. 간격촬영도, 타임랩스 하는 상황에 맞추어야 하니 지금은 의미 없다.
AF 설정 페이지로 넘어간다. 초점 모드와 초점 영역은 사용자버튼에 할당할 거니까 패스. AF-S와 AF-C의 우선순위는 그냥 균형으로 해줬다. AF보조광은 자동으로 해두면 어두울 때 알아서 터져준다. 중앙 Lock-on AF는 꺼두었다. 얼굴/눈 AF 설정도 간단하다. 얼굴/눈 우선을 켬으로 해주고 피사체 인식은 사람이다. 얼굴인식 프레임은 켬으로 해주면 사람 얼굴을 카메라가 알아보고 네모 박스를 표시해준다. 동물 눈도 마찬가지다. 메뉴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상위 화면으로 돌아간다. AF 추적감도는 3(표준)으로 해줬다. 반셔터 시 AF는 켜두었다. 사전AF는 반셔터를 누르지 않는 동안에도 자동초점을 맞추는 기능인데, 필요하지 않아서 껐다. 그 아래 나머지는(AF영역 등록 기능, AF 영역 자동 지우기, 연속 AF 영역 표시) 모두 끔으로 해주었다. 위상차 검출 영역을 켬으로 해주면 화면에 커다란 괄호(?) 한 쌍이 생긴다. 이 안에서는 AF가 더 빠르고 정확하다는 정도로 이해를 하자. 꺼두어도 상관없다.
노출에서도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ISO AUTO 최소 속도는 1/60으로 해두었다. 이 바디에는 손떨림방지 기능이 내장돼 있으니까 한 번 믿어보자고. M 측광에서 얼굴 우선은 켜주면 된다. 스팟 측광 위치는 초점위치링크 로 선택했다. 반셔터 시 AEL은 자동이다.
플래시 페이지는 통채로 넘긴다. 지금 할 필요가 없으니까. 화이트 밸런스는 자동, AWB 우선순위는 흰색이다. DRO는 화면에 따라 다이나믹레인지를 적절하게 바꿔주는 기능인데, 일단은 자동으로 해줬다. 노출 차이가 큰 장면을 만나면 DRO가 강함으로 움직일 텐데, 그러면 노이즈가 낀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끄는 것도 낫겠다. 마이스타일 표준, 픽쳐프로파일 끔이다. 어차피 JPEG으로 안찍으니 상관없지만.
초점지원은 MF 사용할 때 적용되는 메뉴인 것 같다. 초점 확대 시간은 무제한, 초기 배율 1.0이다. MF도우미를 켬으로 해주면 MF모드에서 초점 링을 돌릴 때 설정해 준 대로 화면이 확대된다. 나는 내가 원할 때만 확대되는 게 좋아서 끔으로 해줬다. 초점부분확대 AF는 켜두자. AF-S 모드에서 아주 좁은 지점을 확대해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때 유용하다. 피킹설정을 켬으로 해서 레벨을 낮음으로 맞춰놨다. 높음으로 하면 초점이 덜 맞았는데도 색깔이 보여서 별로였다. 깜박임 방지 촬영은 켜뒀고, 얼굴 등록에 들어가서 등록된 걸 모두 지웠다. 등록된 얼굴 우선도 꺼버렸다.
동영상 1, 2, 3은 나중에 하자. 나는 사진을 찍는 게 일단 우선이니까. 조용한 촬영도 커스텀 버튼을 만들 거라서 패스. 참고로 이걸 켜면 셔터음이 나지 않는다. e-프론트 커튼 셔터는 전자선막을 굳이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켬으로 했을 때, 1/4000 ~ 1/8000초의 고속셔터에서 빛망울이 잘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끔으로 해줬다. 렌즈 없이, 카드 없이 촬영 가능하게 해두고, steady shot은 바디 내 손떨림방지(IBIS : In-body Image Stablization)니까 켜두자. 스테디샷 설정에서는 수동으로 맞추고 초점거리를 35mm로 해줬다. 단렌즈 여러 개를 쓰거나 줌렌즈를 사용한다면 자동으로 하는 게 낫다.
표시/자동리뷰에는 중요한 게 많다. 간단한 것부터 하자. 눈금표시는 3분할격자가이드가 편하다. 노출설정가이드 켜주고, Live View 표시도 꼭꼭 켜주자. 이걸 안해주면 노출을 바꿔도 LCD와 히스토그램이 꼼짝을 안한다. 자동 리뷰는 끔으로 했고, 연속 촬영 길이?는 모르겠는데 귀찮을 것 같으니까 표시하지않음으로 해준다. Finder/Moniter 는 뷰파인더와 LCD를 활용하는 빈도에 맞추는 게 좋다. 자동으로 해주면, 평소에는 LCD가 켜져 있다가 뷰파인더의 아이센서를 가릴 때에는 LCD가 꺼지면서 뷰파인더가 활성화된다. 파인더 프레임 R은 전자식 뷰파인더가 얼마나 부드럽게 표현될 거냐에 관한 설정이다. 높음으로 해줬다. 전력 소모는 더 크겠지만 화면이 자연스럽고 눈이 편할 것 같다. 제브라 패턴은 화면에서 화이트홀이 생길 것 같은 밝은 부분에 줄무늬가 나타나게 해주는 기능이다. 켬으로 해주고 패턴 레벨은 100+로 해뒀다.
마지막 DISP 버튼을 설정해주자. 휠의 위쪽 방향키가 DISP(lay)를 전환하는 버튼인데, 모니터(LCD)를 사용중일 때와 파인더(뷰파인더)를 사용중일 때를 각각 지정할 수 있다. 모니터 사용 중에는 히스토그램과 뷰파인더의 경우, 이 두 가지만 체크 해줬다. DISP 버튼을 누를 때마다 이 두 화면이 전환될 것이다. 파인더에 들어가서도 히스토그램을 체크해줬다. 나머지 자질구레한 것들은 모두 뺐다. 확인을 눌러 주자. 나는 히스토그램을 보면서 노출을 맞춘다. 하이라이트 쪽에 뭉치는 픽셀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주는 데 기준을 둔다. 이건 그냥 내 선호도일 뿐이니 반드시 따라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지정조작은 드디어 여러 다이얼과 커스텀버튼에 기능을 넣는 부분이니까 매우매우 중요하다. 이 중에서도 덜 중요하고 간단한 것들부터 하자면, MOVIE 버튼을 항상으로, 조작부 잠금은 끔, 오디오 신호는 켬으로 해주자.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Av/Tv 회전과 다이얼설정을 취향에 따라 해주자. 회전은 오른쪽으로 돌릴 때 값이 증가할지 감소할지를 정하는 것이고, 디이얼 설정은 엄지다이얼과 검지다이얼에 셔터스피드/조리개를 어떻게 연결할지를 정하는 부분이다.
맨 위의 [사진]사용자정의 키로 들어가 보자. 조작휠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방향키를 말한다. ISO를 설정해두고, 언제든 이걸 돌리면 ISO가 바뀌도록 해뒀다. 셔터버튼 바로 뒤에 있는 C1, C2는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넣어주자. 나는 C1에 조용한촬영, C2에 초점영역을 넣었다. C3는 카메라 왼쪽 끝에 박혀 있다. 자주 쓰진 않지만 빠르게 써야 하는 게 있다면 제격이다. 나는 피사체 인식을 할당했다. 동물을 찍어야 할 때 써먹을 수 있기를. C4에는 초점모드를 넣어서, 이 뒤에 중앙 버튼 기능의 초점부분확대와 함께 AF-S모드로 빨리 전환해 디테일한 포커싱이 필요할 순간을 대비했다. 다중선택기는 조그다이얼이다. 초점표준으로 해두면, 초점 맞출 측거점을 편리하게 옮길 수 있다. 물론 터치로도 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비교적 기본설정에 따랐다. 왼쪽 버튼 기능은 드라이브 모드, 오른쪽 버튼 기능은 ISO이다. 이제보니 ISO가 중복되는데, 다른 걸로 뭘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ISO 최소 속도를 넣어줄까? 어쨌든. 아래쪽 버튼은 측광 모드를 달아줬다. AEL 버튼 기능은 AEL 전환으로 해줬다. 내 렌즈에는 AF/MF 전환 스위치가 없으니까 AF-ON 버튼에 AF/MF 컨트롤 전환을 넣어주자. 있지도 않은 초점 고정 버튼, 아무거나 넣었다. 나는 그냥 초점 고정. 헤헷. 이걸로 끝이다.
기능 메뉴 설정으로 들어가면 상단과 하단에 각각 6개씩의 메뉴를 다시 집어넣을 수 있다. 커스텀 버튼과 다이얼에 할당하지 못해 눈에 밟히는 메뉴가 있다면 여기에라도 묻어 아니 넣어 주자. 나는 화이트밸런스, steady shot, 간격 촬영(타임랩스), 터치 조작, 파일 형식, 피킹 레벨, 픽쳐 프로파일(동영상에서 로그 포맷을 바꿀 때 쓰인다), 촬영 모드, 녹화미디어 우선순위, 브래킷 셀프타이머, 픽셀시프트, APS-C 촬영 기능들을 쑤셔 넣었다. (힘들어 ㅜㅜ)
네트워크랑 재생 관련 메뉴에서는 건드릴 게 없다. 바로 일반 설정 탭으로 가주자. 소니는 LCD가 2% 아쉬우니까 모니터밝기 수동, +2로 해주자. 수동 말고 화창한 날씨로 하면 이보다 더 밝게 할 수 있다. 배터리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겠지만. 뷰파인더 밝기도 수동 +2로 하는 게 속 편하다. 뷰파인더 색온도 0, 감마표시지원 끔으로 해줬다. 음량 설정은 5 정도로 해두었는데, AF-S로 초점모드를 바꾸어 반셔터를 누를 때 들리는 비프음이 적절하도록 조절해 주면 된다. 삭제 확인은 "취소"우선 인 채로 놔뒀다. 표시품질은 표준이다. 높음으로 하면 사진 확인할 때 아까운 배터리만 더 든다. 절전 시작 시간은 10초로 해두고 평소에도 카메라를 거의 끄지 않는다. 반셔터만 누르면 졸다가도 눈을 뜨는 착한 R3가 된다. 자동 전원 끔 온도는 표준으로 해준다. 동영상 촬영하며 핫팩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
터치 조작은 켜주는 게 편하다. 터치 패널/터치 패드에서 터치 패널+패드로 해주면 뷰파인더로 렌즈 너머를 보고 있는 동안에도 엄지손가락으로 모니터를 문질러 AF 측거점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다. 그 아래 터치 패드 설정으로 들어가서 터치 위치 모드는 상대 위치, 조작 영역을 오른쪽 1/2로 해두었다. 세로 방향의 조작을 켬으로 해주면 카메라를 세로 프레임으로 잡았을 때도 LCD를 이용한 포커싱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훅훅 건너뛰자. 언어는 한국어, 날짜/시간 설정 알아서 해주고 지역 설정도 해주자. 저작권 정보 잊지 말고 꼭꼭 해주자. 사진의 메타데이터에 촬영자 정보가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내 사진이 인터넷을 주인도 없이 버려진 개처럼 떠도는 걸 막을 수 있다. 녹화 미디어 설정이 남았다. 우리의 R3는 자그마치 SD카드 슬롯이 두 개나 되기 때문에, 여기에 저장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줄 수 있다. 슬롯1이 UHS-II 속도를 지원하는 곳이다. 나는 녹화미디어 우선순위를 슬롯1로 해주고 녹화모드를 표준으로 해줬다. 아마도 슬롯1이 다 차면 자연스럽게 슬롯2로 저장매체가 바뀌는 방식인 듯하다. 그 아래 자동 전환 미디어를 켬으로 해주면 된다. 동시 녹화는 정확히 같은 파일을 슬롯2에 백업하는 기능인 것 같다. 나한테는 쓸 데가 없다. 정렬을 선택하면, RAW와 JPEG 혹은 사진과 영상을 나누어 저장한다. 촬영 직후 딜레이가 생겨 싫다.
마지막으로, 내 메뉴를 따로 꾸릴 수 있다. 메뉴 추가를 눌러서 찾으면 된다. 순서를 바꾸거나 삭제할 수도 있다. 나는 간단히 포맷, 사용자정의 키, 기능 메뉴 설정 정도만 넣어뒀다.
휴, 이 쓸 데 없이 긴 글은 읽는 사람에게도 고역이겠다는 반성을 이제서야 한다. 나 좋자고 쓰는 거니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언젠가 내 카메라 설정이 꼬여버렸을 때라든가 실수로 설정을 리셋했을 때를 대비한 포석이다. 나는 현명하니까. 집에 인터넷이 끊겨 도서관에 카메라와 노트북을 가져와 눈치보며 글을 썼다. 얼른 집에 가서 휴대폰으로 메뉴 사진을 찍어 붙여야겠다. 급하게 쓴 것도 있고, 분량도 너무 길어져서 각 기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못 한 게 아쉽다(나는 설명충이니까). 내가 모르는 것도 있고 해서, 나중에 소니 메뉴얼을 보며 조금 자세히 소개하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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