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촬영과 보정 연구

디지털사진 보정 이야기. 라이트룸을 추천하는 이유

나그네_즈브즈 2020. 11. 30. 13:05

디지털사진은 찍으면 파일로 기록됩니다. 저장된 파일 그대로, 아직은 덜 만들어진 사진입니다. 촬영 그 자체만으로는 사진가의 늬낌적인 늬낌이 완전히 투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컴퓨터에 옮겨서 디지털 현상이란 걸 해야죠. 쉽게 말씀드리면 '뽀샵'을 하는 작업입니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재료 준비를 끝내고 본격적인 조리에 들어갈 차례입니다.

 

디지털 사진이 주류가 된 지도 어느덧 세월이 한참 지나서, 지금은 정말 다양한 보정 프로그램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뽀샵의 원조인 포토샵을 비롯해 라이트룸, 카메라로우 등은 어도비 사의 제품들이죠. 소니의 캡쳐원도 유명하고 니콘에서도 나름의 보정 툴을 제공합니다. 요즘은 배경으로 나온 하늘을 합성하거나 인공지능 인물보정 기능을 탑재한 루미나4가 핫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유료 프로그램입니다. 한 번 구매로 가질 수 있지는 않고, 잡지처럼 일정 기간동안 비용을 지불하고 구독하는 개념입니다. 

 

이 많은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저는 어도비의 라이트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동안 라이트룸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두런두런 늘어놓으려고 합니다. 솔직히, 포토샵 약간을 제외하면 다른 것들은 사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장단점을 비교해드리지는 못하고, 라이트룸에 대해서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말씀드려 볼게요!

 

 

라이트룸은 대량의 사진 원본을 관리하고 보정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으시는 분이나 비슷한 환경에서 반복해서 사진을 찍으시거나 보정 작업에 긴 시간을 쏟기 어려우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렇다고 퀄리티가 엉망인 것은 아닙니다. 레이어 개념을 도입한 포토샵이 전문성과 세밀함이라는 필살기를 갖고 있다면, 느낌 상 그 전문성의 90% 정도는 확보하고 있는 라이트룸의 열쇳말은 '대량', '속도', '관리', '효율' 등으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비결은, 라이트룸이 다루는 대상이 원본 사진이 아니라 사진에 가해지는 '작업들'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이 작업들만을 적용하고 취소하고 복사하고 붙여넣고 동기화하고 저장하고 불러내는 동안 원본 사진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덕분에, 다른 방식과 취향의 '작업들'을 얼마든지 다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라이트룸의 워크플로우를 이해시킨 여러 설명들 가운데 가장 기가 막혔던 것은 사진작가이자 유튜버이신 권학봉 선생님의 비유였는데요. 그에 따르면 라이트룸은, 원본 사진 위에 투명한 비닐을 덮어서 (원본이 아니라)그 비닐을 조작하거나 관리하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비닐의 밝기와 색감에 따라 원본 사진도 그렇게 보이는 것이죠. 마음에 안들면 비닐만 걷어내면 그만입니다. 잘 된 보정작업은 프리셋(사전설정)으로 저장하고 얼마든지 다음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장된 프리셋이 바로 비닐인 것이죠. '비닐'은 당연히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비교하고 반응하면서 더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라이트룸의 화면 구조는 탭과 작업화면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탭에 따라 작업화면에 나타나는 기능이 달라집니다. 탭에는 다섯 종류가 있는데, 저는 라이브러리와 현상 탭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버렸습니다. 라이브러리 탭에서는 원본 사진을 관리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폴더를 통채로 불러오고, 보고 싶지 않은 사진들을 제외하고, 나중에 추가된 사진들도 동기화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진을 합치는 것도 됩니다. 핵심은, 버리거나 살릴 사진을 빠르게 '셀렉'하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보정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은 현상 탭입니다. 여기서는 노출, 화이트밸런스, HSL, 암부와 명부의 색상 톤, 톤 커브, 렌즈교정, 기울기 수정, 노이즈 제거, 비네팅과 그레인 효과 등의 기능이 제공됩니다. 비슷한 느낌을 내고 싶은 사진을 묶어놓고, 원하는 작업들만 동기화할 수도 있습니다. 

 

라이트룸을 사용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딱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완벽한 프로그램이라는 뜻은 아니지만요. 최대 단점이라면 유료라는 거겠죠? 다른 프로그램에서 훔쳐 오고 싶은 기능을 하나 꼽으라면, 저는 포토샵의 리퀴파이(픽셀 유동화)를 가져오고 싶긴 합니다. 인물의 얼굴 선이나 몸의 라인을 깎아내는 게 라이트룸에서는 안되거든요.

 

라이트룸의 자세한 사용법에 대해서는, 언젠가 제 열의가 폭발할 기회를 봐서 차근차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저희 집 인터넷 회선이 끊겨서, 라이트룸이 없는 회사 컴퓨터로는 포스팅하기가 어렵네요. 도전해 보세요. 이것도 빠져들면 헤어나기 쉽지 않은 놀이감이그든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힘찬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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