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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97

소니 A7R3에 보이그랜더(Voigtländer) Nokton 50mm f1.2를 고른 이유

자기 복굴절에 관한 물리현상인 포크트 효과(Voigt effect)의 그 포크트다. 볼드마 포크트(Woldemar Voigt)는 독일 사람인데, 포크트의 땅이라는 뜻의 포크트랜더는 오스트리아의 광학 기업이다. 예전엔 같은 나라였나? 아무튼, 영미권의 영향을 심하게 받은 우리가 맨날 보이그랜더로 부르는 이 브랜드는 실제로 포크트랜더 내지는 포익틀랜더로 불려야 옳다. 됐고, 소니 A7R3에 물려있던 나의 원렌즈 35mm f1.4 자이스를 떠나보내고 50mm 대구경 단렌즈를 들일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다른 분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사진장비 관련된 동네에서는 표준이라든가 전천후라든가 하는 등의 표현은 참 양날의 검이다. 들짐승 편이기도 하고 날짐승 편이기도 했던 박쥐 신세라고나 할까. 흔히는 50mm 언저리..

사진 잘 찍는 법 : 수많은 스승들의 공통된 조언

1. 처음에는 주제에 대해 신경쓰지 마라2. 집이나 사무실에서 피사체를 골라라3. 말로 정확히 묘사하기엔 쉽지 않은 피사체가 좋다 4. 오래 관찰해라5. 새로 사지말고, 갖고 있는 카메라로 찍어라6. 흑백으로 찍어라7. 다른 빛/거리/각도/높이/노출/배치에서 찍어라 8. 조각가처럼 덜어내고 단순하게 찍어라9. 처음에는 모양과 질감과 대비에 집중해라10. 어떤 사진에서 '뜻밖의 기호'가 보이는지 체득해라11. 프레이밍과 미장센에 대해 공부해라12. 공부한 걸 파괴해라13. 재미가 사라질 때까지 매일 반복해라 14. '이따위 걸 찍어서 뭐하나' 싶어지면 사진집 모으기를 시작해라15. 다시, 소재를 정하라16. 표현에 적당한 카메라와 렌즈를 선택해라17. 수 만 장 찍고 30장만 출력해라

GEAR시나리오/04 - 음식사진 제품사진을 위한 카메라 추천

음식사진, 제품사진 찍기 좋은 카메라 추천해 주세요 - GEAR시나리오 시리즈는 사진 촬영의 상황과 용도를 제 맘대로 상상하고 가정해서, 그에 어울릴 것 같은 카메라와 렌즈를 이리저리 골라보는 연재입니다. 저는 이 연재에 등장하는 제품들의 제조사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 편향도 없으며, 이 추천은 그야말로 '시나리오'에 불과한 개인적 의견임을 미리 밝힙니다. 음식사진이나 제품사진은 목적이 참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추천 범위가 굉장히 넓다. 표현에 특별한 기기적 차별성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아무거나' 쥐여줘도 찍을 수 있다. 그래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니만큼, 접사 기능이 있는 렌즈면 좋겠고 다른 데선 쓸모없는 내장플래시가 있는 편이 그래도 낫다. 이런 종류의 촬영에서는 조명이 가장 ..

[주제작업] 사진적 소재 후보 1 : 저녁밥상

사진은 이미지로 된 언어다. 시각을 통해 뜻이 전달된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차라리 보여주는 편이 효과적인 것들일수록 사진적 소재이기 쉽다. 주홍빛 보랏빛으로 노을진 저녁하늘이나 가슴 먹먹해지는 은하수, 고혹적인 모델의 아름다움! 이런 것들은 제아무리 그럴듯하게 설명하더라도 차라리 보여주는 편이 더 효과적이고 확실한 표현의 대상이다. 기왕이면 누가 보더라도 주목할 만한 소재이면 좋다. 그러나 반드시 반드시! 거기에 가장 먼저 끌린 사람은 나여야 한다. 그래서 호미곶의 일출, 황령산의 은하수, 경주나 진해의 벚꽃은 모두 탈락이다. 그 소재에서 내가 먼저 시각적 매력을 발견하고, 나만의 감정과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사진으로 표현된 언어를 읽고 사람들이 '정말 그렇구나!'하며 함께 주목하고 매력을 느끼는..

신년벽두 헛짓거리 : 카메라 가격은 각 스펙 가치의 합계일까?

해피 뉴 이어!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한 살 더 먹었다. 슬프다. 괜히 생각이 많아진다. 앞으로도 이 블로그에 글감을 계속해서 불어넣을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변태스러움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일 카메라 브랜드 사장이라면, 어떤 카메라를 디자인할 것인가? 소비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새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면, 가격은 어떻게 책정하면 좋을까? 그러다 문득 이런 호기심이 일었다. 혹시 카메라의 가격은 각각의 스펙이 지니는 시장성의 총합이 아닐까? 예를 들어보자. 카메라의 가격이 센서크기와 다이얼 개수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풀프레임이 APS-C보다는 1.5배 크고 마이크로포서드보다는 2배 크다. 그러니 풀프레임에 6점, ..

착란원(보케, 빛망울, 아웃포커스 효과) 크기 공식의 증명 또는 계산

존포커스를 활용해야 하는 롤라이35의 피사계심도 표를 보기 시작하면서 어려워 보이는 수식 시리즈가 시작됐었다. 해가 다 가기 전에 마무리를 할까 한다. 지금까지는 필름 또는 센서에 맺히는 흐려진 초점, 즉 착란원(빛망울, 보케, 뭐라 부르든 아무튼)의 크기를 구하는 공식을 별다른 설명없이 차용해 왔었다. 아웃포커스는 촬영하는 거리, 배경의 거리, 조리개, 초점거리에 따라 결정된다는 일반적 명제를, 오늘은 구체적으로 확인해보려고 한다. 물론 아주 기초적인 광학과 산수를 이용해서. 광축 위에 초점거리 F, 조리개 N인 얇은 렌즈가 있다고 치자. (우리가 사용하는 실제 렌즈는 얇은 렌즈의 조합으로 제작되지만, 그 조합의 결과를 가상의 새로운 얇은 렌즈가 제2 주점에 자리한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이제 렌즈로..

셀프주의 / 연말 사진 시상식 / 내가 뽑은 2020년 최고의 순간들 AWARDS

2020년이 만 하루 남았습니다. 평년처럼 다사다난했지만 유난히도 올해는 아마 '코로나19의 해'로 선명하게 기억될 것만 같습니다. 건강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로서는 감사하게도, 이 보잘 것없는 사진 글방을 시작하게 된 한해였기도 합니다. 혼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꿈만 같기도 합니다. 연말이면 텔리비전에는 각종 시상식이 가득합니다. 보는 사람은 재미없어도 만드는 사람은 땔감으로 더없이 훌륭한 콘텐츠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많이 남긴 것은 없지만, 저도 그래서 올해 찍은 사진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다름 아니라 제가 속해 있는 사진 동호회에서 '2020년 최고의 순간'이라는 주제로 역시 시상식 이벤트를 열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출품은 하나만..

카메라 번들 넥스트랩 편하고 튼튼하게 매는 법 feat. JOBY 슬링스트랩 (꿀팁 인정?)

카메라 상자 안에는 번들 넥스트랩이 들어있다. 사진기에 활용하는 스트랩에는 크게 넥스트랩, 손목스트랩, 핸드스트랩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넥스트랩은 활용도가 가장 다양하다. 카메라가 가볍고 예쁘다면 넥스트랩이라는 이름 그대로 목걸이처럼 걸고 다닐 수 있다. 여성들의 백처럼 어깨에 거는 방법도 있고, 학생들의 가방처럼 팔과 머리를 넣어 대각선으로 착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깨에 거는 걸 숄더, 대각선으로 매는 걸 슬링 스타일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넥스트랩을 슬링 스타일로 매는 걸 선호한다. 두 손이 자유롭고 카메라를 가장 안정적으로 몸에 붙여둘 수 있어서다. 아무 것도 몰랐을 때는 카메라의 양쪽 옆면 상단에 달린 스트랩 고리에 넥스트랩의 두 끝을 걸었다. 작은 렌즈가 물려있을 땐 이렇게 ..

GEAR시나리오/03 진지한 입문자에게 첫 카메라 추천

사진 배우고 싶은데 첫 카메라와 렌즈 추천해 주세요 - GEAR시나리오 시리즈는 사진 촬영의 상황과 용도를 제 맘대로 상상하고 가정해서, 그에 어울릴 것 같은 카메라와 렌즈를 이리저리 골라보는 연재입니다. 저는 이 연재에 등장하는 제품들의 제조사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 편향도 없으며, 이 추천은 그야말로 '시나리오'에 불과한 개인적 의견임을 미리 밝힙니다. 카메라를 추천하는 일은 조심스럽다. 첫 카메라는 더 그렇다. 괜히 이 취미에 대한 첫인상이, 어떤 브랜드에 대해 갖게 될 느낌이, 내 의견에 따라 결정될까봐서다. 내 경험이 얕은 탓도 있다. 추천은 추천대로 하고, 차라리 내 말을 듣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첫 카메라를 사겠다는 그가 진지하다면 더 겁부터 난다. 그렇지만 시리즈 포스팅은 이어져야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