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카메라와 렌즈와 기타 장비

출퇴근용 카메라가방 숄더백 Kani CV-032 언박싱

나그네_즈브즈 2022. 5. 21. 15:36

사진가는 카메라를 늘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게 내 이상향이다. 그런데 나처럼 자동차 없이 출퇴근하는 취미 사진가들은 일하는 직장에 대놓고 카메라를 걸고 가기 어려울 수 있다. 적어도 남들은 일하는 곳인데 괜히, "놀러왔냐" 소리라도 듣기 십상이다. 지금까지는 그래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지 못했다. 슬펐다.

 

사진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방법으로 휴대를 하면 된다. 그러면 가방이 있는 게 좋겠다. 장비를 주렁주렁 늘리고 싶지 않은 내 취향으로는, 쉽고 편하게 장비를 넣고 뺄 수 있는 숄더백 스타일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다나와에서 검색하기를 몇 주... 그 동안 여러 후보들이 명멸했다. 결국 우리 내무부장관의 결재까지 통과한 모델은 Kani라는 제조사의 CV-032 모델이었다. 내가 직면했던 기존의 문제들은 다음과 같이 정의되었기 때문에

 

  1. 노멀한 디자인 - 직장에 메고 가도 카메라가방인 걸 들키지 않아야 한다.
  2. 깊은 내부 두께 - 소니 A7RIII에 스몰리그 L플레이트까지 더해진 두께를 감당해야 한다.

 

일단은 디자인을 보며 '이거다!' 싶은 걸 선택해 내부 규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서칭을 진행했다. 헤링본의 파파스포켓 미디움 사이즈 시즌2가 내 심장을 뚫었다. 하지만 미디움 사이즈가 단종됐다! 말레이시아 사이트에서 15만 원 정도로 웃돈을 주면 구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헤링본 파파스포켓 시즌2 스몰 숄더백 : 다나와 가격비교

태블릿/모바일/디카>촬영용품>가방/스트랩/보관함>가방, 요약정보 : 카메라용 / 가방 / 숄더형 / 색상:블랙,버건디,샌드,체크블랙,체크레드

prod.danawa.com

 

아내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을리 없었다. 그래, 디자인이, 여자 가방 같기도 하고, 지나치게 예쁘다. 너무 했어 이건. 선 넘었지. 잔뜩 주목 받을 거야. 하며 정신승리 하는 것으로... 자, 다음 지원자 나와주세요!

 

 

 

씽크탱크포토 레트로스펙티브 7 V2.0 숄더백 (정품) : 다나와 가격비교

태블릿/모바일/디카>촬영용품>가방/스트랩/보관함>가방, 요약정보 : 카메라용 / 가방 / 숄더형 / 33.02cm(13인치)노트북수납 / 캐리어홀더 / 1.2kg / 방수코팅 / 어깨패드 / 추가디바이더 / 탈착가능핸들

prod.danawa.com

 

완벽한 후보가 등장했다. 모르는 브랜드였지만 제품 상세설명을 보면, 사용자를 위한 꼼꼼한 배려가 느껴지는 설계였다. 일반 숄더백처럼 생긴 디자인에, 당연히 깊이는 넉넉하면서도 가로나 세로가 과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역시 14만 원대 제품에게 김 장관께서는 '디자인이 구려'를 시전하셨다. 유! 고 홈!

 

 

 

 

Kani CV-032 숄더백 : 다나와 가격비교

태블릿/모바일/디카>촬영용품>가방/스트랩/보관함>가방, 요약정보 : 카메라용 / 가방 / 숄더형 / 탈부착칸막이 / 0.76kg / 외부크기:28x23x16cm / 내부크기:26x21x14cm / 레인커버포함

prod.danawa.com

 

결국 내 것이 되고 만 요 녀석은 핵심적인 나의 두 가지 선결조건을 충족시켰다. 게다가 합리적인 가격에, 메인 커버도 찍찍이가 아닌 자석 방식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가격에 레인커버까지 포함되다니! 하면서 아내가 골라줬다. 고마워 여보. 사랑해 여보. 그래서 블랙 색상의 Kani CV-032가 우리 집에 오게 됐다.

 

택배 상자가 커서 순간 당황...하는 척 하면서, 꺼내보면 가방은 역시 딱 적당한 크기다. 보시는 분들이 감을 잡으실 수 있게 2L짜리 물병을 옆에 두는 센스!는 나의 센스! 이제 본격적으로 내부를 탐험할 시간이다.

 

기본적으로 가방의 모든 소재가 두툼한 쿠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는 벨크로 소재로 마감돼 파티션(붉은색으로 보이는)을 세울 때 고정을 돕고, 장비들이 무게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막아준다.

 

앞으로 사용하면서 얼마나 아쉬워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른쪽 사진에서 보듯, 메인 커버가 수납부와 연결된 부분의 처리가 다소 아쉽다. 메인 커버가 일단 장독대 뚜껑처럼 가방 옆면 일부까지를 가리도록 생겨먹었기 때문에, 커버를 90도 이상 젖히는 게 불가능하다. 카메라 꺼낼 정도로만 열어도 가방 뒷면과 쿠션감 있는 커버 윗면이 울면서 가방이 불편한 표정을 찡그리게 된다. 

 

 

어찌됐든 내 카메라와 렌즈는 저만한 크기로 생겼다. 공식 규격을 찾아보니 A7RIII의 높이가 9.5cm이고 스몰리그 L플레이트 두께가 2cm 더해지게 된다. 오른쪽 사진에서처럼 렌즈가 마운트된 바디가 가방 내부에서 땅을 바라본 자세를 하고 있으면 9.5+2=11.5cm보다 가방 내부의 두께가 깊어야 하는데, CV-032는 이 기준을 아주 잘 만족한다.

 

찍어준 사람 : 우리 여보 ㅋㅋ (내 다리 좀 예쁜듯? ㅁㅊ)

 

이제 이걸 메고 출근하면 이런 모습이 될 것이다. 무난무난한 디자인에 무난무난한 컬러라 어떤 출근룩에도 무난무난하게 코디될 것 같다. 적어도, "나 카메라가방이야"처럼 생기지 않아서 좋다. (라고 하기엔 좀 두툼한 편이지?) 어깨에 닿는 부분에 패드가 있기는 한데, 여기에 미끄럼 방지 처리는 되어있지 않다. 어깨에 메기에는 불안하고, 슬링 타입으로 메면 그나마 괜찮다.

 

또 하나 돈 값(?)하는 지점이 있다. 메인 커버의 자석 단추 위치가 종종 서로 어긋난다는 점이다. 포켓쪽 자석이 주머니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라서다. 이럴 땐 도망가 있는 자석을 (구멍난 주머니에서 사라진 동전 찾듯) 움직여 오든지 해서 위치를 맞춰주어야 한다. 아니면 메인커버의 지퍼를 매번 잠그든가 해야 하는데, 지퍼도 매우×5 뻑뻑하다.

 

어쨌든 언박싱은 했으니, 부지런히 메고 다니는 중이다. 안그러면 아내가 또 "카메라 팔자"고 덤빌 것 같다. 단점은, 퇴근할 때마다 나를 보고 아내가 배꼽잡고 웃는다는 점? 꼭 나한테 묻는다. "오늘 사진 찍긴 찍었어요?" 언젠간 대답이 궁색하지 않은 날이 올 것이다. 

 

심미성 : ★★★★☆

가 격 : ★★★★★

사이즈 : ★★★★☆

안전성 : ★★★★☆

편리성 :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