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작업노트

a7R3와 포크트랜더 녹턴 50mm F1.2로 담은 4월

나그네_즈브즈 2022. 4. 22. 13:58

오랜만에 사진으로 포스팅을 올린다. 봄이 왔고, 나는 드디어 포크트랜더 녹턴 50mm F1.2 E마운트 렌즈를 샀고, 다이얼을 돌려서 셔터 누르는 게 재미있고. 그게 전부다.




주말에 아내를 따라 대구에 다녀온 김에 벚꽃도 찍었다. 다음 날인 일요일에도 사진 동호회 사람들과 벚꽃을 찍었다. 남들 다 찍는 사진이라도, 새삼 좋았다. 사진기를 처음 샀을 때의 설렘이었다.

돌이켜 보면, 사진기를 처음 샀을 때 우리 동네 골목길을 찍으러 다녔다. 뭘 찍을지 몰라서였다. 이번에 다시 동네를 걸어봤다. 공기만큼이나 익숙한 이 모습들을 마주할 날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느낌이 달랐다. 사진은 똑같지만.




4월의 초록빛을 좋아하게 됐다. 연둣빛보다 그윽하지만 초록보다는 상처받기 쉬운, 그런 기분 좋은 색깔. ‘4월색’이라고 새 이름을 붙여주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싱그러움.




낯선 도시에 혼자 터를 잡고, 두려움인지 외로움인지 알 수 없는 젓가락질을 처음 했던 그날 저녁의 편의점도 찍었다. 수백 번 무심히 스쳐가는 나를 어김없이 내려다보았을 그 동네 나무도 나는 안다. 아내와 매일 헤어지던 출근길 우리 둘 만의 ‘신호등’과 세탁소를 기억한다. 인사만 나누고 과자 한 봉지도 팔아드리지 않은 집 앞 문구점을 바라본다. 보라색 파마머리를 한 경희 아주머니의 미용실은 길을 갈라지게도 하고, 선택을 만나게도 한다. 들리지 않게 우리 집을 축복하던 기도도 사랑한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고집을 잃은 햇빛이 비추던 포항여중 교정보다, 같은 학교의 뒤뜰 그늘에서 볕을 캐내고 있는 봄눈을 아내는 더 좋아했다. 이런 곳에도 볕이 들고 당신에게도 봄은 찾아온다고, 그런 것들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이렇게 ‘발견’하는 거라고.

소니 바디에서 사용하는 포크트랜더 50mm F1.2 렌즈는 좋다. 다른 바디에서 사용해본 적도 없지만. 생각보다 묵직하고, 차갑고, 부드럽다. 프레임에 쓸데없는 것들이 들어오는 일도 적고, 눈길을 끄는 게 있을 때마다 초점링을 돌려줘야 하는 정성스러움도 아직은 불편하지 않다. 좀 더 기술적인 리뷰는 나중에 기회를 만들어서 포스팅 해보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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