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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각접사렌즈 : 탐론 20mm F2.8 말고 시그마C 24mm F3.5를 고른 이유

나그네_즈브즈 2021. 7. 12. 13:14

표준화각 단렌즈로 선택한 렌즈 포크트랜더 NOKTON 50mm F1.2는 중고 매물이 없다. 아내에게 칭얼거렸더니 내 솔직한 계획을 묻는다. 평생 원렌즈로 살 거 아닐 테니까, 서브렌즈부터 사서 놀고 있으란다. 여윽시... 여보는 천재야. 그래서 망원보다는 광각렌즈부터 고르기로 했다. 풀프레임의 이점을 살리면서, 가벼운 렌즈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광각에서는 그나마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광각렌즈는 보통 셀카 브이로그, 풍경사진, 실내사진 정도를 찍기 위해 사용한다. 기왕이면 화각이 대차게 시원했으면 좋겠다. 일반적인 풍경사진에는 밝은 최대개방조리개가 그닥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야경에서의 날카로운 빛갈라짐, 은하수 촬영을 생각하면 밝은 최대개방조리개가 필요했다. 예전부터 광각에서 접사촬영을 해보고픈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이번에 광각렌즈를 품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데는 포트폴리오로 꾸며보고 싶은 나만의 '사진 주제'가 생긴 탓이 크다. 얼마 전 주식에 투자를 해놓고 기다리는 내 모양이 농부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농작물을 찍어 모아야겠다는 계획이 섰다. 흙과 벌레와 식물의 들리지 않는 숨소리까지 느껴질만큼 가까이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들여다보면 당근도 배추도 낯선 행성의 거대한 나무처럼 보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광각렌즈가 갖추어야 할 제 1의 조건으로 접사력이 결정된 거였다.

 

그 기준으로 봐서 안타깝게도 훌륭한 다른 광각렌즈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포크트랜더 21nn F1.4 Asp.와 칼자이스 Loxia 21mm F2.8과 소니 20mm F1.8G가 고배를 마셨다. 엉뚱하게도 탐론 20mm F2.8 Di III OSD 렌즈가 후보로 쑥 들어왔다. 그런데 화질이 아쉽다는 리뷰가 참 많았다. 라오와의 15mm 렌즈도 있었는데, 1:4 배율에 그친 접사력과 부담스러울 만큼 넓은 화각이 아쉬웠다.

 

시그마 C 24mm F3.5

 

20mm 가까운 화각대에서는 가능한 접사렌즈 후보가 마땅치 않았다. 더 넓은 화각으로 가면 대안은 더 부족할 터였다. 광각단렌즈, 소니FE마운트, 매크로(접사)에 체크를 하고 다나와에서 추려낸 검색 결과에서 우연히 24mm 렌즈를 발견했다. 시그마의 Contemporary 라인이니까 화질 걱정은 덜했다. 1:2배율 간이 매크로가 가능했다. 소담하면서도 네오 클래식한 디자인이 매력적이었다. 유일한 단점은, 최대개방 조리개값이 3.5에 불과하단 거였다. 빛갈라짐마저 폐급이라, 밤에는 절대 가지고나갈 일이 없을 렌즈다.

 

주간 풍경사진과 매크로에서는 어차피 조리개를 조여야 하니까 활용도에 문제가 없다. 배경이 지나치게 흐려지면 곤란한 여행 기록용으로도 제격이다. 카페나 식당에서 정물을 담기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실내가 어두우면 조리개가 아쉬울 텐데, 매크로를 위해서라도 미니삼각대 하나는 어차피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마음 속으로 점찍어 둔 포크트랜더 50mm F1.2 Asp.의 바디캡 자리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을 디자인과 활용도가 강점이다.

 

올해 1월에 출시된 이 렌즈는 다행히 매물이 딱 한 개 있었다. 새제품의 3/4에 불과한 가격으로 구했다. F3.5 조리개에 대해 너무 의식하지만 않으면, 포크트랜더 50mm F1.2 Asp. 중고매물이 나타날 때까지 충분히 메인렌즈 역할을 맡아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주변에 논밭이나 찾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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