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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사진철학 잡담 24

관계가 드러나는 사진? 촬영은 인터뷰... 피사체에 말을 걸자

주말에는 집에서 잘 안 나가게 된다. 정확히는, 이불 밖으로도 좀처럼 나가지를 않는다. 날씨도 차가워졌고, 코로나19의 확산세는 뜨거워졌고, 나는, 뚱뚱해 져간다(읭?). 그래도 이따금씩 슈퍼에라도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주말에는 일부러 큰 카메라를 가지고 나간다. 출퇴근 할 때는 담배갑만 한 필름카메라만 가지고 다니니, R3도 세상 구경 시켜주려고. 토요일에는 실컷 자고 일어나 아내와 산책을 했다. 날이 어둑어둑해 졌다. 실컷 잤다니까. 그치만 겨울이라 그런 걸로 해줘. 큰길 건너편 버스정류장이 보이길래, 멈춰섰다. 어두운 비탈길 위에 짝다리를 짚고 서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요즘 사진 찍기 참 좋다. 두 번째 정주행 하고 있는 드라마에 밤 씬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가슴이 말랑말랑하다. "언제 가,..

사진으로부터의자유/육명심 - 사진철학, 사진책 서평

예술에 갇히지 마라. 사진은 사는 것 그 자체이다. 이미지로 된 언어다. 피사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나의 마음을 찍는 것이다. 여과없이 드러내라. 숨지 말고 훔치지 말고, 정면 승부해라.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배운 것들이다. 육명심 선생님의 메시지는 돌려 말하는 법 없고 간결해서 좋다. 철학적인 설명은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겪었거나 사진을 찍으면서 있었던 예화와 함께 소개되어 이해하기 편안했다. 덕분에 나 같은 똥머리로도 사진에 대한 시야를 열 수 있는 교과서가 됐다. 위에 나열한 메시지들 모두가 '사진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제목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에 갇히지 마라, 사진은 사는 것 그 자체이다. 이 말은 아마도 후배 예술 사진가들을 타이르는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취미 사진가들 중..

영혼의 셀카? '성격 나오는' 사진가가 될게요

저는 자가용이 없습니다. 자동차 운전면허증도 따본 적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께 귀동냥으로 들은 바로는, 운전대 잡으면 사람 성격이 나온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동승자가 있다 해도 핸들과 페달에 따라 움직이는 자동차는 역시 운전자 개인의 공간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경우로 "고스톱 치면 사람 성격 나온다"는 말도 들어본 것 같습니다. 돈 잃고 속 좋은 사람 없다는데, 그 안좋아진 속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성격에 따라 다른가 봅니다. 조용히 퇴장하는 사람, 돈을 빌려서라도 딸 때까지 치는 사람, 남 탓하는 사람, 분을 삭이지 못하는 사람 등등 다양하겠지요? 무엇무엇을 하면 성격이 나온다. 이 말이 괜히 참 서글픕니다. 타인들 속에서 살아가는 나는 온전한 자기 자신이 아닌..

사진 찍기에 나쁜 날씨는 없다

오늘은 토요일. 11월도 다 지나간 주말입니다.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습니다. 저는 옷을 껴입고 아내와 브런치도 먹을 겸 데이트를 나왔습니다. 아내 전용 카메라인 a7r3를 메고서 말이죠. 지금은 카페에 눌러앉아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태블릿으로 뭘 들여다 보고, 저는 포스팅을 씁니다.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습니다. 사진 찍기엔 더없이 훌륭한 날입니다. 이렇게 쌀쌀한데 무슨 사진 타령이냐고요? 모르셨군요. 우리나라 겨울은 추운 날일 때일수록 고기압의 영향으로 하늘이 아주 맑습니다. 오늘도 구름 한 점 없이 파랗습니다. 바다를 푸르다 못해 새파랗게 찍으려면 이렇게 맑고 추운 겨울날이 좋습니다. 바다는 하늘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흐린 날에는 바다도 시커멓습니다. 하늘이 깨끗하고 파래..

(사진피셜) 잘 쓴 글과 글씨의 차이, 사진 잘 찍는 법

저는 사진을 잘 찍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잘 찍고 싶고, 좋은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그런가요? '좋은 사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사진을 잘 찍는다와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같거나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데에는 여러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미술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림을 더 잘 그리기 위한 임시적 도구가 사진기의 조상이었다지요. 그래서 오히려 미술에 비유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미술이 사람들의 생활 안에 덜 친숙하기도 하고 말이죠. 또 역시, 그림을 잘 그린다거나 조각을 잘 한다는 표현들에는 여전히 예술적 감각의 그 무언가가 내재해 있는 것 같다는 것도, 우리가 '사진을 잘 찍는다'에 담긴 여러 의미를 구분하는 데 그닥 도움이 되지 않..

잡담_ 취미사진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지운 이유는?

저는 선생님한테서 사진기의 절반을 배웠습니다. DSLR을 팔고, 새 미러리스를 알아보려다가 유튜브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절반은 유튜브에서 배웠습니다. 유튜브에서는 그동안 몰랐던 사진기의 자세한 원리, 라이트룸을 다루는 방법, 여러 카메라와 렌즈의 리뷰들, 그밖에도 사진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배운 것은 실습도 했습니다. 찍어서 보정을 마친 사진은 일단 휴대폰에 옮겨 담습니다. 아내에게 자랑도 하고, 며칠 간은 뿌듯한 기분에 자꾸만 꺼내보게 됩니다. 당연히 인스타그램에도 올렸습니다. 팔로워가 시원하게 오르지는 않았어도, 꾸역꾸역 올린 사진이 200장 조금 못 미칠 정도는 됩니다. 지난 1년 동안 3대의 카메라를 사서 그 중 2대를 팔고, 7개의 렌즈를 사고 팔았습니다. 29..

카메라는 사람의 눈과 정말 비슷할까? 차이점 비교분석

사진기의 구조를 설명할 때는 매번 사람의 눈이 비교대상으로 소환된다. 카메라가 사람의 눈을 모방해 발명됐는지는 모르겠다. 설명을 들어보면 비슷한 것 같기는 하다. 이제 사진을 둘러싼 광학에 대해 조금 이해하게 됐다고 치자. 그런 의미에서 사진기가 사람의 눈과 비슷한 점이 무엇인지, 혹시나 다른 점은 없는지, 재미삼아 한번 떠들어보기로 하자. 1. 닮은 점 : 렌즈로 빛을 굴절시켜 상을 맺게 하는 구조 사람의 눈에서는 수정체라는 말랑말랑한 렌즈가 빛을 굴절시킨다. 굴절된 빛은 먹물로 코팅된 어두운 암실을 지나 신경세포가 분포한 망막이라는 촬상면에 상을 맺는다. 들어오는 빛의 양은 홍채라는 조리개로 조절한다. 사실은 빛을 이용해 무엇을 보려면 이런 구조는 필수적이다. 초점이 맞는 상을 맺으려면, 렌즈 또는 ..

예술이다!! 갬성사진? 원래 느낌대로 찍는 것

트위터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으로 이어진 SNS의 무게중심 이동을 보면 텍스트와 이미지의 비중이 경향을 띠고 변화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처음에는 사용하기 어려웠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내 생각을 글로 쓰고, 그걸 돕기 위한 수단으로 이미지를 넣던 게 페이스북의 방식이었죠. 인스타그램에선 달랐습니다. 이곳은 이미지를 통해 소통하는 곳입니다. 텍스트는 후추 정도의 역할만을 할 뿐입니다. 게다가 컴퓨터로는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주 고객이지요. 이 IT 신인류들 사이에는 '갬성사진'이라는 말이 일반명사화 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없이는 하루도 살아가기 어려운 젊은이들이 오히려 '갬성'에 더 열광하고 목말라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네요. 그런데 사실..

잡담_ 사진 입문자의 최대 적, 사진꼰대

카메라는 볼펜보다는 사용하기 복잡한 도구다. 그래서 사진 취미를 시작하면 어떤 형태로든 커뮤니티에 소속되게 된다. 국내 최대규모 커뮤니티인 스르륵(SLR클럽)을 비롯해, 지역 사진동호회에 들 수도 있고, 같은 카메라 브랜드 유저끼리 만든 모임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혹은 사진기를 잘 아는 주변의 지인으로부터 조언을 얻기도 한다. 사진이 끝내주게 재미있고 열정도 불타오른다. 그야말로 무엇이든지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배우는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단계에서 특히 조심해야할 사람들이 있다. 이 바닥에서는 '사진 꼰대'라고 부르는 부류인데, 오늘은 사진 취미를 시작한 입문자에게 꼬여드는 사진 꼰대들의 스타일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정리해볼까 한다. 공통점은 있다. 사진은 예술이면서 취미생활이라 정답이 ..

잡담_ 내 사진은 취미, 재미로 찍는 것

괴롭다. 요즘 장비병과 작가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 새로운 카메라를 사고 싶어졌고, 그러기 위해 만든 명분이 하필이면 '나만의 작품세계'를 가꾸어 나가겠다는 포부였으니... 곡소리가 날 법도 하다. 물론 나만의 주제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가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 공모전에 출품해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배움의 과정이다. 두 가지 모두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나만의 톤을 발견하고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공모전에 출품하려면 양심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더해져야 한다. 특정 주제와 소재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게 되고,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나만의 사진력으로 완성도 있는 하나의 작품을 낳기까지,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는 속에서 성장은 일어날 것이다. 주제작업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