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우울증을 겪고 있다. 작년에는 너무 힘들어서 6개월 휴직도 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불신, 회의, 무기력 그런 감정들만이 내 안에 가득하다. 나는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는데 그동안 조금이라도 더 내게 맞는 장비를 사고 감동이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날 불현듯 깨달았다. 나는 결코, 절대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아, 이 고백을 하려니 또 우울해지네. 나는 영혼이 들어가야 좋은 사진이 된다고 믿는다. 모델을 찍는 동안에는 그 모델과 사랑에 빠져야 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할 때도 애정이 있어야 하고 하다못해 풀꽃을 찍는대도 촬영자 마음에 핀 환한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기가 사라진다는 게 그런 뜻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