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사진철학 잡담

잡담_ 사진 입문자의 최대 적, 사진꼰대

나그네_즈브즈 2020. 10. 27. 15:50

카메라는 볼펜보다는 사용하기 복잡한 도구다. 그래서 사진 취미를 시작하면 어떤 형태로든 커뮤니티에 소속되게 된다. 국내 최대규모 커뮤니티인 스르륵(SLR클럽)을 비롯해, 지역 사진동호회에 들 수도 있고, 같은 카메라 브랜드 유저끼리 만든 모임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혹은 사진기를 잘 아는 주변의 지인으로부터 조언을 얻기도 한다. 사진이 끝내주게 재미있고 열정도 불타오른다. 그야말로 무엇이든지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배우는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단계에서 특히 조심해야할 사람들이 있다. 이 바닥에서는 '사진 꼰대'라고 부르는 부류인데, 오늘은 사진 취미를 시작한 입문자에게 꼬여드는 사진 꼰대들의 스타일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정리해볼까 한다. 공통점은 있다. 사진은 예술이면서 취미생활이라 정답이 없는데, 극단적인 확신을 가진 사람들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1. 카메라는 DSLR이지

DSLR은 장점이 많은 카메라다. 미러리스보다 그걸 더 좋아할 수 있다. 이 정도 꼰대질은 애교다. 너그러이 넘어가주자.

 

2. M모드로 찍어야 한다

어쩌면 앞에 "이러이러한 상황에서는"이 생략된 표현일 수도 있다. 이런 꼰대, 물론 존재 가능성이 있다. 무시하자.

 

3. 니 카메라(렌즈) 안좋은데

입문자의 멘탈을 무너뜨리는 가장 흉악한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그 입장에선 얼마나 많은 밤 고민해 나름의 거금을 들였겠는가. 자동초점이 좀 느리거나 화질이 약간 뒤처진다고 셔터가 안눌러지는 것도 아닌데. 세상에 완벽한 카메라는 없는 것을.

 

4. 니 사진엔 영혼이 없네
ㅋㅋㅋㅋ 이건 진짜 말끔히 무시하자. 이런 사람한테 칭찬받는 거 조심하고.

5. 보정한 건 사진이 아니야
이 사람은 카메라를 찐 모르는 거다. 현상소가 하든 라이트룸이 하든 카메라의 이미지프로세서가 하든, 현상(=보정) 안하고는 사진을 볼 수가 없다. 연주 안하고는 악보를 들을 수 없는 것처럼.

6. 번들렌즈 과민반응형
렌즈 추천해달라는 글에 특정 렌즈를 추천하면, 거기 대고 번들렌즈 무시하냐며 뜬금 열을 내는 사람을 봤다. 누가 번들렌즈 후지댔니. 근데 너는 번들렌즈 안쓰잖아.

7. 뷰파인더 성애자 (feat. 유튜브 YOONSTAR 채널)
이런 정도까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유튜버 윤스타님의 채널을 정주행하다가 깨달았다. 근데 생각해보니 나도 경험이 있었다. 동호회 출사를 갔던 날이다. 미러리스를 쓰던 내게 어떤 형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뷰파인더로 찍는 습관을 들이세요." 뭥미? 그땐 그냥 순둥순둥하게 웃으며 "제가 시력이 더 나빠지면 안돼서요 허허" 이 타입은 약간 저 위 4번의 영혼부재 지적형이랑 궤를 같이하는 것 같다는 게 내 분석이다. 뷰파인더 촬영의 장점이 물론 분명하다. 테레비를 눈꺼풀에 밀착시켜서 자주 시청하는 습관의 단점도 분명하고 말이지.

8. 브랜드 저격수와 호위대
특정 브랜드를 과도하게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들 저마다 특징이 있을 뿐인데. 혹시 그/그녀가 솔직히 자신의 편향성과 경험부족을 밝히며 자기 말을 가려들을 것을 전제해준다면 꼰대가 아닐 수는 있다. 또는 추천해주는 카메라/렌즈 기종의 제조사가 다양하면 의심을 풀어도 좋다. 특정 제조사 임원이나 스파이가 아니고서야, 소비자인 너님이 그렇게 열을 올릴 이유가 어디있는 걸까.

9. 기타 등등 '~야 한다'
다행히도 내가 만나보지 못한 많은 사진 곤대들이, 이밖에도 더 있을 것이다. 나열한 7가지 유형의 공통점을 지혜롭게 살피면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사진이 아니다, 쓰레기다' 등등의 뉘앙스를 잘 가려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살다보면 꼰대는 어디에나 있다. 사랑과 관심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의 존중을 받고 싶어 튀어나오는 '선생질'일 수 있다. 사실은 그들을 식별하고 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내가 그들처럼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자세다. 말해놓고 보니 전염병이나 좀비만큼 무서운 존재들인 것 같다. 오늘도 즐거운 사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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