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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렌즈 리뷰 - 삼양옵틱스 12mm f2.0 NCS CS 소니E

나그네_즈브즈 2020. 11. 27. 00:10

 

삼양옵틱스 12mm f2.0 NCS CS 소니E / 역시, 못 생긴 건 쉴드쳐줄 수 없어

 

 

지금은 다 정리해버렸지만 미러리스 시절 사용했던 렌즈들,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졌다. 그 때 참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내가 어떤 사진을 찍고싶은지 그런 것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 렌즈들을 거쳤던 것 같다.

 

지난 번에 이어 오늘도 삼양옵틱스 렌즈를 소개한다. 소니용 12mm f2 단렌즈다. 세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1. 삼양에서는 아무 설명이 없으면 수동조작 전용 렌즈다. 전자접점이 없어서 자동초점은 물론이고, 바디에서 조리개 컨트롤이 안된다. 2. 이 렌즈의 이미지서클은 풀프레임 센서보다 작은 크롭바디 전용이다. 풀프레임 미러리스에 마운트할 수는 있지만, 화면 가장자리에는 렌즈를 통과한 빛이 닿지 않아 시커멓게 보일 것이다. 3. 풀프레임용 12mm f2.8 어안렌즈랑 헷갈리지 말자. 

 

삼양옵틱스 12mm f2.0 NCS CS

 

맞다. 그 삼짜이스다. 뒤에 NCS는 나노크리스탈코팅을 의미하는 것 같다. 코팅을 무시하지 말자. 현대 디지털 광학에서 렌즈를 코팅하는 기술은 한 기업의 수준을 차별화 해주는 척도이다. 코팅만 잘해도 선예도, 색수차, 발색 등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CS는 아마 APS-C 센서랑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뒤에서도 소개하겠지만, 이 렌즈는 목적이 확실하다. 헷갈릴 것 없고 고민할 게 없다. 크롭 미러리스 유저가 시원한 광각을 찍고 싶을 때 사용하면 된다. 실내 공간을 넓게 담고 싶을 때, 풍경 사진에서 압도적인 공간감을 표현하고 싶을 때, 은하수를 찍고 싶을 때. 셀카를 찍고 싶을 때? 는 음,, 글쎄.

 

1. 외관

못 생겼다. 실버 색상은 더 못 생겼으니 조심하자. 경통 끝부분이 갑자기 넓어지는 구린 디자인이다. 덩치는 크지 않은데 200g 조금 넘는 무게는 뜻밖에도 묵직하다. "광각이니까 셀카 찍어야지" 하면서 카메라를 거꾸로 들면, 머잖아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AF모터는 없지만 가장 많이 열리는 조리개가 2.0으로 꽤나 밝은 편이다. 표면은 신뢰감 듬뿍한 차가운 재질로 되어 있다. 금속인가? 플라스틱은 아니다. 경통에는 플라스틱 초점링이 있고, 조리개 컨트롤 링도 있다. 못 생긴 것 외에 불만은 딱히 없다. 굳이 서운한 걸 들추어 보자면 조리개 링을 돌릴 때 무단으로는 안된다는 것 정도? 돌릴 때 클릭음이 또도도도독 들린다. 영상 촬영 도중에 조리개를 바꾸실 분들은 참고하도록. 근데, 가격을 생각하면 뭐...

 

2. 화질

선예도  ★ 이 별점은 크기나 브랜드나 가격을 감안한 '감정'이 아니다. 선예도 진짜 미쳤다. 

발색    굳이 흠잡을 데가 없다.

왜곡    말했던 대로 광각에서는 렌즈 크기를 조금만 양보해도 볼록 왜곡(barrel distortion)이 생기기 쉽다. 약간이긴 하지만 배럴 왜곡이 느껴진다면? 라이트룸의 왜곡 보정 도움을 받도록 하자.

색수차  ☆ 색수차 때문에 고생했거나 기분 상했던 기억이 없다. 

빛망울  ☆ 생각 외로 몹쓸 수준은 아니다. 기본은 하는 편. 초점거리가 짧아 몽환적 배경흐림을 기대할 건 아니지만, 촬영거리가 가까워서 f2.0에서는 뜻밖에도 꽤나 흐려진다. 샘플 사진이 참고가 되려나?

플레어  ☆ 플레어인지 고스트인지, 암튼 강력한 광원을 마주하면 지저분 하게 뭔가 생긴다.

빛갈라짐 ☆ 얘처럼 짝수로 빛이 갈라지는 렌즈들에서 빛줄기가 날카롭기 마련인데, 야경은 찍지 말자. 얼마나 처참했으면 삼양옵틱스 본인들도 이 지점은 마케팅에서 빼버렸을까.

 

3. 가격  ★ 새상품 32만원 선이다. 저렴하지만, 블랙이 실버보다 비싼 건 기분이 나쁘다.

 

4. 초점링 ☆ 매우 부드럽고 존포커스가 된다. 고무재질이 아닌 건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점이다. 고무재질의 포커스링은 먼지가 달라붙으면 잘 안떨어진다. 초점링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가 선형성이다. 돌리는 만큼에 비례해서 초점 뎁스가 반응하느냐인데, 평균적으로는 초점링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구간에서는 선형성이 성립하지 못한다. 맨날 조리개 조이고 찍어대느라, 아쉽게도 선형성이 어느 정도로 엄밀한가는 테스트해보지 못했다.

 

5. 최소 초점거리 ☆ 아... 살~~~짝 아쉽다. 나름 초광각렌즈라 엄청나게 들이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환산화각이 18mm인데 최소초점거리가 20cm인 건 평균에 못 미치는 성능이라 하겠다.

 

6. 범용성 ☆ 인테리어 사진이나 여행사진과 풍경사진, 그 이상도 이하도 어렵다. 조리개가 밝아 은하수는 가능하지만, 빛갈라짐이 어색해 야경에는 또 아쉽다. 초광각이라 셀피 유튜빙에 효과적인듯 하면서도 뜻밖의 무게는 또 석연치 않다. 초광각의 경우 프레임 가장자리가 쭉쭉 늘어나기 때문에 인물사진을 찍는 것도 꽤 적응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초보자의 푸념일 뿐. 의외로 스냅 찍기에도 괜찮았던 것 같다. 동영상도 찍었다.

 

7. 샘플사진

생각보다 이 렌즈를 들고 나간 적이 너무 적다. 샘플 사진이라기엔 민망한데, 그러나 내가 최고로 마음에 들어하는 몇몇 사진은 이 렌즈에서 나왔다. 약간, 모 아니면 도 스타일이랄까.

 

 

 

 

8. 총평

추 천 : 초광각을 좋아하는 APS-C 바디 유저, 공인중개 보조원, 선명한 풍경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

안추천 : 찌릿한 빛갈라짐을 찍고 싶은 사람, 빠르게 AF를 맞추고 싶은 사람, 렌즈를 하나만 쓰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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