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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렌즈 리뷰 - 삼양옵틱스 AF 24mm f2.8 소니 FE용

나그네_즈브즈 2020. 11. 21. 19:06

지금은 다 정리해버렸지만 미러리스 시절 사용했던 렌즈들,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졌다. 그 때 참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내가 어떤 사진을 찍고싶은지 그런 것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 렌즈들을 거쳤던 것 같다.

 

늘 곱씹어 볼 내 옛날 렌즈는 삼양옵틱스에서 만든 '자동초점이 되는' 24mm f2.8 렌즈다. 이 때 임수민 작가의 강연을 유튜브로 듣고선 나도 거리사진을 찍겠답시고 스냅 화각의 작은 렌즈를 찾아낸 거였다. 크롭센서에 조합하면 36mm 초점거리가 되니 왠만한 장면은 소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삼양옵틱스 AF 24mm f2.8 소니 FE

 

삼양옵틱스? 뒤에 광학만 빼면 뭔가 삼양라면이 떠오르는 게 이름이 향토적이다. 그렇다. 무려 대한민국 렌즈 제조사다. 약간만 소개를 하자면, 삼양옵틱스는 렌즈만 만드는 서드파티 제조사다. 초기에는 저렴하고 선예도 날카로운 수동초점 전용 렌즈로 시장에 진입했다. 포커싱 조작이 수동이라는 점과 선예도가 굉장히 찌릿하다는 것이 독일의 칼자이스 사의 렌즈와 닮았다고 해서 '삼짜이스'라는 별명이 있다. 외국에서도 꽤 인지도가 높은데, 삼양옵틱스 혹은 Rokinon이라는 브랜드로 유통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고른 이 렌즈는 두 가지 측면에서 특이점을 갖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다른 삼양 렌즈와는 달리 AF모터를 가지고 있다. 보통 AF모터나 손떨림방지 유닛 같은 부수적인 기능들이 덕지덕지 달리면 렌즈의 크기와 무게를 키우는 원흉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놈은 왠만한 MF 렌즈들보다도 훨씬 작고 가볍다는 데서 한 번 더 놀라움을 남긴다. 

 

삼양옵틱스 AF 24mm f2.8 소니 FE 렌즈. 너무 작아서 ㅋㅋ 렌즈만 나온 사진은 민망할 정도.

 

1. 외관

아무리 최대 개방조리개가 f2.8이고 플라스틱 재질인 걸 감안해도 그렇지. 삼이사의 외관을 보면 '미쳤다'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다. 삼이사보다도 더 작은 팬케익 렌즈들은 DSLR 시절에도 여럿 있었지만, 화질도 경박단소한 게 일종의 비용이었다. 삼이사는 팬케익보다는 두께 면에서 푸짐한데, 그렇다고 해도 가끔씩은 렌즈를 마운트 안했나 싶어서 카메라를 쳐다보게 된다. 이 소박함과 가벼움에도 적응은 필요한 셈이다.

 

초점링은 부드러운데, 빡빡함이 10이고 헐거움이 1이라면 4정도의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운트까지도 플라스틱 재질이라 양심 상 별은 하나 깎았다. 후드는 뭐 ㅋㅋ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가 없을만큼 작다. 이 크기에 꽃무늬 후드면 그것도 나름대로 적잔히 변태스러웠을 것 같다. 필터 구경에 비해 실제 눈깔 사이즈는 엄청 작은 걸 보니 디스타곤 타입의 설계를 한 것 같다. 아니면 말고. 

 

2. 화질

선예도  ★크기를 봐라. 조리개를 활짝 열어젖히고 주변부마저도 선명하길 기대하는 렌즈가 처음부터 아니다. 난 주로 조리개 4~8에서 놀았던 데다가, 크롭센서가 렌즈 이미지서클의 주변부를 잘라먹기 때문에 오히려 선예도에선 이득을 본 셈이다.

 

발색   어, 난 이 렌즈가 주는 색감이 뜻밖의 홈런이었다고 기억한다. 가장 좋아하는 사진 10개를 뽑으면 4개 정도는 요 녀석.

 

왜곡   삼양의 기술력이 발휘된다. 24mm부터는 꽤나 광각 패밀리에 속해서 배럴 왜곡이 잘 보이기 쉬운 초점거리다. 그리고 누차 이야기했뜻이 이 렌즈 크기를 보면, 그런 걸 억제해줬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우려를 비웃기나 하듯이 왜곡을 가뿐히 즈려 밟아준다. 육안이 인지하지 못하는 배럴 왜곡이 물론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분들은 라이트룸에 가서 '왜곡 보정'에 체크를 해주자. 

 

색수차  점수를 왜 이렇게 후하게 주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뭐, 그렇다. 최대개방이 아주 밝은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심각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크기를 감안하면 호평을 주고 싶은 수준이다. 국뽕이 아니다.

 

빛망울  애초에 이걸 기대하고 고른 게 아닌데, 평범한 수준이다. 조리개의 최대 개방단이 2.8이라는 점, 내 카메라 센서가 aps-c 사이즈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정하고 점 광원을 찍지만 않으면 '오, 의외로 부드럽게 흐려지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플레어  햇빛이랑 맞장 뜨지는 말자. 손자병법에서도 최고의 전투는 '싸우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빛갈라짐 이것도 하지 말자. 개인적으로 빛갈라짐을 좋아해서 해보긴 해봤는데, '응 아니야' 그냥 하지말자.

 

3. 가격 다X와에서 검색하니 새상품이 29만원이다!! 중고는 20만원+α 에서 끊을 수 있을 것도 같다.

 

4. AF 모터 소니 네이티브에서 별 하나 깎을 딱 그 정도로 탁월하다. 스틸 이미지에서는 워블링은 거의 없고, 영상에서 끼릭끼릭 하는 소리는 주변 환경이 절간처럼 조용하다면 들릴 수 있는 수준으로 기억한다. 

 

5. 최소 초점거리 최소 초점거리는 렌즈 초점거리의 10배 정도 되는 게 보통이다. 삼이사도 딱 그 정도다. 불만도 감탄도 없는 선이다.

 

6. 범용성 이걸로 은하수는 못 찍는다. 야경도 구리다. 축구 경기도 안된다. 그래서 별 하나를 깎았다. ... 내가 너무 야박했나?

 

7. 샘플사진

난 이 시간에 가장 괴롭다. 내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난 사실, 사진은 잘 못 찍는다. 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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