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촬영과 보정 연구

가이드넘버만 알면 내장플래시, 스트로보 활용 끝

나그네_즈브즈 2020. 11. 6. 14:11

photo는 빛, graph는 그림이다.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 데도 다 이유는 있다. 필름이 도화지, 렌즈가 붓이라면 빛은 물감이다. 사람들은 카메라와 렌즈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다. 돈을 쓰는 문제도 그렇지만, 흔히 '사진을 배운다'고 할 때에도 주로 기계 장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논점이 집중돼 있다.

빛에 대해서도 탐구해보자. 모델을 찍고 출사를 떠나는 등 처음에는 피사체를 따라 프레임을 만들지만, 어느 시점에는 빛을 보고 셔터를 누르게 되는 때도 있다. 알고보면 빛도 달리 보인다.

 

맨 처음 보급기 DSLR을 중고로 사서 내 방구석을 찍었다. 그 때 가장 배운대로 안됐던 기능이 내장 플래시였다. 선생님은 플래시가 조리개의 영향을 가장 예민하게 받는다고 하셨는데, 내가 테스트하기로는 ISO와 촬영 거리에 따라서 더 많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뭘까. 그 후로도 스트로보, 내장 플래시, 인공 조명, 순간광을 이용한 촬영은 나로선 금단의 영역으로 남아왔다.

 

이 미지의 영역은, 가이드넘버를 알게 되면서 뜻밖에도 쉽게 정복됐다. 카메라를 바꾸고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던 어느 날 잠재의식 속에만 있던 가이드넘버라는 단어를 다시 만나게 됐다. 선생님이 거의 언급해주신 적 없었거나, 내가 흘려들었던 개념이었다. 자세히 검색해봤다. 나무위키 고마워!

 

모든 순간광 조명장치에는 가이드넘버라는 스펙이 있다. 이 녀석은 ISO가 100일 때를 기준으로 최대 발광할 수 있는 밝기를 나타낸다. 조명에서 피사체까지의 거리를 조리개와 곱한 숫자다. 여기까지만 이해하면 나머지는 모두 연역적으로 추론해낼 수 있다.

 

1. 어떤 상황에서 사용할까?

 

이동식 순간광 조명으로는 피사체만 밝힌다고 생각해야 한다. 조명에서 발광한 빛은 거리가 멀어지면 밝기가 약해진다. 멀리 떨어진 배경에 닿는 빛은 가까이 피사체를 밝힌 것보다 약하다. 이런 성질은 두 가지 상황에서 적용하면 좋다.

 

첫째, 배경이 밝아 빛을 더 받을 필요가 없고 피사체가 그에 비해 너무 어두울 때다. 순간광을 터트리면 배경과 피사체가 골고루 밝게 찍히기 때문에 노출을 맞추기가 쉽다. 화사한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둘째, 배경이 어둡고 이걸 살릴 필요가 없을 때. 플래시의 보조광을 받는 피사체에 노출을 맞추면 배경을 완전히 새까맣게 죽일 수 있다. 피사체를 주제로 강조해서 표현할 때 쓰이는 촬영기법이다. 

 

배경과 피사체가 모두 어두운데 억지로 배경까지 살리려 조명을 쓰면 망한다. 동굴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자동 플래시가 이럴 때 터지기 때문에, 현대인은 하얀빛이 번쩍이면 기겁을 하도록 진화했다.

 

2. 노출을 맞추는 요령

 

배경은 조명이 없다고 가정하고 노출을 맞추면 된다. 순서로 따져보면 이렇다. 표현을 위해 원하는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결정한다. 여기에 따라 배경의 노출이 알맞도록 ISO를 결정한다. 피사체에는 카메라로 노출을 맞출 필요가 없다. 피사체의 노출은 플래시가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3. 중요!! ★광량을 조절하자★

 

내장플래시나 스트로보의 가이드넘버를 '기계 GN'으로 부르기로 하자. 한편으로는 설정된 조리개와 정해진 촬영거리의 곱을 계산할 수 있는데, 이걸 '설정 GN'이라고 하자. 기계GN이 기준이다. 설정GN이 기계GN보다 작으면 피사체가 밝게 찍힌다. 덜 조여진 조리개로 가까이서 촬영하는 효과를 생각하면 된다. 반대로 설정GN이 기계GN보다 크면 피사체 노출은 부족할 수 있다. 조리개를 너무 많이 조였거나 거리가 멀어진 탓이다.

<요약>
가이드넘버 > 조리개×거리 : 노출과다 (열린 조리개로 가까이서 촬영)
가이드넘버 < 조리개×거리 : 노출부족 (닫힌 조리개로 멀리서 촬영)

 

여기서 ISO가 2배 높아지면 기계GN은 √2배(약 1.4배) 커진다. 감도가 두 스탑 증가하면 기계GN은 2배가 된다고 보면 된다. 이게 처음에는 굉장히 헷갈릴 수 있다. GN 속에 조리개가 곱해져 있다는 걸 기억하면, 1.4배가 되어야 노출이 절반이 된다는 걸 연상할 수 있다. GN이 두 배로 커지면, 마치 조리개가 2스탑 조여지는 효과를 내는 것과 같다. 조리개도 그렇지만, 거리에 따른 빛의 밝기도 마찬가지다. 빛의 세기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같은 조리개라면, 거리가 2배 길어질 때 빛의 양은 (2의 제곱인) 4배 줄어든다. 

 

*** ISO가 n스탑 증가하면 기계GN × (√2의 n제곱)

 

지금까지의 논의는 모두 '풀 발광'일 때 적용된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아무리 해도 노출이 과다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플래시 노출보정을 해주면 광량이 줄어든다. 카메라의 노출보정처럼 한 스탑에 1/2배씩 줄어든다. 주의할 것은, 이 때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기계GN이 아니라 광량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기억하자. 노출보정을 두 스탑 줄이면 기계GN은 절반이다. 물론 광량은 1/4로 줄어든다.

 

*** 플래시 노출보정을 n스탑 줄이면 기계GN × (1/√2의 n제곱)

 

4. 개방조리개 : 컨트라스트를 조절하자

 

조리개를 두 스탑 열고 순간광을 -2 스탑 하면 피사체의 노출은 똑같다. 그러나 컨트라스트는 줄어든다. 같은 ISO와 셔터스피드에서 전체적인 노출 자체가 올라가기 때문에, 순간광이 닿지 않는 어두운 영역이 '더 밝은 그림자'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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