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카메라와 렌즈와 기타 장비

캐논/니콘/소니/후지/파나소닉 카메라 제조사별 장단점

나그네_즈브즈 2020. 11. 10. 13:29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구입하려면 결정해야 할 것들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브랜드도 그 중 하나다. 각 브랜드별로 모델명도 다르고 스펙도 제각각이라서, 입문자는 어느 회사의 어떤 제품이 다른 회사의 다른 제품과 같은 급인지 다른 급인지, 가격차이가 왜 이만큼이나 발생하는지 알 길이 없다. 제조사별 카메라기종을 일일이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하면 작은 줄기들을 파악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신 오늘 작성하는 포스팅의 내용은 역시나 의식의 흐름대로 + 귀동냥을 총동원한 것이니, 사실과 사소하게 다른 내용이 있거나 저마다의 주관적인 견해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그래도 댓글은 환영! 그럼 시작해볼까?

 

1. 캐논(DSLR은 000D 보급기, 00D 중급기, 0D 고급기. 미러리스는 RP가 보급기, R은 중급기, R5는 넘사벽)

1번에 올 만하다. 디지털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 캐논 형님이시다. 팬보이도 많지만 안티도 많은, 애증의 회사다. 필름 시절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었는데 DSLR에서 불세출의 명작 5D 시리즈를 내며 시장을 씹어드셨다. 미러리스 출시에서 소니에 한발 뒤쳐지나 싶었지만 90D를 끝으로 DSLR을 빠르게 접고 EOS-R, EOS-R5/R6을 출시하며 점유율을 회복했다. 

 

장점 : 투명한 수채화 느낌의 색감, 신제품 출시 속도, 렌즈 퀄리티와 라인업

단점 : RF 렌즈들의 미친 가격, 대동소이한 바디 간 급 나누기, 발전 없는 사골센서. 구라핀(결과물을 보면 초점이 안맞음)

 

구라핀 문제는 사실 DSLR의 공통적 이슈였고, 미러리스에서는 사라졌다. 캐논은 장인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기업 중에서도 혁신에 특히 울렁증이 심한 것 같다. 신제품을 내는 속도는 빠르지만, 센서를 포함한 핵심 기능에는 이렇다 할 발전을 생략하는 편이다. 듀얼 메모리슬롯을 넣어주고 스위블 액정을 뺀다든지, AF포인트 개수를 늘인 대신 다이얼 하나를 줄인다든지 하는 식이다. 급 나누기다, 옆그레이드다, 카메라 회사가 아니라 마케팅 기업이다 등등의 욕을 맨날 먹는다. 캐논의 지지자들은 이미 '완성된 기술'이라며 변호를 하거나, 다른 회사의 단점을 들추어 물타기를 하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주관적인 '예쁜 색감'의 영역에서 보편적인 인정을 받는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캐논은 대단한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2. 니콘(D0000 크롭, D000 풀프레임, 6-7-8로 갈수록 상위 라인업. 미러리스는 7이 고화소, 6은 표준화소, 5는 보급기)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필름시절의 SLR 카메라로 시장을 독차지하셨던 형님이다. 디지털 세계에서도 바디의 엄청난 신뢰감과 안정성, 센서의 탁월한 DR과 계조로 우직하게 승부해 왔다. 니콘은 사진장비의 기본에 가장 충실하려고 하는 설계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SLR에서는 FM2와 F3, DSLR에서는 D750와 D850이라는 명기를 선보였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초기모델인 Z5, Z6, Z7에서는 소외됐지만 최근 Z6 2세대를 발표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점 : 센서의 훌륭함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이미지 프로세싱 능력, 마감/그립감/방진방적/ 모든 면에서 월등한 하드웨어

단점 : AF기술, 소비자의 니즈 파악하는 능력 부족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한번도 사용해볼 기회가 없었다. 니콘은 분명 소니의 센서를 공급받는데도 DR과 계조에서 특별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 그 센서의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력이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 미묘하게 따뜻함이 묻어나는 색감도 역시 훌륭하다. 니콘은 급 나누기, 마케팅 이런 거 모른다. 기본기에 몰빵이다. 세계에서 인사이드 패스를 제일 잘하는데 조기축구에서 뛰는, 강력한 '한 방'이 있는 바보형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러한 소신이 너무 뚜렷해서, 소비자들의 요구에는 귀를 닫았다는 게 함정. 정말 훌륭한 바디를 만들어놓고서는 핵심 편의기능에서는 헛발질을 날려 유저들을 떠나게 했다. D750, D850 DSLR에서는 라이브뷰의 AF를 제외한 모든 게 완벽했고, Z6/Z7 미러리스에 SD카드 메모리슬롯을 안넣는다거나 유튜버를 겨냥한 Z50의 플립 LCD모니터를 아래로 젖혀지게 하는 창의적 헛발질을 항상 보여주셨다. 아직 남아있는 니콘의 유저들은, 엄마의 마음으로 이 브랜드의 카메라를 사랑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소니(a0000 크롭바디, A9 끗판왕, A7은 표준 1-2-3, 저화소 고감도 특화 S 1-2-3, 고화소 특화 R 1-2-3-4, 컴팩트 C)

소니는 DSLR을 진작 버렸다. 미래를 내다본 이 회사는, 걍 옛날부터 미러리스 제조사였다. 이 바닥에서만큼은 소니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최초 발표, 바디 내 손떨림방지 유닛 '당연히' 탑재, 눈 검출 및 추적 AF, 초당 20연사 기계식 셔터, 화각 및 화질 손상없는 4K영상, 데일리 사이즈를 가진 컴팩트 풀프레임 바디를 잇달아 선보였다. 특히, 자동초점의 속도와 정확도에 있어서는 소니가 업계의 기준일 정도다. 

 

장점 : 자동초점. IBIS. 4K 영상의 화질과 색감, DR과 계조 훌륭한 센서, 고감도 노이즈 억제 알고리즘

단점 : 바디의 기계적 안정성과 신뢰감 부족, 특징 없는 색감

 

소니 카메라는 실내에서 쓰기 좋다. 라고 하는 데에는, 바디의 마감이나 펌웨어의 안정성에서 아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먼지와 물방울을 막아주는 방진방적 설계도 '고려'만 되어있다. 운영 소프트웨어가 갑자기 꺼지거나 멈췄다는 사례도 있고, 손에 잡히는 그립감도 쪼~오끔 아쉽다. 뉴트럴한 색감은 특징이 없다는 단점일 수도, 취향을 타지 않는 장점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후지
여기는 ㅋㅋ 풀프레임 카메라를 만들지 않는다. 남들이 센서 크기 조금 다른 것 가지고 편의기능 더 넣고 고급 렌즈 라인업으로 급 나누기하며 고급 기종 구매를 유도할 때, 후지는 크롭바디와 렌즈도 이만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며 돌직구 정면승부를 건다. 큰 센서? 끽해야 135 필름 사이즈 가지고 그렇게들 거들먹 거리나. 기왕 하려면 중형 정도는 돼야지. ㅋㅋㅋㅋ 후지는 카메라 업계의 이단아, 마이웨이의 상징이다. 필름을 만들던 회사의 전통으로, 색감도 레트로 바디 디자인도 레트로다.

장점 : 크롭이어도 훌륭한 바디와 렌즈들. 예쁜 레트로 디자인, 필름 느낌을 내주는 컬러
단점 : 비싼 가격, 플라스틱 재질이 주는 싼티

파나소닉(일본 디카시장 1위인 올림푸스는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ㅜㅜ)

전통적으로 영상촬영 분야에서 터널을 뚫어왔던 제조사다. 올림푸스와 함께 마이크로 포서드라는 독자적인 센서 규격과 라이카 마운트를 공유해 오다가, 최근에는 풀프레임 미러리스에도 뛰어들었다. 동급 규격 사이의 경쟁에서는 파나소닉의 센서가 1등을 먹었다. 사실 소니의 5축 센서 시프트 방식의 바디 내 손떨림방지는 파나소닉/올림푸스에서 먼저 적용했었다. 브랜드 파워에서 밀린 게 흠이라면 흠. 파나소닉의 컴팩트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아는 바가 없는 제조사이기도 하다. 

 

장점 : 바디 내 손떨림방지, 사용하기 편리한 기계식 다이얼과 커스텀 버튼, 흑백 촬영의 색감

단점 : 느린 연속 AF 기술, 덜 꾸려진 렌즈 라인업

 

 

 

마치며

 

사진을 찍는 데 있어서 카메라와 렌즈가 주인공일 수는 없듯이, 그 도구의 제조사가 절대성을 띨 수도 없다. 가끔 지지하는 회사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충성 유저들도 보이는데, 몰입과 충성이 문제가 아니라 '지나치게'가 항상 문제다. 나는 니콘을 가장 좋아하고 캐논을 제일 싫어하는데,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선호도일 뿐이다. 카메라는 소니 걸 쓴다. 해서, 누군가가 특정 정당의 훌리건인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카메라는 소니가 제일 좋아?" 라고 물어보는 걸 추천한다. 질문을 받은 그가 "어, 소니가 짱이야" 라거나, "누가 그래? 무조건 캐논이지" 이러는 순간 탈락이다. 지각이 있는 사진가라면 "그런 게 어딨어 ㅋㅋ 회사마다 장단점이 있지" 라거나 "소니는 기술력은 좋은데 뭔가 100%를 안 주는 느낌이야" 이런 정도의 중립적 평가가 나오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바닥의 뉴페이스인 우리들이 중용의 도를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겠다. 힘 없는 소비자들이 굳이 대기업을 무료 변호할 필요도 없고, 우리끼리 다툴 필요는 더더욱 없으니까. 따져보면 경쟁을 해야 하는 건 제조사들 쪽이다.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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