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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프레임 미러리스 : 니콘 Z6를 안사고 소니 A7R3를 산다면?

나그네_즈브즈 2020. 11. 12. 14:06

지난 번에 풀프레임 미러리스로 a7c가 아닌 구닥다리 z6를 선택하는 이유를 얘기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비교를 해보려고 한다. 세상에 완벽한 카메라는 없다지만, 내 마음에 더 드는 카메라를 찾기 위해서다. 

 

때는 바야흐로 니콘의 새 풀프레임 미러리스 z6 II와 Z7 II가 드디어 출시될 거라던 11월이다. 기존 Z6/Z7의 핵심 약점이 바로 부정확한 눈인식 AF였는데, 이번에 발표된 신작에서는 그게 해결됐다. 그래서 2세대 바디가 유통되면 Z6 중고가격도 더 내려가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었다. 참고로, 11월에 시작될 거라던 Z6 II의 예약판매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감감 무소식이긴 하다. 

 

아무튼 이런저런 정보를 찾다 보면 괜히, 내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어진다. Z6를 소니의 제품들과 비교하며 확인사살을 시도한 게 잘못된 첫 단추였다. 혐오스런 LCD를 장착한 죄로 a7m3가 애저녁에 탈락했다. 생뚱맞게도 고화소 형님들인 Z7와 a7r3의 대결을 보게 됐다. 내 나름의 계획은 이랬다. Z7이 고화소인 것만 빼면 Z6에 비해 그닥 나을 게 없으니, 소니의 a7r3(이하 R3)마저 Z7에 큰 비교우위가 없다면 Z6를 선택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 것이었다. R3=Z7 < Z6 이렇게 되는 셈.

 

여기서부터 꼬였다. R3가 Z7을 가뿐히 이기는 바람에. 다이얼과 커스텀버튼의 편의성, 자동초점, 연사성능을 비롯해 센서에서도 약...간은 앞선 느낌이었다. 영화 신세계의 강 형사(최민식)가 죽기 전에 그랬지.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그래서 졸지에 급도 안맞는 Z6와 R3를 비교하게 됐다. 탄탄한 바디와 합리적 가격의 Z6냐, 고화소와 퍼포먼스의 R3냐!

z6과 a7r3 둘 다 좋은 점 투성이인 카메라인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번처럼 상대적인 단점만 비교해서, 내가 극복할 수 없는 게 있는지 결정하기로 했다.


 

 

 

 1. R3에서 아쉬운 점 (Z6에 비해서)

 

기계적인 완성도가 전체적으로 떨어진다. 손에 감기는 맛이라든가 표면처리의 내구성, 방진방적의 신뢰성, 규격에서 오는 그립감은 다 패배. 그나마 실리콘 스킨을 씌우고 연장그립을 달면 방진방적 말고는 해소가 가능하다. LCD는 니콘이 너무 대단한 거라고 정신승리 할 수 있다. 캐논 LCD의 품질도 R3랑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니까. 셀카는 원래 찍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스위블이나 플립이 필요없다. R3를 비롯한 소니 바디 대부분은 LCD 터치 조작에서 욕을 먹지만, 메뉴를 터치로 조작하는 것보단 다이얼과 커스텀버튼으로 즉시 작동하는 쪽이 훨씬 빠르고 편리할 거라고 생각했다. 

 

커뮤니티에 물어보면, R3는 펌웨어가 가끔씩 멋대로 멈추거나 꺼진다는 하소연도 보인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신뢰감이 팍팍 떨어진다. 그나마 취미사진쟁이라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행사 사진은 찍을 일이 없다는 게 작은 위안이다.

 

R3의 경우는 고화소 바디인지라, 4K 동영상을 찍을 때 크롭 없는 풀픽셀리드아웃 녹화가 불가능하다. 화각손실이 없으려면 픽셀비닝 방식으로 42MP를 4K로 줄이게 되는데, 감도가 올라가게 되면 덜 선명한 게 티가 난다고 한다. 어차피, 동영상을 별로 안찍으니까 괜찮다. 찍더라도 웹에 공유될 땐 다시 압축이 되는 데다가, 그 결과물도 휴대폰으로 보는 게 7~8할 정도는 될 것이다. 

 

2. Z6의 아쉬운 점 (R3에 비교해서)

 

자동초점을 연속해서 잡아주는 af-c 기능이 전반적으로 밀린다. 리뷰를 보면 볼수록, 특히 눈 추적 자동초점이 아쉽다. 소니가 이 분야의 기준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당연한 얘기지만, 초점이 눈동자가 아니라 속눈썹에 맞는 사례는 이 카메라를 온전히 신뢰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인물 사진을 주로 찍을 계획인데다가 시력이 나쁜 내 경우에는 이 기능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안받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여기서 내가 결정적으로 좌절했던 이유는, Z6의 후속작에서 니콘이 AF를 개선한 방법이 이미지 프로세서를 단순히 두 개 박아넣은 기술[?]이라는 거였다. AF 알고리즘을 질적으로 개선하지 않겠다는 의지였거나, 지금까지가 최선이었다는 자부심이었거나, 어느 쪽이든 펌웨어 업데이트로 Z6가 나아질 길은 요원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신승리가 안된다.

 

해상력과 DR이 밀리는 건 화소 체급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면 고감도에서의 노이즈 억제력은 앞서야 하는데 dxo mark 기준으로 보면 센서 점수에서 Z6가 앞서는 게 없다. Z무룩... 이것 때문에 풀프레임 바디를 사려고 하는 중인데.

 

고화소가 DR에서 앞서는 게 물리적 당위성을 가지는 결론이라면 양보하겠다. 그러면 Z7을 선택하면 되니까. 센서 점수라는 게 dxo mark에서는 점수라는 결과로만 나타나는데, photons to photos를 보면 ISO에 따른 다이나믹 레인지의 파로파일 전체를 살펴볼 수 있다. R3가 Z7조차도 DR로 찍어누른다. 하기야, 남의 회사에 더 좋은 센서를 팔아넘겼을 리가 없다. 이러면 Z6는 더 볼 것도 없다. 

 

 

 

R3가 DR은 가장 좋으면서도 노이즈는 Z7보다는 덜하다. 작은 차이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러면 기다렸다가 Z6 II를 사면 될 일이다. 하드웨어도 훌륭하고 AF도 나아졌을 테니, 괜찮은 선택일 것 같기도 하다. 아내는 새 제품을 사는 걸 허락했다. 앞으로 영원히 다른 카메라를 사지 않겠다는 전제로. 그러나 Z6 II는 새 제품이 풀려봐야 250만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80만 원에 중고를 살 수 있는 고화소 바디보다 한참 비싸다. 더 기다리면 중고가격이 내려가지 않겠냐고? 그런 당연한 소리는 나도 할 줄 안다. 그렇게 따지면 그 어떤 카메라도 영영 사지 못할 거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어쨌든, 중고 R3와 연장그립은 이미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알리에 주문한 실리콘 스킨도 왔다. 렌즈가 없는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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