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벌써 1년 전이다
지인 연주회를 찍어주다가
캐논 500D와 탐론 17-55mm f2.8
내 장비가 후진 줄 알고 빡쳐서
소니의 크롭바디 미러리스
a6400 바디킷을 샀다.
2019년 8월이었다.
오늘 '산 이유' 포스팅은
쟁점 / 매력 / 감탄 순서다
(판 이유도 있다 ㅋㅋ)
1. 쟁점 - 사기 전에 고민했던 것들
DSLR이냐 미러리스냐
풀프레임이냐 크롭바디냐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를 사려면
이 두 가지가 가장 핵심적인 고민이다
나는 DSLR부터 지우기로 했다. 처음엔
내 사진기였던 500D가 안좋은 이유가
크롭바디이기 때문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해서, 처음에는 가성비 좋은 풀프레임인
니콘의 D750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니콘은 특히 동영상(을 비롯한 *라이브뷰에서)
AF(=자동초점)가 발암 수준이라는 평이 많았다
*라이브뷰 : DSLR에서 뷰파인더 대신 활용하는 모니터
나는 영상 촬영에 별 흥미가 없었는데
아내는 추억을 영상으로 꼭 남기겠단다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찾아봤다
니콘 DSLR은 풀프레임이든 크롭이든
라이브뷰 AF가 나빠서 영상은 못 찍고
캐논은 듀얼픽셀 기술이 들어가
AF는 썩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회사의
센서우려먹기+급나누기
를 참아주지 못할 것 같았다.
소니? 는 미러리스 회사였다.
옛날 미러리스는 크롭 사이즈 뿐이고
배터리도 X루이고 발열도 심하고
뭐 하나 좋은 점이 없었는데
맨날 업계 3등도 못하던 소니가(뇌피셜임)
어디서 외계인을 주워다가 고문을 했는지
무슨 약을 어떻게 빨았는지 아무튼 미쳐서
풀프레임에 바디 손떨림방지까지 넣고
넘사벽 수준의 AF가 작동하는 미러리스를
시장에 내놓았다
어차피 사진기라는 도구의 발전은
RF에서 SLR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뷰파인더로 보는 것과 찍혀나온 사진이
점점 더 비슷해지고 더 편리해지는 쪽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으니
DSLR을 지나 미러리스로 가는 게 자연스럽고
미러리스는 비로소 광학기기가 아닌
디지털기기가 되었으니 혁신속도가 빨라
배터리나 발열 문제도 금새 해결될 것이었다.
그래, 대세는(유행이 아니라 대세) 미러리스다.
그런데 풀프레임 미러리스는 너무 비쌌다.
a9이야 최고급 라인이니 그렇다쳐도
a7 iii는 상대적 보급형[?]인데도
내 예산을 훨씬 초과했다.
렌즈를 못 구할 판이었다
내가 어찌어찌 극복할 수 있을 단점이 아니었다
게다가 내 아내는 소니의 이 비싼 풀프레임 바디들에
캐논의 셀카 액정이 없다는 걸 용서하지 못했다
나한텐 그닥 필요없는 기능이었
2. 매력 - a6400이 끌렸던 이유
그런데 마침 2019년 2월에
소니가 내놓은 따끈따끈한 크롭바디가 있었다
배터리 효율 극대화 + 4K촬영 발열 해결
(연속 영상촬영 시간 제한이 풀렸다)
이 두 지점은 미러리스의 고전적 문제를
한 번에 끝내버린 '한 획'이었고
a9의 최상위 AF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동물과 사람의 눈을 인공지능으로 추적하는
그야말로 미친 AF를 선보이며
디지털기기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또다른 '한 획'도 그었다
셀카를 찍을 수 있는 플립액정으로
아내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3. 감탄 - 실제로 좋았던 점
배터리나 발열은 한 번도 문제되지 않았다
마치 그게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처럼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감사한 장점이었다
AF는 *인간소외가 발생할 정도로 훌륭했다
*인간소외 : 사진기가 다 해주고 나는 뭐 하나 싶음
소니는 메뉴 구성이 거지같기로 악명 높은데
사용자가 여러 버튼과 다이얼에
입맛대로 기능을 할당할 수 있어서
오히려 편리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초당 11장의 빠른 연사속도
묵직하지만 경쾌한 셔터음
작고도 탄탄한 만듦새
당연한듯[?] 탑재된 인터벌촬영(타임랩스)
이런 굵직하고 소중한 장점들이
하찮고 소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많은 유튜버들이
IBIS(바디 내 손떨림방지) 없음을 원망했는데
그 기능이 언제부터 그렇게 당연했나 생각하며
사뿐히 무시했다 ㅋㅋㅋ
지금은 중고 매물이 얼마나 풀렸으려나
산 사람 중에 파는 사람이 별로 없긴 하다
80만원에 구할 수 있는 크롭 미러리스
a6400보다 더 좋은 게
냉정하게 따져봐도 아직 없는 것 같다.
근데 이 명기를 난 왜 팔았지
왜팔았을까
궁금하면 2편을 기대하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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