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카메라와 렌즈와 기타 장비

카메라 구입 04 - DSLR vs. 미러리스

나그네_즈브즈 2020. 10. 29. 17:05

맨날 공부 포스팅만 올리자니 쓰는 본인도 기가 빨린다. 장난감[?]이 있어야 공부에도 재미가 깃드는 법. 슬슬 카메라 살 준비를 해보는 게 어떨지. 가격은 만만찮고 부푼 꿈에 비하면 예산은 언제나 부족한데, 뭘 알고 골라야 바가지를 피하든가 후회를 피하든가 할 게 아닌가. 이 시리즈는 초보가 카메라를 고르는 대장정을 인도할 예정이다.

카메라를 사려면 결정해야할 고민이 많다. 렌즈교환형 디지털카메라는 크게 DSLR과 미러리스로 나눠져 있다. 종류가 다르면 우린 또 결정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조금이라도 알아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풀프레임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려는 내게 어제 아내가 이걸 물어봤다. 미러리스가 DSLR하고 달라? 똑같은 거 아니야? 뭐가 다른지 딱 한 문장으로 설명해달란다. 맙소사. 음... 여보... 있잖아... 지금부터 내가 길~게 설명해줄게.

 

DSLR은 유리로 본 걸 센서에 기록하는데, 미러리스는 모니터로 본 걸 센서에 기록한다. 이게 내 한 문장짜리 요약이다. 

 

DSLR에서는 렌즈, 거울, 프리즘을 통해 광학적으로 맺힌 상을 본다. 기계식 셔터가 열리고 닫히면, 그 상이 센서에 디지털 정보로 기록된다. AF모듈도 따로 있어서, 센서와 이미지프로세서가 하는 일이 별로 없다. 반면 미러리스는 이름처럼 거울이 없다. 렌즈로 들어온 빛이 센서에 곧바로 '디지털 상'을 맺는다. 센서는 끊임없이 이 디지털 화면을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원하는 순간에 사용자가 모니터를 '일시정지'하면 그게 사진이 된다. 이 전자기기의 센서와 이미지프로세서는 쉬지않고 얼굴을 추적하고 자동초점을 잡고 밝기를 분석하며 모니터를 굴려야 한다. 전력소모도 크다.

 

이건 한 단락짜리 요약이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할까? 고졸하지 말고.

 

1. DSLR

SLR(Single Lense Reflecter, *일안반사식 필름카메라)의 디지털 버전이다. 렌즈로 들어온 빛을 뷰파인더에서 그대로 본다. 이걸 위해 미러와 펜타프리즘이 내장돼 있다. 그래서 크고 무겁다. 평소에 센서는 놀고 있다. (* 이안반사식TLR도 있었다. 이건 뷰파인더용 렌즈와 실제 촬영 목적의 렌즈가 따로 장착돼 있어서 보던 것과 똑같히 찍히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고 한다)

비스듬히 누워 센서를 가리고 있던 거울은 사진이 찍힐 때는 접혀 올라가며 자리를 비켜준다. 미러에 튕겨나가던 빛이 이 때는 센서에 도달해 디지털 정보로 기록된다.

센서에서부터 렌즈가 마운트되는 평면 사이의 거리를 플레인지백이라고 한다. DLSR에서는 미러가 배치될 공간이 필요해서, 보다 긴 플레인지백이 필수적이다.

미러는 반투명해서, 입사광 일부를 아래로도 반사시킨다. 이 빛으로 자동초점 모듈이 초점을 잡는 판단근거를 삼는다. 대부분의 빛은 위로 반사되고 굴절되며 뷰파인더로 나간다. '뷰'와 포커싱이 따로따로다.

장점
a.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b. 순간포착 가능. 켜둬도 되고, 부팅 딜레이도 없다.
c. 광학식 뷰파인더가 촬영될 장면을 이질감없이 묘사한다.
d. 다이얼과 버튼 조작에 즉시 반응한다.
e. 옛날 기기라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단점
a. 크고 무겁다.
b. 뷰파인더 초점포인트가 화면 가운데에 몰려 있다.
c. 플레인지백이 길어 작은 렌즈를 설계하는 데 불리하다.
d. 미러가 접혀 올라가는 충격(미러쇼크) 때문에 핸드블러가 생길 위험이 더 크다.

e. 바디와 렌즈의 초점 신호가 서로 안맞을 수 있다. (교정 필수)

 

 

2. 미러리스

미러와 펜타프리즘을 제거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곧바로 센서에 상을 맺는다. 센서는 마치 비디오카메라나 스마트폰처럼 이 디지털 정보를 전자식 뷰파인더(EVF : Electric Viewfinder)나 LCD모니터에 지속적으로 표시한다. 사용자는 찍힐 사진을 미리 보고 언제 셔터를 누를지 결정할 수 있다.

 

센서가 이미지도 모니터하면서 자동초점을 찾고 렌즈에 명령을 보내고 노이즈도 제거하는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미러가 없기 때문에 플레인지백도 짧게 설계할 수 있다. 

 

설계 및 구조 상의 연관성은 모르겠는데, 미러리스들은 일반적으로 바디 내 5축 손떨림방지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셔터스피드를 쪼~오끔 느리게 해서 노출을 확보해도 사진에 핸드블러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장점

a. 상대적으로 작고 가볍다.

b. 자동초점 포인트가 화면의 90%에 분포해 있다.

c. 플레인지백의 이점으로, 작은 렌즈를 설계하기가 쉽다.

d. 미러쇼크가 없고, 심지어 IBIS(In-body image stablization)까지 있다. 핸드블러 걱정이 덜하다.

e. 핀 교정을 하지 않아도 초점이 정확히 맞는다. 

 

단점

a.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작고 가볍지도 않다.

b. 배터리가 오래 못간다. 부팅 딜레이도 제법 있다. 순간포착 하기가 어렵다.

c. 전자식 뷰파인더를 많이 보면 눈이 나빠진다. (TV 가까이서 보지 마세요)

d. 다이얼/버튼 조작에 시스템 반응이 약~~~간 늦다.

e. 비싸다. 렌즈도 비싸다. 

 

3. 결론

언제나 그랬듯 결론은 두루뭉술하게. 우리는 소비자로서, 제품에 대해 잘 알고, 각자의 상황과 요구를 잘 따져서, 현명하게 판단을 해야 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DSLR 추천 :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 힘 쎈 사람, 순간포착이 필요한 사람

미러리스 추천 : 편리하게 찍고 싶은 사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