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카메라와 렌즈와 기타 장비

나는 크롭 미러리스 소니 a6400을 왜 팔았나 (판 이유)

나그네_즈브즈 2020. 11. 4. 11:31

a6400을 1년 동안 사용하면서

사진은 많이 찍었다. 그때는

찍고 싶어서도 찍었지만

이만큼 비싼 걸 샀으니

써먹어야 한다는 의무감

그런 것도 있었다.

 

1년의 동행 끝에 a6400을 팔았다.

이 바디에 불만이 있었다기보다는

다른 카메라에 부러움이 있었다고

회상하는 게 옳을 것 같다.

 

지금 치환해보면 그건 사실

다른 장비에 대한 부러움과

다른 사람의 사진에 대한 질투가

공존하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a6400을 통해 느꼈던 갈증

오늘 글감은 그렇게 정리하면

적절할 것 같다.

 

1. 다이얼

 

풀프레임 카메라들을 보면

소프트웨어인 메뉴의 밖에

기계적으로 탑재된 다이얼과 버튼들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외관의 단순히 포스를 떠나서,

메뉴에 일일이 들어가지 않고도

갖가지 설정을 즉시 바꿀 수 있어

편리성 면에서 엄청난 장점이 있다.

 

 

소니의 플래그십 미러리스 A9의 다이얼 일부. 아래쪽을 돌리면 초점모드가 바뀐다.

 

노출의 세 요소는 a6400에서도

다이얼에 지정해 조절한다지만

노출보정 다이얼, 조그 다이얼,

연사모드 다이얼, 초점모드 다이얼,

셔터스피드 전용 다이얼도 있다.

 

이런 외부 노출 다이얼의 특징은

다이얼 표면에 설정값이 새겨져 있어

카메라가 꺼진 상태에서도

현재 입력된 세팅 정보를

미리 알고 있거나 미리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디자인

 

이건 1번의 내용도 포함한 건데,

 

후지의 x100 시리즈를 본 적이 있다.

디자인을 처음 봤을 때 나도 모르게

"헐 이게 뭐야?"

를 혼잣말로 내뱉었다.

 

비록 그녀석도 APS-C 센서인데다

단렌즈가 박혀있는 똑딱이었지만

디자인이 주는 감성

JPEG 색감이 주는 감성
플라스틱이 주는 감성

 
손에 잡고 싶게 하는 마성

취미 사진가의 무기로서는

정점에 선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후지의 x100f 디자인. 설정값을 알 수 있는 다이얼이 노출돼 있다.

 

게다가 바디 상판에는

노출보정 다이얼과

셔터스피드 다이얼이 있어서

a6400 디자인이 상대적으로

너무나 초라해 보일 지경이었다.

 

3. 애매한 크기와 포지션

 

a6400 정도면 우람한 몸집은 아니다.

대신 주머니에 쏙쏙 들어가지도 않는다.

똑딱이 카메라들을 알고 나서는

크롭 바디의 덩치가 애매하게 느껴졌다.

 

이 모델의 가장 핫한 셀링 포인트는

셀카를 찍을 수 있는 180도 플립 LCD였는데

내가 셀카에 취미가 없을뿐더러

교환형 렌즈를 마운트하고 거꾸로 들면

뻗은 팔이 금세 부들부들 떨려 왔다.

 

사진 결과물에 커다란 불만도 없었지만

특출난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D850으로 찍어 SNS에 올라온 걸 보면

고화소가 주는 디테일은 차치하더라도

압도적인 DR과 비트심도가 주는 컬러감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 * * * *

 

물론 이 모든 투정은

내가 사진 찍을 줄 몰라서 나오는 것이다.

 

다이얼도 많고 크기도 작고 센서도 최강인

그런 카메라는 어디에도 없을 테지만

결국 '사진기는 도구일 뿐'이라며

나는 a6400을 팔고 똑딱이를 잡았다.

 

파나소닉의 lx100 m2는 일단

다이얼도 노출돼 있고 크기도 작으니

결과물은 내려놓고 사용할 생각이었다.

 

안녕, 내 a6400! 고마웠고,

나보다 좋은 주인 만났기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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