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상면이 도화지라면 렌즈는 붓이다. 카메라를 고를 때처럼, 어떤 붓을 사용할지를 결정할 때에도 고민해야 할 요소는 차고 넘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렌즈는 필요없다. 내 그림에 잘 맞는 렌즈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공부지만, 꽤 큰 돈이 걸린, 그나마 신나는 공부라고 할 수 있겠다.
완벽한 사진기가 없듯, 완벽한 렌즈도 없다. 렌즈를 고를 때도 장단점을 파악하고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단점을 소거해 나가야 한다. 역시나 렌즈교환형 카메라를 골랐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온다. 그리고 렌즈를 이리저리 분류하는 행위 자체가, 결정을 강요하게 되는 압박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분류를 해보도록 하자. 오늘 포스팅 작성자의 관점에서 모든 카메라 렌즈는 단렌즈와 줌렌즈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런 글을 찾아 굳이 클릭까지 해서 읽고 있는 독자가 사진 장비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실 거라는 가정을 하면 오늘의 핵심 결론은
"내 생각엔, 입문자에게는 단렌즈를 추천" 으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1. 줌렌즈의 특징과 일반적인 장단점
렌즈이름 읽기에서 밝혔듯, 줌렌즈는 특정 범위 사이의 초점거리를 연속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름에 초점거리가 24-70mm와 같은 형태로, '범위'+mm 의 표기공식을 따르고 있다. 당연히 초점거리를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 따라 광각줌렌즈(16-35, 12-24, ...), 표준줌렌즈(24-70, 24-105, ...), 망원줌렌즈(70-200, 100-400, ...) 들로 분류할 수도 있다.
장점 하나 : 초점거리를 바꾸기 편리하다. 렌즈 빼고 캡 씌우고 또 캡 열고 렌즈를 꽂는 과정이 생략된다. 줌링만 돌리자.
장점 두울 : 렌즈 교환과정이 적기 때문에, 바디 내부로 먼지가 유입돼 센서를 더럽힐 빈도를 낮출 수 있다.
장점 세엣 : 발줌(촬영자가 발로 움직여 피사체 크기를 조절하는 기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 원근감 포스팅을 읽고 올 것.
단점 하나 : 크고 무겁다. 설계 상 당연한 리스크다.
단점 두울 : 최대개방 조리개가 밝아봐야 보통은 2.8에 불과하다. 역시 설계 상의 한계로 인해.
단점 세엣 : 화질에서 손해를 본다. 범위 상 망원단 끝(예 : 24-70의 70)까지 갈수록 더. 미안하지만 역시 설계 상의...
단점 네엣 : '설계 상의 한계'를 극복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진다.
단점 다섯 : 그럼에도 불구하고 샀는데, '좋아하는 초점거리만' 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라고 사준 게 아닐 텐데)
추천 : 화각 편애가 없는 찐초보, 먼지에 취약한 미러리스 유저, 팔에 알통 굵고 힘 세신 분, 그리고 부자
2. 단렌즈의 특징과 일반적인 장단점
초점거리가 고정돼 있어서 바꿀 수 없다. 50mm 렌즈라면 딱 그 초점거리의 화각으로만 보인다. 렌즈 이름에서의 표시에서도 숫자가 범위로 나타나지 않고, '숫자'+mm 로만 표시한다. 인기있는 초점거리들은 대략 14, 20, 24, 35, 50, 85, 105, 135 등이 있다.
장점 하나 : 경통 내부 렌즈 조합이 '비교적' 단순해서, 무게나 크기가 비대해질 리스크가 적다.
장점 두울 : 최대개방 조리개가 1.8, 1.4, 1.2까지도 비교적 많이 밝아질 수 있다.
장점 세엣 : 화질에서 손해를 덜 볼 수 있다.
장점 네엣 : 줌렌즈보다는 덜 비싸다.
장점 다섯 : 특정 화각에 고도로 익숙해질 수 있다.
단점 하나 : 초점거리를 바꾸기 위해서는 렌즈 교환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단점 두울 : 렌즈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센서에 먼지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단점 세엣 : 발줌(촬영자가 발로 움직여 피사체 크기를 조절하는 기술)을 해야 한다. 원근감 포스팅을 읽고 올 것.
추천 : 화각 공부를 원하는 진지한 초보, DSLR 유저, 화질 덕후, 부지런하신 분
입문자일수록 단렌즈를 통해 특정 화각을 집중적으로 탐구해보는 걸, 나는 추천한다. 거기서 깨달음을 얻으면 다른 화각에도 쉽게 적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 달리 보면, 줌렌즈가 있어야 자기가 어떤 초점거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단렌즈 여러 개 가격이 줌렌즈 가격을 웃돌 수도 있다.
렌즈를 결정하기 전에 제일 좋은 건 직접 그 렌즈를 만져보고 찍어보는 과정을 거치는 일이다.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조사도 있고, 왠만하면 영업점에 미리 연락해두면 매장에서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다.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니, 급할 수록 돌아가자. 이건 내 자신에게 스스로 하는 조언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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