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일기

기업분석/ 제이씨케미칼(137950) #01 투자 아이디어

나그네_즈브즈 2022. 4. 18. 12:29

주식 투자에 대해 훌륭한 조언을 건네는 책을 읽는 건 좋은 일이다. 다만 부작용도 하나 있다. 새로운 레슨을 발견하면 적용하고 싶어져서, 나도 모르게 또 새로운 종목을 찾고 있게 된다.

작년 8월에 에스제이그룹, 10월에 에코마케팅, 12월에 경동나비엔과 고려신용정보를 골라냈다. 새 회사를 찾는 게 4개월 만이라고 해도, 나는 종목 찾는 빈도가 너무 잦다. 찾으면, 사고 싶어지는 게 문제다.

뭐, 사든말든, 기왕 찾은 내용이니까 기록은 해둔다. 나는 블로거니까. 후훗.

이번에 소개할 회사는 네이버금융에서 노가다[?]를 해 알게 됐다. 지난번 피터린치 뜯어읽기 2탄을 게시하면서, 나 스스로도 ‘경쟁이 느슨한 회사’에 대해 다시금 경외감을 새로고침 하게 됐다. 어떤 회사가 경쟁이 빡빡한지 아닌지는 나중에 확인하고, 일단은 두 가지 특징을 가정해 봤다.

우선 네이버금융-국내-업종으로 가서, 해당하는 것으로 분류된 종목 수가 20개 미만인 업종을 클릭해 봤다. ‘핫한’ 분야가 아니라면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도 적을 것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면 이익률이 10%는 될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목록 상단에서 쓸모없는 지표들의 체크를 해제한 뒤, 시가총액, 매출액, 순이익, PER, ROE 정도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4~5 곳 회사로 압축된 목록에서 디테일을 다시 확인했다. 리서치 단계에까지 살아남은 것은 제이씨케미칼(137950) 한 곳 뿐이었다. 동·식물성 지방을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바이오연료(디젤과 중유)를 만들고 이들을 정유사(바이오디젤)와 발전사(바이오중유)에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제이씨케미칼(137950) 사업보고서



일단, 공정 자체가 풍기는 꺼림칙함은 합격점이다. 화학 약품 냄새, 기름 냄새가 나는 느낌부터 든다. 대두나 팜열매, 유채 등 멀쩡한 식물에서 기름을 짜내기도 하지만, 음폐유(!! 와C... 음폐수도 아니고 음폐유는 좀 심했다)나 동물 내장 등등 기름이 나올 것 같은 곳은 모두 타겟이다.

실제로 경쟁이 여유로운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는 7개, 바이오중유 경쟁사는 10개다. 정유사와 발전사의 입찰을 따내는 곳은 4~5개사라고 사업보고서에는 나와 있다. 만일 박 터지는 업종이었다면 대기업과의 입찰 단가 경쟁에서 진작 말라죽었을 테지만, 제이씨케미칼의 바이오원료 판매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적어도, 가격 전가는 가능한 수준의 경쟁 강도인 것 같다.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별표3(의무공급비율)과 별표3(의무혼합비율)



시장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두 가지 이유 중 첫째는, 신재생에너지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바이오연료의 의무적인 수요가 확보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유사는 주유하는 경유 속에 3.5%의 바이오디젤을 반드시 포함해야 하며, 이 의무혼합비율은 3년마다 0.5%씩 높아지도록 설계돼 있다. 발전사를 포함한 대규모 발전사도 공급하려는 전력의 일정 비율(=의무공급비율) 이상을 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생산해야 하며, 이것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높아지게 된다.



제이씨케미칼 주담통화(12/17)

21년 초부터 목표로 세웠던 주담통화를 21년이 가기전에 처음 시도해보게되었다.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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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시장 자체가 꽤 ‘좁은 연못’인 것 같다. SK에너지, 애경유화, GS칼텍스 등 이 영세 사업분야에 들어와 굳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가는 대기업이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IR담당자와의 통화를 공유해 주신 어떤 블로그에 따르면, 회사 측에서도 “백화점 사장이 편의점 하려고 하겠느냐”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내 느낌에 제이씨케미칼의 경영진은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를 구체화해내는 경쟁력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인도네시아의 팜나무 농장을 인수하며 진입장벽 높은 팜오일 사업을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했다. 팜나무는 일조량과 강수 등 기후 조건부터 까다로워, 아무데나 농장을 만들 수 없다. 심은 지 3~4년이 지나야 첫 열매가 열리는 데다 생산량도 6~8년째가 되어야 정상 궤도에 오르는 작물이다. 열매에서 오일을 짜내는 대규모 생산설비에도 큰 자본이 들어간다. 생물다양성 훼손 등 주민의 반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현지 사업 파트너도 필수적이다.

바이오중유 사업을 2016년부터 시작해 생산 능력을 키워온 것도 경영진의 혜안을 짐작케 하는 렌즈라고 나는 생각한다. 바이오중유 사업은 여러 모로 유리한 점이 있다. 주력 제품인 바이오디젤 생산 공정의 부산물을 이용할 수 있다. 더 큰 수요가 생길 거라는 기대도 있다. 환경 규제 압박을 받고 있는 해운 선박의 연료로 벙커씨유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고, 보일러에도 사용될 여지는 있다. 한국이 생산기술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위치라서, 수출 포텐셜도 있다.

아니 저기 그리고 말이야, 기업분석을 너무 심하게 프로페셔널리 잘하는 분이 계셔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고 JW님께 감사드린다. 심지어 질투마저 느껴질 정도다. 이 분 블로그에 찾아가서 응원의 흔적을 많이 남겨주시면 좋겠다. 많관부! ㅋㅋ


제이씨케미칼(2022. 04. 09.)

요약 바이오디젤은 원유에서 나오는 경유에 혼합하여 수송용 연료로 사용 바이오중유는 원유에서 나오는 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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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스토리 점검 결과는 훌륭하다. 내 관점으로는 혐오스러운 사업, 적당히 좁은 시장에서 가격을 전가할 수 있는 경쟁 상황에는 만족한다. 제품 수요의 하방은 닫혀있고, 위쪽만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도 미래를 착실히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숫자 확인해 본 것들을 공유하고, 오늘은 IR담당자와의 통화를 시도해 보는 게 좋겠다. 큰일이다. 가슴이 또,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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