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온갖 실수에도 불구하고 내가 피델리티 마젤란 펀드를 운용한 12년 동안 펀드의 주당 순자산 가치가 20배 넘게 올랐는데, 이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비인기 종목을 내가 찾아낸 다음 손수 조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투자자든지 똑같은 방법을 써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
첫인상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렇다고 조사 단계를 빼먹으면 안될 말이다. 제이씨케미칼 살림살이에는 결함이 없는지부터 확인해 보자. 제이씨케미칼은 바이오연료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별도법인과 인도네시아 농장에서 팜나무를 심어 팜오일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종속법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단 주요 제품인 바이오원료(디젤, 중유)의 실적이 전체 매출액의 90%에 이른다. 바이오원료가 성공을 거두면 곧 이 회사도 부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은 합격이다. 재무상태표는 어떤지 볼까?
자산 3,210억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1,920억이 부채다. 빚이 가진 돈의 1.5배다. 보기에 따라서는, 부채가 많은 편이다.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자산에는 규모 순서대로 유형자산, 생물자산(이상 비유동자산), 재고자산, 매출채권, 단기금융상품(이상 유동자산) 비중이 크다. 눈에 띄는 부채 계정에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 정도가 있다.
별도법인과 종속법인을 쪼개보자.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은 바이오연료를 제조하는 본업에서 늘었다. 각각 거의 두 배가 됐는데, 사업이 나빠진 걸까? 매출액을 두 계정으로 각각 나누어 계산해 본 회전율에는 심각한 하자가 보이지 않았다. 매출액이 50% 정도 늘었고, 회사에서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마음으로 운전자본을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것 같다.
운전자본을 무겁게 하는 데 드는 돈 500억 원은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250억 원)으로 절반가량 조달했다. 단기차입금은 오히려 종속법인 쪽에서 330억 원이나 규모 있게 늘렸다. 어디에 쓰려고?
자산으로 돌아가 확인해 보면 기타금융상품이 150억, 유형자산과 생물자산이 각각 50억, 40억 늘어난 걸 알 수 있다. 팜오일 착유공정에 필요한 것이겠거니 한다. 전체적으로 차입금을 590억 늘려서 440억은 재고자산, 매출채권, 유형자산, 생물자산 등 영업자산을 늘리는 데 썼으니 나쁜 요소는 아니다. 150억 원 늘어난 기타금융상품이 무엇일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최근 5년의 이익지표들도 정리해 봤다. 2016년부터 첫 FFB를 수확하고 생산량이 늘면서, 종속법인도 2018년부터 흑자로 돌아서는 모양이다. 연결 기준 매출총이익률 13.6%, 영업이익률 10%, 순이익률 8.5%니까 이익률 지표들이 양호하다. 애초에 경쟁이 느슨한 회사를 찾기 위해 ‘두 자리 수 이익률’을 가정했던 부분이다. 그래도 이익 지표들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매출액도 점점 더 성장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현금흐름까지 훌륭하진 못하다. 별도법인이 원흉인 듯한데, 별도 현금흐름표를 분석해보면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기껏 벌어온 당기순이익 310억 원을 ‘영업활동으로인한자산·부채의변동’이 490억 원이나 깎아먹는다는 걸 찾을 수 있다. 사업을 크게 늘리느라 뭔가가 있었는데 아까... 그래 맞다, 여기서도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증가분이 주요 원인이다.
운전자본과 단기차입금이 늘어나는 건 정말 괜찮을까? 일단, 매출채권은 걱정하지 않는다. 주석에서 찾아보면 대손충당금은 ‘경험적으로’ 계상하는데, 제이씨케미칼은 외상값을 떼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S-OIL, SK에너지 같은 대기업 정유사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발전사업자가 물건 받고 돈 떼먹을 리가 있겠나 싶기도 하다.
단기차입금도 상당 부분은 신용장이 있기도 하고, 상환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사업만 잘 된다면 회사를 존폐의 기로에 몰아넣을 이슈는 아닐 것 같다. 재고자산 주석을 보면, 가장 크게 늘어난 항목들은 모두 원재료와 부재료, 미착품(주문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원·부재료)이다. 올해 하필이면 의무공급량도 50% 가량 크게 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재고자산이 크게 늘었지만 이것도 수요에 대한 회사의 기대가 녹아있다는 신호로 나는 해석한다.
그럼 올해 매출은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까? 매출액 90%가 별도법인에서 나오니까, 바이오연료만 에측을 해보자. 사업보고서-II.사업의내용-3.원재료및생산설비로 가면 바이오디젤의 과거 실적은 꽤 친절하게 나와있다. 여기서는 우선 ▲바이오디젤 생산실적은 드라마틱한 증가가 없고, ▲대신 판매단가가 올라가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바이오중유는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 바이오연료(디젤, 중유) 매출액에서 바이오디젤 판매금액을 빼면 바이오중유 판매금액이 남는다. 또, 바이오연료 매출액을 평균단가로 나눠서 추산한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의 전체 판매량에서 바이오디젤 판매량을 차감하면 바이오중유의 판매량도 어림잡아 볼 수 있다.그렇게 하면, 바이오중유의 판매단가도 계산이 된다. 이 때, 바이오디젤의 판매실적은 생산실적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2020년 기말재고에 생산실적을 더하고 판매실적을 빼주었을 때 2021년 기말재고가 되어야 한다는 방정식을 풀어주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을 51% 높여 발표했으니까, 제이씨케미칼의 바이오중유 판매도 무식하게 그만큼 늘어난다고 하자. 2021년에는 129,000 kL를 팔았다. 여기에 올해 수요를 표현하기 위해 1.51을 곱한 뒤 아까 추산해 둔 바이오중유 판매단가를 곱해준다.
이제, 바이오디젤 판매실적을 대강 평균내서 올해도 이만큼 팔 수 있다고 보고, 여기에 2021년 기말재고 단가의 90%를 매겨 곱해주면 바이오디젤의 예상 매출액도 드러난다.
내친 김에 조금 더 상상력을 이어가 보자. 최근 GPM(매출총이익률)이 12% 정도였던 점을 적용해 매출총이익을 구하자. 놀랍게도 최근 3년 판관비가 거의 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도 합리적으로 가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 별도법인만 영업이익으로 대략 394억이 될 것 같다.
종속법인의 영업이익은 2019년 7억 원으로 흑자전환한 뒤로 2020년 15억, 2021년 42억으로 해마다 100% 넘는 성장을 보여줬다. 그래도 올해는 모르겠다. 보수적으로(?) 50%만 좋아진다고 보면 영업이익에 42억 대신 63억을 더해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나의 추정 영업이익은 457억 원이다. 하나금융 애널리스트 전망치(517억)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다. 법인세율을 내 맘대로 20% 떼어보면 예상 순이익은 365억 원이다. 현재 주가 9,880원으로 계산한 시가총액 2,200억 원은 이 예상치의 6배다. 오, 12개월 선행 PER이다.
당연히, 오늘 내가 멋대로 분석한 것들이 정확하리라는 법이 없다. 그래도 IR담당자에게 전화해 물어보기 전에 상당한 질문들을 스스로 해결했다는 보람은 있다. 다음 주에 전무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시면 기타금융상품의 정체, 판관비 제어의 연속성, 1분기 바이오중유 낙찰규모, 제품단가 상승세의 실체, 그리고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계획 등에 대해서는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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