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일기

물타기? 불타기? 하락장에도 비중 조절의 기준은 가격x / 사업 스토리o

나그네_즈브즈 2022. 3. 13. 17:09

물가는 오르고, 미국은 기준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나마 대통령 선거라는 불확실성 하나가 해소됐을 뿐, 주식 시장은 내리막길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내 계좌도 하락장을 피해가진 못했다.

그래도 잘한 일이 있었다. 내 자랑 들어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블로그에 기록해야겠다.

1. 사고 싶었지만 비싸게 거래되던 주식이 하락장을 맞이하길 기다렸다.
2. 운 좋게 상승한 '잘 모르는 종목'을 정리해 현금을 마련했다.
3. 가격이 아니라 회사의 스토리가 나아지는 걸 기준으로 비중을 늘렸다.
4. 증권사 앱을 삭제했다.


첫째, 고려신용정보(049720)가 7천 원대로 오기를 얌전히 기다렸다. 만일 떨어지지 않았다면, 나와는 인연이 아닌 것으로 치면 그뿐이었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신정도 하락장을 타고 할인행사를 열어줬다. 보통은 새로운 회사를 발견하고 조사결과까지 훌륭하면 흥분을 억누르기가 어렵다. 머리로만 이해하던 '기회는 언제든지 다시 온다, 기다려야 한다'는 조언을 이렇게 직접 경험으로 체득하는 건 좋은 일이다.

둘째, 농심(004370)을 팔았다. 27만 9천 원에 매수했는데, 34만 원일 때도 보유하고 있다가, 32만 원 아래로 급락하던 날 정리했다. 미국 공장이 완공되고 판매가격 인상이 반영되고 곡물 원가가 정상화될 거라는 기대가 팽배했었다. 좋은 소식이 지나치게 많았는데, 밀 생산량이 많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화마에 휩싸이며 기대감 하나가 똑 부러졌다. 무엇보다, 내가 팔고 난 뒤 가격이 더 상승하더라도 미련 남기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내가 농심의 비즈니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배경으로,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도 매수가에 오면 정리할 생각이다. 2~3개월 보유하다가 올해 블랙핑크가 완전체로 컴백하면 매도하려던 계획이, 블랙핑크 컴백 지연과 하락장이 겹쳐지면서 틀어진 것이다. 다행히 엔터테인먼트가 전쟁의 영향을 덜 받는 데다가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되찾고 있는 중이다. 트레저의 레벨업, 빅뱅/블랙핑크 컴백 등 좋은 뉴스가 예정돼 있지만 역시 미련이 없다. 내가 잘 모르는 비즈니스다.

셋째, 보유한 회사의 스토리가 개선되는 걸 보고 비중을 늘렸다. 에스제이그룹(306040)은 LCDC와 팬암 론칭에 따른 일시적 비용 반영에도 불구하고 40% 넘는 YoY 성장을 보여줬다. 에코마케팅(230360)도 4분기에는 자회사 안다르를 확실히 본 궤도에 안착시키며 비즈니스 부스팅의 위력을 재차 증명했다. 피터 린치를 비롯한 많은 스승들의 가르침대로, 회사를 보유하게 된 이유가 강화될 때 비중을 늘린 것이다. 물타기나 불타기, 손절도 익절도 모두 틀렸다. 가격은 기준이 아니다. 사업의 전망이 좋아지면 더 사고, 나빠지면 줄인다. 그걸 실천한 내가 자랑스럽고 기특하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비중 정리가 마무리 되고 난 다음에는 증권사 앱을 삭제했다. 장기투자를 위해서다. 토지나 건물은 사고팔 때 미리 온갖 서류를 준비하고 휴가를 내고 계약을 하고 행정 절차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귀찮아서라도 쉽게 결정할 수가 없는데, 회사를 인수하거나 매각하는 건 접근성이 너무 좋아서 문제다. 그래서 의사결정 과정의 편리함을 발견하는 대로 덜어내려고 한다. 신중하게 인수하고, 내 회사들과 오래 동행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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