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E는 순이익을 순자산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영업에 투입된 순자산 또는 투자자의 돈이 가지는 효율성을 나타낸다. 비율을 뒤집으면 순자산만큼 이익을 누적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된다. 즉, 기업입장의 회수기간이다. 전통적으로 ROE는 비즈니스 모델이 경제적 해자를 가졌는지를 따질 때 참조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 ROE가 높게 유지되는 소형주들을 검색하다가 눈길이 가는 종목을 만났다. 고려신용정보? ♪고려할 수 있을 때 고려하세요~ 이거 아닌가? 신용평가 회사들은 펫 도시가 쓴 「경제적 해자」에서도 소개된 적 있었던 것 같다. '무형자산' 파트에서였던가? 무디스나 한국기업평가 같은...
회사가 아니네. 채권추심?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를 한다고 이 회사가? 대박. ㅋㅋㅋㅋ 대박이잖아 이거. 아니 왜 대박이냐면, 대부업이나 채권추심업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폭들이 하는 일로 묘사되기 때문에 굉장한 오해를 받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피터 린치가 한국에 살았다면 분명 군침흘렸을 것 같은 비즈니스다.
게다가 고려신용정보, 외래어라고는 1도 들어가 있지 않은 회사이름. "고려할 수 있을 때 고려하세요"라면서 민족의 옛 국가이름을 consider로 치환하는 아재스러운 센스. 마피아와 연루되어 있을 것 같은 사업모델. 심지어 (좀 극단적으로) 요즘같은 코시국에 "빌려간 돈 갚으세요"를 해야하는 처지를 상상하면, 이건 뭐 장례식보다 더 음울하잖아.
예상은 했는데, 저기 저 오른쪽, 정말 티없이 맑다. 아~무도, 정말 아~무도 이 시가총액 1200억짜리 작은 회사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다. 피터 린치가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에서 소개한 '정말 멋진 완벽한 종목들'의 13가지 특징들 중에서 벌써 몇 개나 충족시킨거야?
이름이(유머 감각도) 따분한 회사, 따분한 사업을 하는 회사, 혐오스러운 사업을 하는 회사, 유독 폐기물이나 마피아와 관련있다고 오해받는 회사, 음울한 사업을 하는 회사, 분석가가 커버하지 않고 기관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회사. 성장 정체업종에 속한 회사. // 일단 여기까지는 기업이 고평가를 받을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조건들이라고 생각된다. 그 밖에는
분사한 회사, 틈새(경제적 해자)를 확보한 회사, 내부자가 매수하는 회사, 자사주를 매입하는 회사, 기술을 '사용'하는 회사(오토메틱 데이터 프로세스처럼 신기술의 혜택을 누린다는 뜻인 것 같다). // 나머지는 확실한 퀄리티를 보장한다는 의미의 조건들인 것 같다.
소외되기 위한 조건을 적어도 네 개나 갖췄다. 허풍을 약간 보태자면, 가격은 걱정말고 퀄리티만 살펴봐도 되겠다. 나중 포스팅을 살짝 스포일하자면, 고려신용정보는 경제적 해자도 갖추고 있다! (ROE를 높게 유지하는 기준으로 기업을 검색했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적 해자를 확보한 건 아닐 수도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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