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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진 5

'민낯의 공간' 좋은 사진은 좋은 인생

사진.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내 소개를 하게 될 때는 사진이 취미라고 슬그머니 고백하기도 한다. 사실은 이 블로그도 원래 사진에 대한 개인적인 수다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이 주제에 프랙탈 같은 성격이 있다. 관점에 따라 위치에 따라 여건이라든가 경험이나 계획에 따라 느껴지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나눌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 덤볐는데, 오히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더 많다. 사진 찍는 도구에 대해 방황이 길었었고,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 사진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느꼈다. 카메라나 렌즈야 늘 신제품이 나오지만, 광고로부터 떨여져 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따금 다른 장비에 마음이 기웃거려질 때면 읽었던 글을 다시 읽기도 했다. 요즘도 리코의 GR3x를 눈여겨..

좋은 사진은, 세 번, 시간이 만듭니다

어제 기억나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지고 있던 주식을 어제 조금 팔았습니다. 목표 수익률로 57%를 보고 있던 종목이었는데, 36% 수익률로도 멀미가 날 지경이어서 절반을 내놓았습니다. 10월 말에 샀는데 두 달 만에 또 손을 댄 거였습니다. 아내 앞에서는 늘 '부자 만들어줄 테니 걱정말라'며 허세를 부려도, 사실 저는 주식 거래를 잘 못합니다. 종목도 잘 고르고 위험관리에도 철저하지만 주식거래는 하수입니다. 농부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인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팀 선배와 티 타임 때 나눴던 대화입니다. 더러운 꼴 많은 이 직장을, 메마르고 따끔거리는 이 사회를, 고단한 가장 노릇을 '버틴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나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영혼의 셀카? '성격 나오는' 사진가가 될게요

저는 자가용이 없습니다. 자동차 운전면허증도 따본 적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께 귀동냥으로 들은 바로는, 운전대 잡으면 사람 성격이 나온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동승자가 있다 해도 핸들과 페달에 따라 움직이는 자동차는 역시 운전자 개인의 공간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경우로 "고스톱 치면 사람 성격 나온다"는 말도 들어본 것 같습니다. 돈 잃고 속 좋은 사람 없다는데, 그 안좋아진 속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성격에 따라 다른가 봅니다. 조용히 퇴장하는 사람, 돈을 빌려서라도 딸 때까지 치는 사람, 남 탓하는 사람, 분을 삭이지 못하는 사람 등등 다양하겠지요? 무엇무엇을 하면 성격이 나온다. 이 말이 괜히 참 서글픕니다. 타인들 속에서 살아가는 나는 온전한 자기 자신이 아닌..

(사진피셜) 잘 쓴 글과 글씨의 차이, 사진 잘 찍는 법

저는 사진을 잘 찍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잘 찍고 싶고, 좋은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그런가요? '좋은 사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사진을 잘 찍는다와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같거나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데에는 여러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미술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림을 더 잘 그리기 위한 임시적 도구가 사진기의 조상이었다지요. 그래서 오히려 미술에 비유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미술이 사람들의 생활 안에 덜 친숙하기도 하고 말이죠. 또 역시, 그림을 잘 그린다거나 조각을 잘 한다는 표현들에는 여전히 예술적 감각의 그 무언가가 내재해 있는 것 같다는 것도, 우리가 '사진을 잘 찍는다'에 담긴 여러 의미를 구분하는 데 그닥 도움이 되지 않..

내가 절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이유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우울증을 겪고 있다. 작년에는 너무 힘들어서 6개월 휴직도 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불신, 회의, 무기력 그런 감정들만이 내 안에 가득하다. 나는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는데 그동안 조금이라도 더 내게 맞는 장비를 사고 감동이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날 불현듯 깨달았다. 나는 결코, 절대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아, 이 고백을 하려니 또 우울해지네. 나는 영혼이 들어가야 좋은 사진이 된다고 믿는다. 모델을 찍는 동안에는 그 모델과 사랑에 빠져야 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할 때도 애정이 있어야 하고 하다못해 풀꽃을 찍는대도 촬영자 마음에 핀 환한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기가 사라진다는 게 그런 뜻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