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전략

박종훈 기자(부의골든타임) - 자산 시장의 부채, 코로나19로 연장된 이번 버블 주기의 결말은?

나그네_즈브즈 2021. 2. 12. 22:43

유튜브에서 버블, 위험신호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하다 만난 스승이다.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 기자로 불리는 분이고, 책도 여러 권 썼다. 자산가격의 버블에는 주기가 있고,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야 안전한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시는 분이다. 

 

1929년 대공황부터 시작된 지난 13차례의 경제위기를 누구보다 깊이 분석한 사람이 밴 버냉키 전 연준의장이라면, 박종훈 기자는 그의 어깨 위에 올라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제 밤에는 1시간 50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아내와 함께 정주행했다. 나는 박종훈 기자의 어깨에 올라타 세상을 내다보려고 한다. [부의 골든타임]을 사서 읽지는 않았지만, 영상을 통해 더듬어 본 내용을 포스팅으로 요약해보자.

 

1. 버블=빚, 그 위험한 줄타기

2. 버블의 사이클 : 꺼뜨리느냐 터지느냐

3. 연준의 계획

4. 외부 요인들

 

1. 버블=빚, 그 위험한 줄타기

자산은 고유가치로만 거래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 사람들의 광기, 시대의 흐름, 측정할 수 없고 손에 잡을 수 없는 여러 '욕망'들이 뒤섞여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무언가, 이를테면 구름? 크림? 머쉬멜로우? 처럼 찐득한 버블이, 바로 시장의 가격이다.

 

버블에는 빚의 속성이 들어가 있다. 자산의 원가에서부터 이미 생산자의 부채가 포함돼 있다. 그래서 생산자는 그걸 고유가치 그대로의 가격에 판매를 할 수가 없다. 버블이 붙은 무언가를 살 때, 우리도 역시 대출을 받는다. 아니, 그렇게 해서라도 가랑이 찢어지게 무엇을 사는 행위를 '버블'이라 부르는 것일지도.

 

대출은 대출을 부르고, 버블은 버블을 키운다. 어느 고리에선가 신용이라는 마법이 흩어진다면? 상환은 상환을, 파산은 파산을, 하락은 더 큰 하락을 불러온다. 이처럼 빚의 속성을 가진 버블은, 어느 쪽으로든 정속의 발걸음을 디디는 법이 없다. 성장하는 것도 파괴적이며, 꺼져가는 것에도 제어를 거부한다. 왼쪽으로든 오른쪽으로든, 아차하는 순간 급격히 기울어지는 위험한 줄타기다. 

 

2. 버블의 사이클 : 꺼뜨리느냐 터지느냐

시장에서 자산의 고유가치 위에 드리운 버블의 두께는, 그래서 얌전하지 않다. 두꺼워졌다가 얇아졌다가를 거듭한다. 시장의 욕망이 부풀어오를 때에는, 그 아래에 숨을 기회를 틈타 기업들도 부채를 늘린다. 신용이 신용을 낳으며 은행이 마법을 부리는 시절이다. 어느 순간 동전은 뒤집히고 버블이 급속도로 '터지면', 이제껏 빤쓰도 안입고 그 안에서 헤엄치던 기업들의 아랫도리가 드러난다. 도망갈 놈은 가고 쫓겨날 놈도 가고 잘못한 놈이 털리면, 빚의 규모도 다시 조정을 받게 된다. 

회색 영역이 경제위기를 겪었던 시기. 미국 비금융 기업의 GDP 대비 부채규모. 출처 : FRED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주식시장에는, 터졌던 버블이 다시 고여들기 시작했다. 사이클 상으로 봐서는, 이제 그만 부풀 때도 됐었다. 코로나가 터졌다. 버블이 터지기 전에 연준은 영혼을 끌어모아 연장전을 선언한다. 버블은 파괴를 유예받았다.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부채규모라, 그래프도 더는 갈 곳이 막막한 듯하다. 

 

1929년처럼 세상이 망하지 않으려면 연준은, 어쨌든 이 버블을 터트리지 않고 얌전히 꺼뜨려야 한다. 빠르게 잔을 채워 오르는 거품의 속도를 차근차근 늦추고, 그러는 사이 시장의 부채를 단속하고, 모두가 빤쓰를 갖춰입을 때에 맞추어 터져내려오는 거품을 떠받쳐야 한다. 

 

3. 연준의 계획 : 양적완화 유지

밴 버냉키 전 의장이 여러 차례 밝혔듯, 연준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금리를 건드릴 생각이 없다.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도 그만둘 수는 없다. 적어도 연준 '스스로' 그 결정을 내리는 건, '계획'을 발로 걷어차는 짓이다. 

 

당연히, 양적완화는 완벽한 필살기가 아니다. 연준의 부드러운 착륙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4. 외부 요인들

박종훈의 책 '부의 골든타임'에 소개된 외부적 요소들은 아홉 가지다. 키워드로 묶으면 격차, 인플레이션, 기축통화다.

격차는 개인, 기업, 국가 간의 세 층위로 다시 나뉘어진다. 부의 격차, 빅테크 기업의 독주, 신흥국의 몰락은 양적완화 카드가 가져올지 모르는 부메랑이다. 인플레이션은 두 가지다.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유가 급등이다. 둘 모두 한 순간 스위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기축통화 문제는 유로화와 위안화에 대해 각각의 챕터가 나뉘어져 있다. 달러는 원시 시대부터 기축통화였던 게 아니고, 영원히 그러라는 보장도 역시 없다. 

 

 

 

그러고 보니 경제위기는 언제나 부채가 뇌관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97년 위환위기는 빚으로 빚을 낸 국내 기업부채의 만기 관리가 엇박자를 냈고, 2008년 미국에서도 월스트릿을 꼭지점으로 삼는 부실한 주택 모기지론이 문제였다. 무한한 빚더미를 참아주는 채권자는 없다. 그 도미노가 무너지기 전까지 연준이 양적완화를 유지하는 건, 연착륙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당분간의 연장전을 뛰면서도, 투자자의 안테나는 언제나 이들 요소에 주파수가 맞춰져 있어야 한다. FAANG을 견제하고 유가와 물가 안정을 100% 담보해줄 수 있나? 기축통화를 당신이 결정할 건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액션이기도 하다. 연준이 버블을 떠받치지 못한다면, 시장의 모두는 이번 경기를 '뒤엎고' 새 판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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