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전략

금리를 인수분해 해보자 2

나그네_즈브즈 2021. 4. 13. 11:26

별다른 설명없이 무작정 '금리'라고 하면, 이건 대개 명목금리를 뜻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돈을 빌려주면 받게 될 이자, 채권에 적혀있는 이율이다.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돈을 빌려 주는 쪽이 누리게 되는 '실질 금리'가 된다.

명목 금리 - 물가 상승률 = 실질 금리

 

지난 시간에 이렇게 시작하고 정리했다. (명목) 금리는 장/단기를 막론하고 모두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적 금리(단기 금리도 그렇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 금리는, 말 그대로 기준이자 목표치이다. 단기 금리 그 자체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 시장 조작'을 통해 단기 금리가 기준 금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도록 시장적으로 제어한다)이다. 도대체 무엇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인가?

 

명목 금리는 국가가 발행한 채권에 적힌 금리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명목 금리는, 국채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그 가격에 따라 바뀌게 된다. 그냥 이렇게 외우자. 오늘 정리할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명목 금리 - 물가상승률 = 실질 금리
국고채권 금리 - 기대 인플레이션 = 물가연동채권 금리

 

이 두 관계 사이에는 대응이 있다. 그래서 명목금리, 물가상승률, 실질금리의 추이를 확인하고 싶다면 두 번째 관계의 자료를 찾아내면 된다. 채권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생활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명목 금리가, 국채에 적혀있는 표면 금리라는 점은 앞에서도 강조했다. 이제 실질 금리와 물가연동채권 금리 사이의 시사점을 생각해 보자.

 

우선, 실질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둔다. 물가연동채권에 대해 소개하면서, 여기에 적힌 표면 금리가 역시 '기대인플레이션을 고려한' 금리라는 점을 소개할 것이다.

 

나라에 1년 만기로 100억을 빌려주고 금리 3%가 적힌 채권을 샀다고 치자. 1년 뒤에 이 종이를 들고 다시 찾아가면 원금 100억과 이자 3억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건 우리가 잘 아는 국고채권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다시 국가에 1년 동안 100억짜리 채권을 살 것이다. 이번에는 그냥 국채가 아니라 물가연동채권이다. 차이점은, 돌려받을 원금이 물가상승률에 따라 늘거나 줄어든다는 점이다. 1년 동안 물가가 1% 오르면, 만기 때 돌려받을 원금이 (100억이 아니라) 101억이 된다. 그 뿐인가. 여기에 표면 금리를 곱한 이자도 챙길 수 있다. 

 

물가연동채의 예를 소개하면서도 우리는 금리를 결정하지 않았다. 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될 때, 물가연동채권의 금리는 만기가 똑같은 국채의 금리보다 작아진다. 내가 이해하는 이유는 두 갈래로 설명될 수 있는데 맘에 드는 걸 고르자.

 

[1] 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면, 물가연동채권의 원금 역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될 것이다. 그러면 기대수익이 증가할 이 채권의 수요가 커진다. 채권이 거래되는 가격이 올라간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낮아진다.

 

[2] 채권을 발행하는,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같은 만기의 국채 금리가 3%다. 물가채로 돈을 빌리는데 물가가 1% 오를 것으로 '기대'되면, 갚아야 할 원금이 늘어난다. 이 대출 거래의 이자를 일반 국고채랑 똑같이 쳐주면, 부담이 너무나 커진다. 따라서 갚을 원금이 늘어나는 걸 '고려'해 이자는 낮게 쳐주고 싶게 된다. 따라서 국채 발행과 비슷한 부담을 지려면, 3%에서 기대 인플레이션 1%를 '고려'해 2% 금리가 합리적일 수 있다. 국채 만기에 갚을 금액이 100억+3억이고, 이와 비교해 물가연동채 만기에 갚을 금액이 (아마도)101억+2.02억이라면 물가상승 여부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똑같은 거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명목 금리는 국채에 적힌 표면금리, 실질 금리는 물가연동채에 적힌 표면 금리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어디에 나와 있을까? 이건 표면 금리로 확인할 수 없는 심리적 지표다. 대신, 국채 금리에서 물가채 금리를 뺀 값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한 관계가 성립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미쿡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자. 아래에 보여주는 그래프는 국채 금리, 기대 인플레이션, 물가연동채 금리, 그리고 국채금리-기대인플레이션을 계산한 값을 동시에 담은 것이다. 노란색 실선과 주황색 점이 정확히 겹쳐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이 관계는 증명된다.

 

 

자료출처 : https://fred.stlouisfe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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