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오나 안오나 말들이 많다. 예측과 판단의 근거가 저마다 다르고 부여하는 가중치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의견이 엇갈렸으니 누군가는 맞고 누군가는 틀릴 것이다. 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일반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도 최소한 '알아듣기'라도 해야, 누구 편을 들든 결정을 내리든 대비를 하든 할 게 아닌가. 경제에 문외한이지만, 그래서 내 나름대로 인플레이션을 이해하고 정리해보기로 했다. 이 글은, 나의 공부이면서 개인적인 이해이니까 틀렸다고 욕하기 없다.
넓은 의미의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의 하락이다. 디플레이션이 걱정될 때는 화폐 유통이 늘어난다. 그러면 물건 가격이 오르는 실물 인플레이션이 오든 부동산/채권/주식 가격이 오르는 자산 인플레이션이 오든,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한 현상이 반드시 뒤따른다.
실물 인플레이션에는 다시 두 종류의 물가상승(원형 화살표)이 존재한다. 소비재 기업 A의 입장을 기준으로 보면 된다. A는 재료를 사와서, 상품으로 만들어 판다. 사오는 돈이 많이 드는 게 왼쪽 그림, 팔아서 버는 돈이 많아지는 건 오른쪽 그림이다.
A가 사업을 하려면 재료를 사와야 한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원유, 금속, 농수산물 등등 재료 조달에 드는 비용부터 상승한다. 생산자 물가지수(PPI)와 연동되기 때문에 PPI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러도 된다.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돈을 사람들이 흥청망청 마구 쓰면 A 입장에서는 물건 가격을 올려서 팔 수 있게 된다. 소비자 물가지수(CPI)의 등락으로 나타나 CPI 인플레이션이기도 하다.
아주 좁은 의미로만 보면, (최종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은 CPI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말이 된다. 화폐 유통이 늘어나면 기계적이고 상대적으로 반응이 오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복합적인 원인이 달리 작용할 데가 없다. 반면에 최종 생산물의 가격이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한다. 다시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 A의 입장으로 돌아가보자.
소비자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A가 판매 가격을 인상한다는 뜻이다. 원가 쪽의 비용 상승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경우를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소비자 쪽의 협상력이 떨어져 물가 상승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해당된다. 반면 저축률이 낮아진 소비자 쪽이 능동적으로 물건 값을 높이는 경우를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원가 상승에서나 소비 심리 자극으로 보나 공통적 핵심은 임금 인상이다.
원유, 금속, 곡물 등의 일반 산업재료들은 가격이 오르내린다. 수급이 안정을 찾으면 비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말 것이다. 반면 임금은 상승 여력만 있고 내려가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하방경직성이 있다). 기업으로선 인건비라는 원가가 늘면 반드시 이 비용의 지불을 반드시 소비자 사이드로 미뤄야 한다.
가계 입장으로서도 임금이 오르면 불안할 때 늘리던 저축이 덜 필요하게 되고, 늘어난 현금흐름에 따라 소비 여력과 수요가 커질 수 있다. 기업의 '비용 전가'를 (괘씸은 하지만) 용서해 줄 형편이 되는 셈이다.
내 생각에, 사람들이 CPI 인플레이션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이것이 지속가능성을 띤 '방향'일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가격이 다음 달도 내년에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되면, 소비는 더욱 촉진되고 다시 가격 상승을 자극하게 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태초에 디플레이션이 있었다. 돈이 풀리고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 자산 가격과 재료값은 일단 상승한다. 여기에 그치면 디플레이션 세상은 그대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지나가고 말 일'에 그치고 자산과 실물의 괴리는 더욱 벌어지게 되니까.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기업이 원가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되면 좁은 의미의 인플레이션도 비로소 성립하게 된다. 장기적 관점의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임금 인상이 가장 근원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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