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전략

HOT한 종목, 고PER 기업, 성장주... 비싼데 왜 살까?

나그네_즈브즈 2021. 4. 30. 15:12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 다른 장사처럼 주식도 마찬가지다. 비싸면 어떡해? 공매도 할 게 아니라면 사지 않고 기다리는 것부터다. 네이버/카카오, 셀트리온, LG화학, 삼성SDI. FANG으로 불리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테슬라, 그리고 쿠팡. 이들의 공통점은 시장의 상승을 이끄는 주도주라는 사실과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하나 더 있다. PER이 아주 높고,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싼 값'이라 했으니 파는 사람은 그렇다 치고, 이런 가격에 물건을 사들이는 장사꾼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이 글은 아마도 '모르겠다'는 결론으로 끝을 낼 것 같다. 성장주 투자를 바라보는 아직은 삐딱한 시선을, 정리해두고자 할 뿐이다.

 

1. 주식 투자의 의미 : 기업이익과 '배당'

 

애초에 주식투자의 본질은 '배당'에 있다. 기업가는 돈이 없고 투자자는 능력이 없으니, 서로의 일부를 교환해 함께 이득일 챙기자는 것이다. 투자자가 능력있는 기업에 돈을 투자하고 증서를 받아두면, 기업은 장사를 해서 번 돈의 일부를 투자자와 함께 나눠 갖는다. 이걸 주식 투자에서는 배당이라 하는 것이다. 대출이자를 벌 수 있게 도와준 예금/채권 투자자에게 골드스미스(금세공인. 초기 은행가. 대장장이인 블랙스미스로부터 유래된 것 같다)가 이익 일부를 '이자'로 돌려주는 것과 같다.

 

그러니 투자자의 이득은 본질적으로 배당이다. 그가 합리적인 경제주체라면, 당연히 더 많은 이익을 거둘 기업에 투자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 회사에는 더 많은 투자자들이 줄을 서게 될 것이다. 돈을 빌려준 대신 챙겨두게 되는 '증서'의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기업이 주주에게 돌려줄 이익이 크지 않으면 반대로 그 회사의 주식 수요는 크지 않게 된다. 유럽의 위대한 투자자 코스톨라니가 말한 대로, 주가가 이익의 함수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변형된 유형도 있기는 하다. 배당을 통해 직접 이익을 돌려주기보다, 간접이익인 '매매차익'을 안겨주는 것도 방법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배당은 지속적 이익이지만, 주식을 팔아서 얻는 일회적 이익이 미래에 발생할 배당이익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주식은 어차피 투자자끼리 사고 팔기 때문에 기업이 투자받은 자본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게 된다. 기업은 돈을 잘 버는 '인기있는 투자처'가 되거나 스스로 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주가를 올리는 방법으로 주주의 이득에 기여할 수 있다.

 

2. 성장주 투자자의 '그림'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꼬박꼬박 배당을 챙겨주는 거대기업은 '증명된 투자처'다. 성향에 따라서는 여기에도 불만이 있을 수는 있다. 매년 돌아오는 이익이 고만고만한 것도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점점 더 배당을 많이 주는 곳도 있는가?

 

갈 길이 바쁜 신생기업은 점유율을 확대하고 기술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배당을 생각할 틈이 없다. 차라리 자기 살 길을 찾아서 '인기 있는 투자처'가 되는 게 주주를 설득할 가장 현실적인 논리다. 다행인 점은, 사람은 미래에 중독된 동물이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기업이 미래에는 결국 큰 돈을 벌어들여서 그만한 배당으로 은혜 갚을 날을 기다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회사가 누리는 '인기의 성장'으로부터 매매차익을 얻으려는 속셈일 것이다. 배당이 됐든 거래차익이든, 아직 쥐뿔도 없는 회사에 돈을 집어넣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이득'이 있어야 한다. 

 

이익이라는 녀석은 태생적으로 상대성을 띠고 있다. 투자자의 이익은 '남들의 이익에 비해서' 커야 하지만, 일단은 그보다 앞서 '투자한 돈에 비해서' 커야한다. 미래 배당의 증표가 될 주식을 적은 돈으로 많이 확보하려면, 이 기업의 주식이 저렴해야 한다. '인기 있는 투자처'의 주식을 비싸게 팔겠다는 전략에도 '싸게 사서'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결국 이 장사를 하려면 주식을 싸게 사야 한다. 그러려면 남들이 모르는 이 기업의 성장성과 미래 가치를 나를 비롯한 소수의 투자자만 알아보았거나, 금융위기가 들이닥쳐서 바겐세일을 만들어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3. 성장주는 비싸다?

 

그런데 성장주는 비싸다. 네이버/카카오도 비싸고 테슬라도 비싸다. 나만 성장성을 알아볼 정도로 사람들이 멍청하지는 않다. 그래서 꽃을 피우기 한참 전부터 인기가 많아진 것이다. 혹은, 홍춘욱 교수님의 비유처럼, 디플레이션과 저성장 때문에 누구나 어려워진 이 엄동설한에 기술혁신으로 '성장이라는 꽃'을 홀로 피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사이 어디쯤일 수도 있고. 아무튼 기업 이익에 비해 비싼데도 사람들이 산다. 지금은 형편없지만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에 비하면' 저렴하다는 게 사람들의 이유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곰곰히 생각하고 분석해봤다.

 

돈을 조금밖에 못 버는 회사가 있다. 하지만 시장이 확대되고 R&D와 혁신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이 기업은 그 성장성을 인정받아 현재 주가는 높은 상태다. 흔히들 얘기하는 고PER 성장주다. 백 번 양보해서, 이 기업의 미래이익이 확정적이라 치자. '현재' 주가는, '미래' 이익에 비해 저렴할지도 모른다. 만일 주가가 초록색 화살표를 따라 그대로 유지될 때에나 들어볼 법한 얘기다. 난센스다. 가격이 바뀌지 않을 거라면 이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 지금 사서 나중에 팔아도,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은 '0'이다.

 

이 반론을 설득하려면 황급히 초록색 화살표를 지우고, 주가도 기업의 미래이익을 따라 오를 것이라고 설명하며 빨간 화살표를 그려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지금 비싼 주식이 나중에도 비싼 주식이 되는 시나리오다. 이런 업종은 원래 높은 멀티플을 줘야 한다는 둥, 말빨 좋은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온갖 변명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빨간 화살표 시나리오에서 결국 성장주는 계속해서 비싸기만 하다는 소리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매수할 이유가 없거나 항상 비싸기만 하거나의 둘 중 하나에 불과한 성장기업에 돈을 갖다 주는 이유를 나로서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런데도 나보다 현명한 많은 사람들은 성장주에 투자한다. 워렌 버핏도 몇 년 전 버크셔 헤서웨이의 연례 브리핑을 통해 '구글과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은 결정을 후회한다'고 밝혔고, 애플에 투자를 했다. 이봐 영감, 말해봐. 대체 무슨 꿍꿍이야?

 

4. 배당이 늘거나 매매차익을 얻거나

 

기본으로 돌아가자. 주식 투자자에게 기대수익은 배당이다. 지속성을 포기하고 매매차익을 선택하는 길도 있다. 제대로 된 기업을 골랐다는 전제에서는 그렇다. 

 

우리가 모델링하고 있는 이 가상의 성장주는, 영업이익이 증가하리라는 시장의 전망을 받고 있다. 지금의 형편에 비해 뜨거운 주가는, 기업이 거둘 미래의 이익에 비해서는 싸다. 정신나간 투자자가 이 기업의 주식을 사들였다 치자. 지금부터 이 투자자의 시점에서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탐험해볼 것이다.

 

예상대로 기업의 실적은 성장하고, 주가는 초록색 점선을 따라 그대로 멈춰 서 있다. 예전에 살 땐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 가격에 투자해서 이만큼 늘어난 배당을 받기에는 훌륭한 결단이었다. 과거에는 성장주였고 이제는 가치주가 된 대기업들이 이런 시나리오의 주인공들이다. 다른 한편으로 만일 이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고 주가를 들어올리는 '환원 전략'을 구사한다면, 주가는 빨간색 점선을 따라 증가하게 될 것이다. 배당금이 충분히 크지 않으면 지속성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된다. 계좌에 통통하게 살이 올랐으니, 차라리 매도해서 이익을 챙기는 게 낫다.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이런 유형에 속하는 것 같다.

 

어느 쪽으로 봐도 손해날 게 없는 장사다.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고꾸라지면 어떻게 되느냐고? 그 전제가 흔들리면 지금까지의 사고실험은 모두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리스크를 잘 분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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