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에 사무실에 나갔다가 데리러 온 아내와 데이트를 했다. 2% 누그러진 추위를 뚫고 형산강변을 걸었다. 오랜만에 하는 산책이라 아내는 들떠 있었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상쾌해졌다. 발길 닿은 곳이 효자동이라 저녁을 먹기로 했다. 괜히 검색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아서, 식당 많은 골목을 헤맸다. 아무나 걸려라 싶은 마음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단계가 높게 유지되고 있어서 거리는 한산했다. 풍경도 마음도 시려오니 괜히 뜨끈한 국물이 끌렸다.
한양곱창전골? (1골 아님)
원래 이런 걸 안먹는 데다가 새로운 경험을 꺼려하는 아내가 먼저 공을 던져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하지 않았는데 (홈런까진 아니고) 안타를 쳤다. 5인 이상은 매장 식사가 안된다. 우리는 5인분 먹을 수 있는 2인이라 괜찮다. 조심스레 열고 들어간 출입문 너머는 따뜻했다. 안경에 금세 김이 서렸다. 메뉴판이고 뭐고 나는 하나도 안보였다. 아내가 알아서 주문했는데, 사실은 메뉴가 하나밖에 없다. 내 스타일이다. "n인분 주세요" 하면 주문 끗!
나는 기본 반찬엔 주로 관심이 없는 편이다. 오히려 간소할 수록 메인 메뉴에 기대가 된다. 사실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너무 순삭을 해버려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자매로 보이는) 두 언니가 와서 국물을 뒤적뒤적 해준다. 생각보다는, 오래 안걸렸다. "당면부터 건져드시고 다른 것도 드시면 돼요" 공격 개시!!
국물 끝내준다. 잡내는 안난다. 재료들이 잘게 잘라져 있어서, 혹시나 혹시나 곱창전골 또는 곱창에 편견을 가진 사람(그런 게 존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도 훌렁훌렁 잘 떠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깃밥 없이 먹어도 전혀 짜지 않으니, 위 속의 공간은 볶음밥을 위해 절약할 수 있다. 내 뇌피셜로 곱창전골의 미니어쳐 버전이랄 수 있는 내장탕은 많이 매콤한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곳 곱창전골은 그렇지는 않았다. n명이면 n인분을 시키면 딱 좋은 양이다.
볶음밥을 굳이 2개 주문했다. 약간의 국물과 건더기를 남겨두어야 한다. 김가루를 곁들여 직접 볶아주신다. 처음에는 비주얼이 별로였으나, 전에 그 언니들이 세 차례 다녀간 후론 먹음직스러워졌다. "1분 후에 불끄고 드시면 돼요" 라고 했는데, 사진 찍느라 1분을 놓쳤다. 눌어붙은 밥 아까워 ㅜㅜ
싹쓰리 하고나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그제야 생각해보니, 짧은 튜브(또는 빨대)모양 곱창은 좀 질겼다. 그거 말곤 만족! 이런 아저씨류 음식에 우리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는 건 매우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름 : 한양곱창전골
위치 : 포항시 남구 효성로29번길 7
주문 : 054-246-9696
가격 : ★★★☆☆ (한우! 곱창전골 가격이 원래 그렇지)
친절 : ★★★★★ (관심이 과하지 않고, 손님이 원하는 걸 알아서 딱딱 해결해주심)
맛 : ★★★★☆ (튜브모양 곱창이 좀 질겼던 것 빼고는 완벽했다)
양 : ★★★★★ (볶음밥은 n-1개만 볶아야겠다 ㅋㅋ)
주차 : ★★★★★ (주차난으로 악명높은 동네인 걸 참작하면 별도 주차장이 있다는 건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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