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220505 경주시내 경주현지인맛집 가마솥족발

나그네_즈브즈 2022. 5. 12. 14:06

단지 이거 먹으러 경주에 간다고 해도 저언혀 아깝지 않다. 뭐 경주 현지인 추천을 보고 나도 간 거라느니,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느니, '나는' 먹을 만했다느니, 이런 밑밥 깔지 않고 쓰겠다.

경주 현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방문했는데, 황리단길이나 버스터미널에서도 가까운 경주 시내 가마솥족발은 걍 레전설이다.



아내와 나는 오후 3시 40분이라는 애매한 시간 대에 가서 먹었다.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꼴랑 두 명이지만 미리 전화해서 메뉴 주문까지 해뒀다.



족발 소, 쟁반국수 소소를 주문했는데... 일단 보쌈족발 필수 도우미인 쟁반국수에 소소한 소소 사이즈가 있어서 좋았다. 이게 너무 많으면 배가 너무 부르기 때문에...

나는 잡다한 반찬이 거의 없는 '한 방'이 강한 식당을 높게 평가하고, 아내는 다양한 반찬이 푸짐한 곳을 좋아라 하는데 여긴 딱 중용의 묘를 살리고 있다. 점심을 먹고 저녁 때가 되기도 전에 먹는 건데 왜 그렇게 잘 들어가던지 ㅋㅋㅋ




일단, 족발이 너어어어어무 부드럽다. 잘 못하는 족발집에 가면 껍질 부분이 질기거나 살코기가 퍽퍽하도록 삶아져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여긴 그런 거 없다. 껍질도 끝부분까지 보드랍고 살살 녹는데다가, 살코기도 정말 촉촉하다.




양을 채우려고 크~다란 통뼈 하나를 넣는 족발집도 흔해 빠졌지만, 가마솥족발 사장님은 '뼈는 거들 뿐'이라는 듯... 살코기만을 왕창 내어주셨다.

소소한 크기로 느끼함을 효과적으로 잡아주는 쟁반국수는 양념이 특이했다. 아내는 한약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중독되는 특이한 향이 있기는 했다.




가마솥족발은 배달주문도 많고 손님도 많아서 주방 쪽은 분주해 보였다. 하지만 테이블은 대부분 방이나 파티션으로 구획이 잘 되어 있은 덕분에 뜻밖에도 독립적으로 마음 편히 먹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배터지게 먹고 3만 3천 원. 관광지 맛집에서 이 정도 고퀄을 보장받기에는 퍽 괜찮은 가격이다.




사실 좀 창피한 이야기지만, 어린이날이었던 목요일에 여길 털어먹은 뒤에 일요일에 경주를 또 갔다. 두 번째 방문은 오롯이 족발을 먹기 위한 목적으로만 시도됐다. 기왕 차비를 들인 김에 주중에 또 먹을 족발을 확보하려고 대 사이즈를 홀에서 먹다가 남은 걸 포장하리라는 작정이었다.

전화로 미리 물어보니 홀에서 남긴 건 당연히 포장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대 사이즈 족발을 주문해놓고 갔다. 아내가 새 젓가락을 꺼내 고기 1/3 정도를 미리 덜어두기까지 했다.

근데 다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계산할 때 사장님이 주문서랑 우리 인원을 보더니 "다 나오신 거예요?" 하고 확인을 했다. 마자여.. 둘이서 다 쳐묵쳐묵 했어여... 옆에 계시던 사모님의 확인사살. "남는 거 포장한다더니ㅋㅋㅋㅋ" 뉘예뉘예 한때 그런 마음도 초큼 있긴 했더랬죠^^


경주 가마솥족발. 내 인생족발 ㅜㅜ


포항까지도 배달이 되면 좋겠다. 나 같은 뚜벅이는 어차피 시외버스 내려서 갈어갈 수 있으니 괜찮았지만, 아무래도 시내이다 보니 주차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단점 아닌 단점이랄까?

그래도 그런 게 또 맛집의 프리미엄(?) 아니겠냐는. 재료가 빨리 바닥나는 것 같기는 했다. 지도앱에 표시된 영업시간은 21시30분까지였는데, 사장님이 문의전화에 응대하시면서 사실상 18시 넘으면 장사가 끝난다고 하시는 걸 들었다.

무튼, 경주 갈 때마다 들르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경주는 이제 신라의 천년 수도, 화랑의 도시라기 보다는 가마솥족발이 있는 동네...라고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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