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20200816 부산 여름휴가 필름사진

나그네_즈브즈 2020. 11. 24. 18:18

올해 여름 휴가는 아내와 함께 부산으로 다녀왔습니다. 8월 중순이었네요. 날씨도 무덥고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던만큼 저희는 남포동 일대에만 머무르며 '선택과 집중' 코스를 계획했었죠. 월요일엔 해질 무렵의 흰여울문화마을을 둘러보고,  수육과 돼지국밥을 저녁으로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자갈치역 근처 게스트하우스에 하룻밤을 예약해 두었습니다.

 

이튿날에는 감천문화마을과 국제시장, 보수동 책방골목을 다녀가려고 했습니다. 일정상 해가 지기 전에 부산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감천문화마을의 야경은 새벽에 도전할 원대한 야망을 가지고서 말이죠. 제 기억으로는 이때 필름사진에 열정이 막 불타오를 때였습니다. 필름이 아까웠는지, 찍은 사진이 별로 없더군요. 그렇지만 이 사진들은 의미가 큽니다. 제가 처음으로 직접 스캔했고요, 무려 16비트 계조의 네거티브 원본을 라이트룸에 올려 직접 색감을 잡아냈으니까요.

 

보통은 현상소에 현상과 스캔을 맡기지요. 현상소에서는 스캔 유틸리티에 사용한 필름 종류를 입력하고, 초기값으로 저장된 색감으로 한꺼번에 스캔을 합니다. 8비트 JPEG 파일로 말이죠. 직접 스캔했다고 사진이 더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정성이 갸륵하지 않습니까. 하하하. 여행 정보로 도움될 포스팅이 아니라도 이쁘게 봐달라는 뜻입니다. 

 

 

 

 

 

 

 

 

계획한 대로 해가 기울어 갈 시간에 영도에 들어가긴 했습니다. 8월의 여름이었고, 4시를 훌쩍 넘겼는데도 컨트라스트가 제법 강해서 사실은 카페에서 더위도 식히고 목도 축이며 시간을 때웠더랬습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기대만큼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드론으로 보거나, 저 배경의 다리에서 망원렌즈 같은 걸로 봐야 예쁠 것 같아요. 멀리서 보아 아름다운 곳도 내부에 가까이 들어가보면 그저 그런 풍경일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카페로 지나치게 상업화 되어 있었던 데다가, 주민들이 살고 계시는 곳이라 조용조용히 걷느라 심심했습니다. 물론 돈을 안쓴 건 아닙니다. 아내의 초상권을 얻어내는 게 제일 어려웠네요. 커험.

 

 

 

 

 

 

 

 다음날의 국제시장입니다. 머~ㄹ리 산비탈에 자리한 동네가 보입니다. 저런 곳에 동네가 있기가 더 어려운 건데... 전쟁의 아픔이지요. 부산엔 저렇게 높은 곳에 옹기종기 귀여운 마을이 유난히 많습니다. 이들 마을을 순환 운행하는 관광버스도 있습니다. 산비탈을 경상도 사투리로 산만디라고 하거든요. 만디버스를 예약하면 감천문화마을, 닥밭골행복마을, 산리마을, 초량 이바구길 등등 산만디에 자리한 마을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저만 몰랐던 깡통시장 맛집이지요. 이가네 떡볶이입니다. 제 친구는 사진만 보고도 알아맞히더라구요. 이곳 떡볶이는 무를 갈아 낸 단맛이 매콤함과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계속 더 먹고 싶어지게 만드는 마성의 떡볶이지요. 가래떡도 엄청 길어요. 씹는 맛이 살아있지요. 소스만 따로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으어... 또 먹고 싶네요 ㅠㅠ

 

 

 

 

 
깡통시장 안 엄청 오래 돼 보이는 가게입니다. 다신 못 보게 되면 아쉬울 것 같아 붙잡아봤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가지고 ㅋㅋㅋㅋ 카페에서 널브러져 있다가 다시 힘을 냈습니다. 근대화역사관에 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개관이 중단됐더라구요. 근처에 영화박물관을 찾아갔으나, 거기도 문을 닫았습니다. 음, 괜찮아. 꼭 가고 싶었던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갔습니다. 여러분. 화요일엔 가지 마세요. 다 문을 닫았어요. 

 

한 가게 사장님이 잠심 셔터를 올리셨습니다. 옛날 책을 구경하시는 노신사 두 분을 몰래 찍었습니다. 완전 어둡네요.

 

 

 

이번 휴가에서 나온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새벽에도 감천문화마을엔 야경찍으러 혼자 다녀왔는데, 너무 늦게 가서 해가 다 떠버렸거든요. 부산을 떠나기 전 아내와 다시 한번 찾았습니다. 둘이 신나서 ㅋㅋ 실핏줄 같은 골목골목을 다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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