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필름사진 이야기

제 필름카메라를 소개합니다! 롤라이35 S 특징과 사용법

나그네_즈브즈 2020. 11. 26. 14:04

제 필름카메라 롤라이35 s 를 소개합니다. 정말 작고 예쁜 최애카메라!



오늘은 제 필름카메라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롤라이35 S 모델입니다. 저의 비장의 무기입니다. 사진기로서도 그렇지만, 패션[?] 소품으로서도 이 녀석의 매력은 치명적입니다. 꺼낸 걸 발견당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최소 탄성, 최대 돌고래 소리까지 나오게 할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롤라이는 독일의 카메라 회사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에는 라이카 말고도 롤라이, 포크트랜더(Voigtlander, 보이그랜더로 잘못 읽힘), 자이스 등의 카메라 브랜드가 유명합니다. 롤라이는 이안리플렉스(TLR, Twin Lens Reflex, 뷰파인더 용 렌즈와 촬영 용 렌즈가 따로 있는 웨이스트 레벨 카메라)인 롤라이 플렉스가 원래 유명합니다. 그 밖의 또다른 주력 카메라가 바로 대중적 135 크기의 필름을 쓰는 롤라이35입니다. 

 

필름카메라의 바디는 사진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필름이 감도와 기본 색감을 결정하고, 렌즈가 선예도와 발색으로 간을 맞추는 정도입니다. 바디에서 살펴볼 유일한 스펙인 셔터스피드는 1/500초에서 1/2초, 그리고 벌브를 지원합니다. 내장 노출계를 제외하면 전력 소모가 하나도 없는 완전 기계식 수동 카메라입니다. f2.8에서 f16까지 조리개가 움직이는 40mm 조나(sonnar) 설계 단렌즈가 박혀 있습니다. 무려 칼자이스 렌즈입니다. 이 밖에도 롤라이35는 컴퍼 사(社)의 셔터와 고센이 만든 내장노출계를 탑재한 명품 괴물입니다. 수 십 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롤라이35는 특유의 변태적인 설계 덕분인지 마니아 층이 두텁습니다. 롤라이35 팬들의 홈페이지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 카메라는 파생 라인업이 엄청나게 많아서, 수집을 취미로 삼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최대개방 f3.5의 테사(Tessar) 방식으로 설계된 렌즈가 탑재된 것이 최초의 롤라이35입니다. 이후 f2.8 렌즈의 설계방식이던 조나(Sonnar)의 앞글자를 따 롤라이35 S가 나왔고, 기존의 오리지널 모델은 이것과 구분하기 위해 롤라이35 T로 발표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조나 설계와 테사 설계 렌즈를 장착한 모델에 (지침식이 아닌)LED 노출계를 달아 롤라이35 SE와 TE가 출시됐습니다. 중저가형인 롤라이 B35와 롤라이 C35도 있고, 특정 해를 기념해서 한정판으로 클래식이나 실버 모델, 골드 모델도 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S는 싱가폴에서만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이 카메라는 굳이 분류하자면 RF(Range Finder)카메라입니다. 뷰파인더가 렌즈랑 따로 놀기 때문에 피사체가 가까울 수록 보는 각도와 찍히는 각도가 약간은 다를 수 있습니다. 초점을 맞추기 위한 파인더가 하나 더 있어야 하는데, 없습니다. 눈 짐작으로 거리를 재 존포커스 방식으로 초점을 맞추는 목측식이기 때문에, 뷰파인더는 그냥 '구멍'입니다. 조리개를 닫을수록 초점 맞는 뎁스가 깊어진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렌즈에 부착된 초점링을 돌리면, 전방 몇 미터부터 몇 미터까지 선명하게 찍힐지가 조리개에 따른 범위 눈금으로 나타납니다. 때문에, 아무리 어두워도 f4보다 개방하기는 어렵습니다. f2.8에서 포커싱이 정확히 됐다면, 기적이거나 실수였거나 찐고수, 이 셋 중 하나입니다. 

롤라이35의 뷰파인더는 그냥 '구멍'입니다 ㅜㅜ 위에서 내려다보면 셔터스피드(왼쪽다이얼)와 조리개(오른쪽다이얼), 존포커스 눈금이 보여요

 

 

롤라이35는 작동하는 일반 필름카메라 중에는 아마도 가장 작은 걸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렌즈도 찍을 때만 돌출시키고 평소에는 집어넣을 수 있는 침동식이라 휴대성 하나는 극강입니다. 이렇게 작아도 몸 안에 있을 건 다 있습니다. 대신 필름카운터와 플래시용 핫슈, 필름 리와인딩 레버가 하판으로 옮겨 간 것은 디자인 상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뒷면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상판에 렌즈의 침동을 조절하기 위한 버튼 하나와 셔터, 노출계의 바늘이 보이고, 찍을 때마다 필름을 옮겨주는 와인더는 특이하게 왼쪽으로 가 있습니다. 이 레버 감을 때의 톱니바퀴 돌아가는 그 느낌이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완전 기계식 수동 필름카메라는 노출과 측광을 모르는 입문자가 사용하기에는 알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설정된 값을 가리키는 다이얼이 외부에서 다 보이고 조작이 직관적이기 때문에, 촬영 경험이 어느 정도만 있어도 금방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포커싱이 수동인 걸 걱정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 소개해드린 써니16 규칙과 존포커싱에 익숙해지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AF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리개가 16으로 되어 있다면 포커스 존의 가장 앞쪽으로 2m에 놓았을 때 그 뒤로 무한대까지 모든 영역이 초점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하고 구도만 맞춰가며 셔터를 누르면 왠만한 미러리스보다 빠른 포커싱도 가능합니다.

 

필름카메라 성능은 어차피 거기서 거기입니다. 따라서 이 바닥에서는 내 마음을 저격할 예쁜 디자인이 최고의 스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롤라이35는 주변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매혹적인 미모가 차라리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1970년대 카메라이기 때문에 새 제품이 당연히 없습니다. 외관이 깨끗하고 고장이 안났다면 30~40만 원 정도로 중고 매물을 구할 수 있습니다. 경통이 헐거워져 침동식 렌즈가 저절로 흘러나오지 않는지, 1/15초 이상의 저속 셔터가 늘어짐 없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내장 노출계나 필름카운터는 고장나지 않았는지, 핫슈에 일반 스트로보를 장착해 단자가 죽지는 않았는지, 렌즈 내부의 곰팡이나 유막 여부 등을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오늘은 제 필름카메라 자랑을 길게도 늘어놓았습니다. 여러분이 써보신, 사용 중이신, 갖고 싶은 필름카메라는 어떤 모델인가요? 댓글 창에서 2차로 또 수다나눠 봐요!

 

 

이렇게 작은 필름카메라에도 있을 건 다 있어요. 하판이 완전히 분리되는 방식인데 핫슈, 리와인딩 레버, 필름카운터는 하판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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