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어제는 사진 동호회 사람들과 단풍사진 번개가 있었습니다. 멤버 중에 포스텍 대학원생 몇 분이 계시는데, 캠퍼스 안의 단풍사진 비경을 알려준다고 해서 모인 인원이 13명이나 됐네요. 11월 15일이면 단풍사진을 찍기엔 늦은 게 아닌가 싶을 땐데, 뜻밖에도 나무들이 입은 옷은 곱더라구요. 오후 1시에 포스텍 지곡회관에서 만났습니다. 햇볕이 거의 남중 해 있을 시간입니다. 그러나 계절이 계절인지라 그렇게 따갑지 않고 오히려 포근했어요. 후후후.
포항에 여행오셔서 단풍사진을 찍어봐야겠다 하시면 포스텍-영일대호수 코스를 이른 낮부터 도시는 걸 추천합니다. 단풍이 예뻤던 장소 몇 군데를 소개해드릴게요.
우선 지곡회관 앞 호숫가에 단풍나무도 예쁩니다. 햇살이 부서진 호수를 배경으로 역광을 투명하게 받은 단풍잎을 찍으면 괜찮은 사진이 나올 듯합니다. 저는 이걸 필름으로만 찍어서, 아직 사진이 없네요. 원래 계획으로는 현상 보낼 필름, 게다가 오후의 가을과 어울릴 코닥 골드200을 소진하는 게 목표였는데요. 토요일에 성남에서 모셔 온 35.4z 렌즈와의 조합을 테스트할 겸 a7r3도 가지고 갔었습니다. 덕분에 오늘 포스팅에 소개할 사진 몇 장을 건져 봤습니다.
제3공학관과 LG연구동 사이의 내리막길은 은행나무가 압권입니다. 길가에 주차된 차를 잘 피하는 게 관건입니다. 앵글을 요리조리 바꾸거나 망원렌즈로 화각을 좁혀버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동호회 멤버들이 이 길에서 놀고 있을 때, 저는 내리막길 오른편에 있는 연구동 쪽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이곳도 단풍나무와 벤치 뒤로 역사광이 들어와 분위기 있는 사진이 연출될 수 있는 곳입니다. 대열에 합류하느라 주변을 더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올 가을에 한번 더 가보고 싶기는 하더라구요.
노벨 동산까지 내려온 뒤 큰 길쪽으로 방향을 돌려 국제관 앞에 펼쳐져 있던 공터로 올라가는 길섶에도 조연 같은 단풍과 은행들이 고운 옷을 자랑하고 있는데요. 여기는 지저분한 배경이 걸리기 때문에 풍경보다는 스냅 화각으로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포스텍은 대학캠퍼스이긴 합니다. 그러나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의 특성 상, 주말이나 방학이면 캠퍼스가 사람 없이 썰렁하지요. 요즘은 학기 중이지만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매력 포인트가 됩니다. 물론 단풍과 은행도 아주 아름답고요. 포스텍 캠퍼스는 사실 상업사진가들도 스냅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국제관 앞 잔디밭에 건물이 들어서고 있어서 아쉽지만, 많은 스팟들 중 겨우 하나를 잃은 것 뿐이니까요.
다시 지곡회관으로 돌아와 편의점에서 목을 축이고, 영일대 호수로 이동했습니다.
영일대 호수는 네비게이션에 호텔 영일대를 검색하셔서 주차를 하시면 됩니다. 포항에는 북구에 영일대 누각이 있는 해수욕장도 있어서, 택시를 이용하신다면 반드시 영일대 '호수'로 가자고 해야 합니다. 이곳은 포스텍 캠퍼스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포항 안에서도 나름 인끼 데이트코스라, 주말이면 특히 시민들의 발걸음이 더 많지요. 그만큼 호수 둘레길에서 이런저런 사진을 연출하기 좋습니다. 거위도 있어요 ㄷㄷ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영일대에 왔다면 호수 뒤편의 한적한 산책로를 찾는 걸 좋아합니다. 어제 멤버들이 호수에서 거위를 찍는 동안, 저는 아무도 없는 호수 북쪽을 탐사했는데요. 호젓한 도로 양쪽으로 키가 큰 단풍나무들이 줄 서 있고, 역사광이 잎 사이로 길을 비추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타이밍이 11월 초~중순의 오후 3시~4시 였는데요. 여기서는 뭐, 사진이 예쁘게 안나왔다고 하면 손가락을 탓해야 하는 곳입니다. 지도의 동서남북을 보며 유추해 보자면, 아침 일찍 오게 되더라도 해가 프레임 왼쪽에서 역사광으로 들어올 것 같군요. 다른 사람이 전~혀 없을 때를 노려 인물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장소입니다.
사실은 여기 뿐만아니라, 영일대 호텔 바로 서쪽에 있는 넓은 잔디밭도 아름다운 곳입니다. 포항엔 이런 장소가 거의 없거든요. 여긴 특히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오시면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담을 수 있습니다. 오후의 따땃~한 햇살도 사진으로 담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지요. 가벼운 사진 번개니까 포스텍과 이어진 일정으로 소화했지만, 영일대 호수 근처는 한나절을 온전히 투자해도 괜찮은 사진코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배경에 즐겁게 사진 찍는 분들이 계셔서 방해하지 않으려고 셔터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멤버들이 빨리 오라고 전화를 걸어 오네요. 다음을 기약하며 주차장으로 달렸습니다. 사진가는 기동력이 생명이지요. 크크. 달려달려!
커피 한 잔하고 집에 와서 보정을 하고나니 주말이 지나버렸습니다. a7r3 구입 후 첫 촬영과 보정이었는데, 이 후기는 다음에 풀어보도록 할게요. 지루한 잡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슬픈 월요일, 힘찬 일주일의 시작 되시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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