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투자일기

260212 퀄리티 투자 vs. 담배꽁초 투자

나그네_즈브즈 2026. 2. 12. 19:29

최근에 페이팔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P/FCF가 6을 약간 넘겼네요. FCF 수익률이 거의 15%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P/S가 1.12인 것으로 봐서는 FCF 마진은 16.7% 정도로 추정됩니다.

아아, 가슴이 웅장해지는 가격입니다.

페이팔의 FCF가 0% 성장률을 영원히 유지한대도

주주는 가만히 앉아서 매년 15% 정도의 CAGR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서 고민의 바람이 갑자기 일었던 것입니다.

그 바람에 불을 지핀 것이 리처드 번스타인의 책 《소음과 투자》였습니다.

거기에 보면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PER이 낮은) 주식일수록

해당 시점으로부터 향후 5년 동안의 이익 성장률이 더 좋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PER이 시장의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인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필립 피셔의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에도 그런 내용이 있었구요.

시장 참여자들은 독립적으로 판단을 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적의 평균회귀보다 PER의 변덕은 훨씬 진폭이 큽니다.

 

이미 높은 PER로 평가받고 있는 퀄리티 기업들은

'더 높은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아슬아슬한 압박이 있으니

차라리 시장에 널려 있는 평범한 평균회귀 기업들에서

변덕쟁이 PER을 역발상으로 활용하자는 건 설득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어차피 기대가 땅에 떨어진 실적은 평균으로 돌아갈 테고

그럴 때 PER도 변덕을 부리며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니까요.

 


 

그래서 음, 챗GPT랑 랩 배틀(?)을 해 봤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퀄리티 투자와 담배꽁초 투자의 특징을 정리해 본 겁니다.

 

Ⅰ. 퀄리티 투자

 

1. 필립 피셔는, 퀄리티가 증명된 기업은 리스크가 높지 않은, 보수적인 투자라고 했습니다.

2. 퀄리티 기업은 극소수이지만, 그 압도적 경쟁우위 덕분에 찾기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3. 찰리 멍거는, 장기적으로 투자자의 수익률은 가격과 무관하게 기업의 자본 수익률에 수렴한다고 했습니다.

4. 퀄리티 기업을 보유한 투자자는, 새로운 기업을 자주 찾을 필요가 적습니다. (개인투자자의 필살기)

5. 퀄리티 기업의 현재 경영상태만 확인할 뿐, 시장 심리나 미래를 전망할 필요가 적습니다.

6. (단점) 시장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주가가 크게 하락합니다.

7. (단점) 주로 대형주이기 때문에, 지수 ETF 투자와 포지션이 중복됩니다.

 

 

 

Ⅱ. 담배꽁초 투자

 

1. 대부분 기업 실적은 평균회귀를 따르고, 시장의 PER 평가는 변덕스럽습니다.

2. 기대가 너절해진 담배꽁초 기업은 시장을 실망시켜 주가가 떨어질 걱정이 적습니다.

3. 실적이 증가할 때 심리도 덩달아 개선되며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합니다.

4. (단점) 주로, 광범위한 기업에 분산투자가 필요합니다.

5. (단점)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발굴해야 합니다.

6. (단점) 주가가 올라서 자본이득을 실현하고 나면 세금이 발생합니다.

7. (단점) 경쟁열위를 장기간 유지하는 극소수의 쓰레기들도 있습니다.

8. (단점) 실적 반등, 촉매, 가격배수 재평가를 동시에 다 맞혀야 합니다.

9. (단점) 시장 심리를 역이용할 거면 굳이 왜 꼭 주식이라야 하는지, 당위성이 없습니다.

 


 

저한테는 구조적인 차이가 결국 핵심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주식은 소유자들이 권리 행사와 가치 실현을 자발적으로 지연해서

기업이 스스로 복리 성장을 추구하게 하고, 그 열매를 얻습니다.

주식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과장되게 말해서, 시장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인간의 심리를

거꾸로 이용해서 싸게 사고 비싸면 팔겠다는 전략은

크게 보면 트레이딩과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할 거면 굳이, 꼭 주식이라야 할 당위성은 없습니다.

 

새로운 저평가 종목을 찾는 일 뿐만 아니라,

거의 퀀트적으로 관리해야 할 만큼 광범위한 분산도 필요합니다.

여러 모로, 품이 많이 들고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세계관입니다.

성격상, 가만히 못 계시는 부지런한 분들에게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소수 종목에만 집중할 수 있고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의 유리한 점을

극대화하기에도 퀄리티 기업을 고른느 게 나을 듯하구요.

 

담배꽁초 투자, 저는 결국 안하기로 했습니다.

셀시어스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를 팔면서

세금 뜯길 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이 따끔거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