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두 종류의 사진가가 있다.
손에 사진기만 있으면
뭐가 됐든 아무거라도
일단 찍고보는 사진가
심지어 출사를 떠나도 좀처럼
뷰파인더에 눈이 안가는 사진가
불행히도[?] 내 경우는 후자다.
항상 조바심을 낸다.
뭘 찍지? 뭘 찍지?
이런 나도 비로소
셔터를 누를 때가 있다.
이런 내가 사진을 찍을 땐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1. 그 순간을 재생하고 싶어서
2. 빛이 너무 예뻐서
3. 피사체가 찍어달라고 해서
4. 찍고 싶었던, 기다렸던 장면이라서
1번은 뭐, 취미 사진가라면
당연히 지녀야 할 덕목 아니겠는가
아내와 데이트를 하는 날이라든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다거나
가족의 일상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일 때
나는 이런 순간에는 필름카메라에
더 손이 가는 편인 것 같다.
빛이 예쁠 때 반응하는 건
사진가에게 필요한 연습이다.
많은 사람들은 피사체가 예쁠 때
뷰파인더를 들이대지만
빛이 예쁘면 피사체도
저절로 예뻐보이는 법이다
피사체가 찍어달라는 건
두 가지 뜻을 담아 표현한 건데
하나는 정말 촬영 의뢰가 들어올 때
일행이 "나 저기서 찍어 줘" 하거나
지인이 "나 이 날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 올 수도 있는 경우다.
말 못하는 피사체도 자신을
사진으로 담아달라고 한다.
비 맞는 자전거가 슬퍼보일 때
먹방 찍느라 날지 않는 비둘기가
일터에 구속된 내 신세 같을 때
가을하늘 코스모스를 보고
아내 모습을 떠올릴 때
찍지 않고는 못배긴다.
평소에 찍고 싶은 장면을
메모해두고 틈틈히 되새긴다
그런 장면이, 그런 순간이
나타나면 재빨리 반응할 수 있게
내 평소 상상과 조금 다르더라도
일단 뷰파인더를 디밀어 본다.
동호회에서 은하수 출사 가잘 때도
선착순 안에 댓글을 달아야 하니까.
나도 이럴 땐 사진을 꼭 찍는다.
'이럴 때'가 더 많으면 좋겠지만
이만큼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참 궁금하다
선생님이, 두혁이가, 준호 씨는,
당신은 어떨 때 사진을 찍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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