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업무가 바뀐 나는 의대 정원에 관련된 뉴스를 추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공계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도 덩달아 검색된다. 교육에 20년 동안 바뀐 게 없구나 싶다. 아, 변한 것도 있다. 요즘은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 다들 이어폰을 꽂고 인강을 듣는다고 한다. 그래서 찾았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우리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바로 그 메가스터디’다. 온라인으로 수능 시험과목의 영상 강의를 서비스하던 곳이다. 지금은 초중등, 대학편입, 취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학령 인구가 줄어든다는 우려를 씹어먹으며 계속해서 실적을 높이고 있다. 주가는 반대로 일 년 동안 내리막을 걸었다. 이게 맞아?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 아이디어가 될 만한 매력들을 몇 가지 찾아냈다. 고등부문 사업의 경제적 해자가 강력하고, 그런 BM이 다른 사업 영역으로 복제되고 있는데, 가격을 하락시켰을 법한 요인들이 상당히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1. 고등부문 사업의 경제적 해자
메가패스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원동력은 당연히 일타 강사진이다. 예전에는 몇몇 정도였는데 지금은 군단 수준이다. 수험생은 선생님을 기준으로 학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많은 수강생을 확보할 수 있는 학원은 더 높은 연봉과 교재 판매력으로 더 좋은 강사를 유인할 수 있게 된다.
그 자체로 브랜드 가치를 지닌 일타 강사진의 존재는 FOMO 심리를 이용해 수험생을 묶어두는 락인 효과도 발휘한다. 그런데 일타 강사들도 받던 돈, 누리던 인기가 있어놔서... 여길 떠나 더 영세한 학원으로 이직하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메가스터디 오프라인 학원에서는 일타 강사로의 도약을 꿈꾸는 뉴페이스 강사들이 실력을(?) 갈고 닦는 중이다. 회사에서도 강사들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이 경제적 해자는 상당히 깊고도 넓다고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회사는 매년 메가패스 가격을 인상하고 20%에 이르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2. BM의 확장 – 초중등, 유아, 공무원
손주은 이사회 의장의 동생 손성은 대표가 경영을 맡아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메가패스처럼 굴러가는 온라인 교육 사업을 중학생, 초등학생, 유아들을 대상으로도 확장하는 한편, 공무원 수험 시장의 1위 사업자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2015년 처음 개발돼 매출에 17%를 기여했던 중등 인강 브랜드 엠베스트는 현재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제2의 메가패스’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큰 경쟁자였던 이투스가 경쟁에서 물러나면서, 중학 인강은 엠베스트의 독주 체제가 갖춰졌다. 고등학생만큼은 아니지만 중학교 공부에서도 강의와 교재의 품질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 교육에서는 품질보다 학부모의 뇌리에 브랜드 인지도가 얼마나 자리잡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메가스터디교육의 초등교육 브랜드 엘리하이는 경쟁사들보다 비교적 늦은 2018년 론칭했다. 하지만 엠베스트와 연계된 시스템과 광고모델로 채용한 유재석, 홍진경 씨를 어필하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엘리하이의 브랜드를 유아 사교육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3년여의 준비 끝에, 5-7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브랜드 엘리하이키즈를 6월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3. 주가 하락 내러티브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내러티브에는 생명력이 있어서, 살아날 수도 반대로 소멸할 수도 있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었을 6가지 이유를 생각해봤다.
학령인구 감소 – 예전부터 제기됐던 우려였다. 게다가 사교육 참여율의 가파른 상승을 확인하면 쉽게 무력화되는 핑곗거리다.
피델리티의 포지션 정리 – 오랜 주요 주주였던 피델리티가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5%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려워졌지만 곧 소멸하게 될 내러티브다. 피델리티도 결국엔 투자자이기 때문에, 이건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에 더 가깝다. 그래서 피델리티가 왜 엑시트 하는데? 라는 물음에 대답해야 순환 참조를 끊을 수 있다.
유아 및 초등 시장에서의 마케팅 비용 확대 –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엘리하이가 마케팅 투자 이상의 성장과 수익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한다면 글쎄. 초중등 사업부가 20%의 영업이익률, 35%의 영업이익 기여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걸 상기하자. 여기서 엠베스트를 발라내긴 어렵지만 TAM 측면에서의 기여도는 엘리하이가 더 큰 만큼, 시가총액에 영향을 더 주기엔 너무 작고 근시안적인 평가 아닐까.
축소되고 있는 공무원 수험 시장 진출에 현금 소진 – 공단기를 운영하는 에스티유니타스 인수에 1,800억 원을 쓴 덕에 보유 현금이 마르긴 했다. 국가직 9급 시험 접수자가 5년 동안 반토막 난 것도 맞다. 그런데 공단기와 메가공무원이 더해지면 시장의 80%를 점유하게 되는 것도 맞다. 여기서부턴 생각의 차이인데, 펫 도시는 ‘상대적’ 규모도 경제적 해자의 하나로 봤다. 메가패스처럼 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되면 피터린치가 좋아하는 성장 정체 업종에서 성장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요구에 미치지 못한 주주 환원 – 내수 시장 다 차지했고 성장은 끝났다. 다른 상장 교육기업처럼 배당이 높은 것도 아니네. 응, 넌 매도. 이런 논리인가? 정말로 내수 시장을 다 차지하면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진정 꿈꾸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국내 교육 시장을 다 먹으려면 한참이나 걸릴 텐데, 국내 증시 참여자들이 그렇게나 먼 미래를 염두에 두고 투자 의사결정을 할 것 같지 않다. 주주총회에서 3시간 넘도록 주주들과 소통하고 지난 4월 24일 드물게 알찬 IR 자료를 내고 하는 걸 보면, 주주들을 하찮게 여기는 경영진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대입제도 개편 – 학생들의 개성을 살려주기 위한 고교학점제도의 취지에 따라 수능이 주관식의 자격고사가 되어버리면 기존 메가패스 일타 강사의 경제적 해자는 사라지게 된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이고, 피델리티가 포지션 정리를 결심하게 할 수도 있는 내러티브라고 생각한다. 수능에서 형태만 바뀐 새로운 변별 영역이 생기고 관련된 사교육도 등장하겠지만, 어쨌든 반가운 불확실성은 아니다.
분석하는 동안 간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업이었다. 참여하고 있는 투자 스터디에서 발표를 한 뒤에, 이제야 내용을 공개하게 돼 개인적으로도 이 순간을 너무 기다려 왔다. 총론은 이 정도로 해두고, 다음 포스팅들에서 각론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서 쓰는 포스팅이지만, 좋아요와 댓글은 정말 큰 힘이 된다. 혼잣말이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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