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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경동나비엔 주주총회 후기, 주담 통화, 밸류에이션

나그네_즈브즈 2023. 4. 17. 20:06
2023년 3월 29일 경동나비엔 주주총회

 
경동나비엔이 ‘냉’난방공조 시장에 진출한단다. 기존 보일러/온수기 사업에서도 수익성이 너덜너덜한데, 이건 사업다악화가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었다. 포항에서 평택까지 휴가까지 내서 경동나비엔 주주총회 갔다가 질의응답이 없어서 딥빡에 부들부들했다. IR에라도 이것저것 확인해보기 위해 보름 정도 공부를 다시 했다.
 
회사에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본 직후까진 손실 중이지만 팔아야겠다고 결론을 짓고 있었는데, 개선될 영업이익 추정과 시장의 현재 밸류에이션을 이유로 본전까진 참기로 했다. 오늘 포스팅에 공유할 내용은 1. 22년 리뷰, 2. 기업 동향, 3. 매크로(?), 4. 통화 내용, 5. 밸류에이션 으로 이루어져 있다.
 

1. 22년 리뷰

 
매출액 11,600억 원, 영업이익 600억 원(OPM 5.1%) 정도 기록했다. 매출액 약간 성장, 영업이익 약간 역성장. 판매가격을 인상하고 환율 수혜로 P는 커졌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경기 둔화의 영향 때문에 Q는 줄어든 것 같다. 인건비, 원재료 가격과 해상 운임비가 올라서 비용이 악화된 얘기는 지겹도록 들었다.
 
체감 상으로 환율이 달러당 대략 1,200원(2021년)에서 1,300원(2022년)으로 1.08배 오르고 북미지역 가격이 1.1배가 되었을 것으로 가정해본다면 매출액 성장률이 최종 5.2%로 계산되기 위해서는 1.08 × 1.1 × 수요둔화 = 1.052를 계산하면 된다. 대략 수요가 약 11% 감소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다.
 
2021년부터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나마 2022년 1분기까지는 성수기 효과와 가격 인상이 반영되기 전 수요 쏠림 효과가 있었는데, 2022년 2분기에는 1% 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반기보고서의 연결재무제표 주석을 보면, 물류비의 경우 YoY로 100% 가까이 높아졌다 ㄷㄷㄷ
 
다행히도 8월 하순에 미국 IRA 법안이 통과되면서 수요 회복에 대한 희망이 피어났다. 인상된 가격으로 본격적인 성수기를 맞이한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수요가 당장 좋아진 것은 아니었지만, 마케팅 비용 확대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영업이익률이 3분기 3.45%, 4분기 7.5%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 정도가 다행스럽다고 하겠다.
 
비용 구성을 자세히 뜯어보면 재료비, 인건비, 물류비 비중이 가장 크고, 수수료와 감가상각비와 광고선전비도 무시할 수 없는 기여를 하고 있다. 손익계산서 상으로 매출원가율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었다. 판매비와 관리비 계정 안에서는 급여와 대손상각비가 전체 증감액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성숙 업종이지만 회사가 성장을 위해 사업 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하는 중이니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임직원 수가 크게 늘기도 했다. 2022년 직원 수는 정체됐지만 인건비가 올랐을 테니 이해가 어려운 지점은 아니다.
 
대손상각비는 2억 원대로 지출되고 있었는데 2021년 27억 원, 2022년 95억 원으로 늘었다. 만일 정상화할 수 있는 일회성 이슈라면 올해 영업이익에서 90억 원 늘어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2. 기업 동향

작년에 있었던 뉴스들을 떠올려보자. 1월에 북미 지역 판매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2월인가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8월에는 미국 IRA 법안이 통과됐고, 가을에는 AI 온수 기능이 강화된 신제품과 함께 김혜수 씨를 모델로 추가한 광고를 론칭했다. 아마 3~4분기에 서탄 공장 자동화 설비가 투자됐던 것 같다. 올해 초 국제 전시회에서 북미형 난방기기인 콘덴싱 하이드로 퍼니스 신제품을 공개했다.
 
IRA 법안에 따라 콘덴싱 온수기 구매에 주는 연방 세액공제는 2023년부터 본격화된다. 위축된 수요를 돌릴 수 있을 만한 트리거인지, 그렇다고 해도 미국 온수기 시장에서 저장식 온수기를 순간식 온수기로, 또 전기 순간식을 가스 순간식으로 얼마나 옮겨올 수 있을지는 확답할 수 없다.
 
신축 주택의 단열 성능이 향상되어 왔고 침대/소파/의자 생활에 익숙해지는 트렌드에 맞춰 보일러에서 온수기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회사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가전 제품으로서의 온수기 침투율을 높여가려면 상당한 기간과 광고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석/ 경동나비엔 2022년 3분기 실적 리뷰와 주담 통화

주가가 말해주듯 업황은 여전히 안좋다. 2분기부터 인상된 판매가격이 적용되고 있고 전년 동기에 비해 환율도 크게 올랐음에도 매출액 성장이 슬로우하다는 건, 수요가 그만큼 따라주지 않고

atticus262.tistory.com

 
미국에서는 반대로 난방 시장에 진출했다. 퍼니스라는 기존의 공기순환 난방시설에서 콘덴싱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나비엔이 유일한데, 시장 규모 자체는 엄청나게 크다. 침투율이 높아지는 걸 기다릴 수만 있다면 탑라인 볼륨은 꽤 커질 수 있다.
 
다만 이익률은 좀 문제다. 어쨌든 메인 시장은 미국 온수기인데, 현지 설치업자와 창고 도매상들과 윈-윈 하는 쪽으로 타겟팅을 하면서 Q 침투를 늘려가는 전략인 것 같다.
 
브랜드 인지도와 원가 경쟁력 없이 기술력으로 승부하려니 벌어들인 매출액을 현지의 비싼 유통망에 퍼주게 되는 구조가 됐다. 아마존이나 레딧에서의 소비자들의 평가는 나쁘다. 고장 났을 때 빨리 대응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번 IRA 시행을 트리거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현지 인프라에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면 미래가 어두울 것 같다.
 

3. 매크로(?)

라기보다는 대외 동향을 파악하는 정도지만. 수출 물량은 회복 중이고, 물류비는 내려왔고, 재료비는 내려오고 있고, 구글 트렌드에서 미국인들의 tax credit 검색이 늘기 시작했고, 2030년까지 미국 순간식 온수기 시장이 연평균 7~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신규 주택 착공 통계에서 반등의 희망을 발견하게 된 것 정도다.
 

온수기 수출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1분기에 가격 인상을 대비한 비축 수요가 컸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다. 2023년 1~3월 물량을 2021년과 비교해도 더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해상 운임비가 크게 뛰었던 시절을 피하며 현지 재고를 활용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 실제 매출이 어떻게 찍히는지를 확인하는 게 현재로서는 더 낫다.
 
물류비는 관세청 수출입 운임지출 통계에서 매월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서부와 동부 항로는 각각 9개월과 11개월 연속 하락했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거의 내려온 듯하다. 2분기는 비수기지만 언제 다시 뛸지 모르니 미리 좀 수출 물량을 많이 보내두면 좋을 텐데. 

관세청-보도자료

해상 수출 운송비용 전반적으로 하락 □〔해상 수출입〕수출입 ‘컨테이너 2티이유*(2TEU, 40피트)’ 당 운송비용** 평균    * 2티이유 = 40피트(1219.2cm) 표준 컨테이너 크기 단위    ** ’22. 7월

www.customs.go.kr

 
열연 스테인리스 가격도 출렁이면서 내려오는 중이다. 3,270억 원의 재고자산 중에서 원재료가 1,000억 원이나 되는 건 아마 재료비 상승에 따른 비축 재고 때문일 것이다. 열연 가격이 더 내려오는 동안 재료재고를 소진하면서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구글 트렌드에서 검색지역을 미국으로 고정하면 water heater와 tax credit을 함께 검색하는 빈도가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다. 급상승한 관련 주제 7위에 Navien의 이름도 보인다. 흥미롭군.

 

Tankless Water Heater Market Size & Share Report, 2030

The global tankless water heater market size was valued at USD 3.26 billion in 2021 and is expected to register a CAGR of 8.7% from 2022 to 2030

www.grandviewresearch.com

 

Tankless Water Heater Market Trend, Growth to 2022-2030

The tankless water heater market size was valued at USD 3.58 billion in 2021, In 2018, electric heaters held the largest market share.

straitsresearch.com

 
마켓 리서치하는 기관에서는 미국에서의 tankless water heater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7~8%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5% 라는 기관도 있고 8.4%라는 곳도 있는데, 온수기 전체 성장률을 4.5%로 점치는 것에 비하면 180억 달러 규모의 저장식 온수기 시장을 40억 달러의 순간식 온수기 시장이 침투해 나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순간식 온수기 중에서 가스보다는 전기 방식이 더 선호되는 건 씁쓸하다.
 
미국 건축 시장이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기사를 접했는데, 세인트루이스 연준 홈페이지에서 월간 데이터를 확인해보기로도 그런 해석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존의 보일러/온수기 매출은 대부분 교체 수요에 의한 것이지만, 애초에 경동나비엔의 투자 센티멘털을 무너뜨렸던 요소들 중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건축 경기 침체라는 것도 있었으니까.
 

 
 

4. 통화 내용

 
장정훈 그룹장님과 통화하면서 이것저것 확인해봤다.
 
Q) 대손상각비 발생 원인은? 일회성 이슈인지?
A) 중국 메이가이치 사업에 참여하면서 묶여 있던 재고와 채권 일부를 헝다 사태와 셧다운 이후에 평가하면서 이번에 상각했다. 러시아 법인도 재무 건전화 과정에서 차입 등을 정리했다. 반복해서 발생할 비용은 아니다.
 
Q) 2022년에 임직원 증가 추이가 멈췄는데. 확대 작업은 마무리된 것인가?
A) 2022년 대기업들이... 검증된 중견기업 출신의 IT 분야 및 연구 분야 인력을 흡수하면서 이직률이 높아졌는데, 회사가 경기 둔화를 전망하면서 신규 채용을 이연했기 때문이다.
 
Q) 스테인리스 가격 내려오는 중인데, 재료재고는 더 비축할 계획인가?
A) 아니다. 국내 경기는 최악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재고는 정상화할 예정. 포스코가 작년 힌남노 태풍피해로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면서 다시 상승 압력이 가재히고 있고, 쿼터제 때문에 중국산을 할당 비중 이상으로 도입할 수도 없는 상황.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조정이라는 의미 같다)
 
Q) 미국 시장에서 P 인상은 제한이 있을 것 같고,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이 강력하지 않다는 점에서 비용 축소도 제한적일 것 같다. 주된 전략은 Q 노출을 늘리는 쪽인가?
A) 물류비와 재료비도 정상화되고 있고 작년에 판가 인상이 두 번 있었어서 추가적인 가격 인상에는 명분이 떨어진다. 결국 구매파워를 키우고 원가 절감에 노력해야 한다. 회사에서 공장 자동화라든가 고정비 분산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제약도 있고 효과가 드러날 때까지 딜레이도 있다. 결국 물량을 늘려가야 한다.
 
Q) 미국에 생산 기반이 없어서 현지 CS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은지?
A) 미국이 리콜이나 집단 소송 등 고객 서비스에 대한 기준이 높은 나라여서 소홀히 할 수도 없고 경동나비엔이 소홀히 하지도 않는다. 다만 워낙 넓은 시장이고 소비자도 많다 보니까 한정된 현지 파트너들을 가지고 모두 커버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Q) 하이드로 퍼니스의 기술적 장벽은? 의미있게 침투하기까지 소요 기간 전망은?
A) 퍼니스 시장에서 경동나비엔이 최초. 전시회에서 획기적이라는 반응이 있었고, 린나이 등 타사에서 모방하려다가 제제를 받았다. 생산 기반은 완성돼가는 중이고,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 회사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퍼니스 난방 시장은 워낙 크기 때문에 아주 작은 점유율로도 매출액에 크게 기여할 것.
 
Q) 공장까지 있는 중국 법인에서 적자 누적되는데, 용퇴하지 않을 거라면 구체적인 정상화 계획이 있나?
A) 중국 소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미래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상화 될 것. (아무 계획 없는 듯 ㅠㅠ 이 대목에서 결정적으로 매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생각을 고쳐먹었지만 심각하다...)
 
기타 내용 : 교체수요 매출 비중은 데이터 없음. 청정환기시스템 매출 비중 미미함. 가이던스 공개 불가능.
 

5. 밸류에이션

그래, 안 가르쳐주면 내가 추정해야지. 우선 내가 맘대로 계산해본 바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은 700~800억 원 정도일 것 같다. 북미 지역 매출액이 연평균 16%로 성장하다가 2022년에 11%로 조금 둔화됐다.
 

 
올해 북미 매출액이 다시 16% 성장하고 나머지 모든 곳에서 성장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매출액이 12,650억 원 정도가 된다. 다소 무식하지만, 이 매출액과 성격별 비용 사이의 상관계수를 각각 매출액 성장률에 곱해서 비용을 추산해보면 750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이 남는 것으로 나온다. OPM은 약 6%
 
만일 매출액이 2017~2021년의 CAGR 13% 그대로 2021년 대비 성장한다고 가정하는 시나리오에서는 2023년에 11,240억 원의 매출액을 거두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비용 합계를 계산해주면 영업이익은 720억 원, 5.8%의 OPM을 예상하게 된다.
 
행복회로를 좀 세게 굴려서 2017~2022년의 매출액 CAGR 11% 성장을 2022년 매출액에 적용하면 13,000억 원의 매출액에 영업이익 790억 원을 얻게 된다.
 
한편 비용의 성격별 분류를 펼쳐놓고, 개별 비용이 얼마나 될지 대충 합산해보기도 했다. 나머지는 늘어나던 비율만큼 높게 잡고, 물류비와 기타 정도만 낮춰봤다. 물류비는 2021년과 동일하게, 대손상각비가 포함된 기타는 90억 원 줄여서 잡으면 총 비용이 11,200억 원 정도가 되는데, 매출액이 보수적으로 늘어서 12,000억 원이 되면 영업이익이 800억 원 남는다.
 

 
포워드 영업이익 700억 원에 비해 현재 시가총액은 7.43배, 과거 영업이익 기준 POR은 8.24배다. 역사적으로 비교해보면 FW POR 하단은 6.24배, TTM POR은 7.53배가 가장 낮았다. 대략 하단 근처라고 할 수 있겠다.
 
영업이익이 향후 3년 동안 700억, 800억, 1000억 원으로 성장하고 영구성장률을 2%로 잡으면 적정 POR은 13.66배(할인율 15%)가 얻어진다. 강아지가 산책 리드줄을 따라 주인 곁으로 가기만 한다면 업사이드가 84%, 다운사이드가 –16%인 것 같다. 현재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해 줄 할인율은 대략 29%나 된다.
 
어차피 틀릴 거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바닥인 것 같은데 여기서 팔았더라면 억울해서 잠도 안왔을 것 같다. 일단 잘 홀딩하고 있어야겠다. 그런데 그 뒤에라도 장기투자할 성격의 기업이냐고 하면 글쎄.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보여주질 못하는데. 미국에서 어느 천년에 브랜드 가치와 가격결정력을 확보할 수 있으려나. 원가 쥐어짜내는 덴 한계가 명확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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